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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최규성 작가가 사진으로 조명하는 한국 인디 20년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8. 28.

연재 내내 즐겨 읽었던 최규성 선배의 칼럼 '골든 인디 컬렉션'이 인디 20주년과 맞물려 사진 전시회로 열린다.

기존의 매체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뮤지션에 대한 깊이 있는 조명과 멋진 사진이 압도적이었던 칼럼이었다.

진심으로 전시회를 축하하며...


이 인터뷰는 헤럴드경제 8월 31일 25면 톱에도 실린다.




최규성 작가가 사진으로 조명하는 한국 인디 20년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인디 음악은 대형기획사와 아이돌 중심으로 획일화된 한국 대중음악 생태계에 다양성 확보의 길을 열어준 주역이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십센치, 장기하와 얼굴들 등 인디 뮤지션들은 이제 인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중에게 친숙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인디 신에서 성취한 다양한 음악적 성과들을 아이돌 및 중견가수 등 메이저 무대에서 활동 중인 가수들의 음악에 접목시키며 대중음악계에 다채로운 그림을 그려왔다. 

올해는 인디 신의 태동 20주년을 맞은 해여서 인디 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황이다.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 중인 최규성 작가는 오랫동안 인디 뮤지션들의 활동상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사관(史官) 역할을 자처해왔다. 그가 지난 2013년부터 2년 반 동안 연재한 칼럼 ‘골든 인디 컬렉션’은 인디 뮤지션의 삶과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소개와 뮤지션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사진 촬영으로 연재 내내 주목을 받았다. 오는 9월 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신문로 2가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인디 음악 20주년을 돌아보는 사진전 ‘골든인디컬렉션: 더 뮤지션’이 열린다. 지난 26일 최 작가를 에무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최규성 작가가 서울 신문로 2가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최 작가는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한 칼럼이었는데, 직접 만난 뮤지션들의 삶과 음악에 빠져들면서 작업이 커져 버렸다”며 “음악을 주제로 다룬 칼럼이지만, 칼럼을 통해 다루고 싶었던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얘기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작가가 칼럼을 통해 다룬 뮤지션은 강허달림, 고래야, 김두수, 로큰롤라디오, 미미시스터즈, 바이바이배드맨, 빅베이비드라이버, 시와, 아시안체어샷, 옐로우 몬스터즈, 이승열, 이장혁, 코어매거진, 프롬, 한대수, 한희정, 황보령 등 41팀에 달한다. 연재 기간 동안 원고지 3000여 매에 달하는 글과 4만여 장의 사진이라는 방대한 기록물이 쌓였다. 

단순한 인터뷰를 넘어 뮤지션들의 인생을 상세하게 조명하고 색깔 있는 사진 자료까지 남겼던 ‘골든인디컬렉션’은 인디 신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최 작가는 칼럼에 소개된 뮤지션들을 자신이 출연하는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소개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이 때문에 ‘골든인디컬렉션’에 소개되는 일은 뮤지션들 사이에서 음악을 인정받았다는 일종의 훈장처럼 여겨지게 됐다.

최 작가는 “지명도가 높은 뮤지션보다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가진 덜 알려진 뮤지션들을 조명하려 노력했고, 음악 세계는 앨범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에 최소한 정규 앨범 1장 이상을 발표한 뮤지션만을 인터뷰했다”며 “수시로 공연장을 찾아 라이브를 감상하며 인터뷰 여부를 판단하고 사진 촬영까지 진행했기 때문에, 한 뮤지션을 취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무려 3~6개월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비무장지대에 핀 상고대를 배경으로 기타를 든 싱어송라이터 정밀아. [사진 제공=최규성 작가]


칼럼 연재 내내 뮤지션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인디 신에서 화제를 모았다. 상고대(나무나 풀에 내려 눈같이 된 서리)를 배경으로 촬영한 싱어송라이터 정밀아의 사진과 타조와 함께 카메라를 바라보는 찰나의 순간을 담은 만쥬한봉지의 사진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최 작가는 4만여 장의 사진 중에서 엄선한 61점의 사진을 이번 전시회에 공개한다. 

최 작가는 “뮤지션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를 사진으로 담으려 노력했는데,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 촬영은 늘 계절과의 싸움이었다”며 “싱어송라이터 정밀아와 함께 상고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할 당시, 최적의 날씨를 보이는 날을 겨우 찾아 새벽 첫 기차를 타고 비무장지대로 향했던 일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골든인디컬렉션’은 이번 전시회 일정과 맞물려 동명의 단행본으로도 출간된다. 단행본에는 정차식의 ‘마중’, 강허달림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등 칼럼을 통해 소개된 뮤지션들 중 16팀의 곡을 담은 CD가 부록으로 실린다. 

최 작가는 “부록 CD는 이 모든 과정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깊은 결과물”이라며 “곡들이 마치 하나의 연애사를 그린 듯한 흐름으로 이어져 있어 흥미로울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타조와 함께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룹 만쥬한봉지. [사진 제공=최규성 작가]


전시회 개관일인 9월 1일 오후 7시 45분 드러머 남궁연의 사회로 기념 콘서트가 마련돼 만쥬한봉지, 미미시스터즈, 니나노난다가 공연을 펼친다. 이어 오는 9월 5일 오후 7시, 6일 오후 4시 30분 전시회 기념 콘서트가 열린다. 첫째 날은 밴드 공연으로 코어매거진, 아시안체어샷, 폰부스, 황보령, 로큰롤라디오가 출연한다. 둘째 날은 어쿠스틱 공연으로 이장혁, 백자, 정밀아, 권나무, 빅베이비드라이버가 무대에 오른다.

최 작가는 “기념 콘서트는 칼럼 독자들을 위해 뮤지션들과 내가 건네는 선물”이라며 “앞으로 ‘저고리 시스터즈’ 이래 한국의 가요계를 풍미한 걸그룹의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