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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0주년 한영애 “운명이 허락하는 한 우린 늘 함께일 것”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9. 4.

만나면 언제나 편안하고 늘 즐거운 '나무님' 한영애 쌤.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 인터뷰라는 핑계로 만나 아줌마들처럼 한참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쌤이 준면 씨와 내 '스몰웨딩'에 대해 너무 많이 칭찬해줘서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이번 콘서트가 끝난 뒤 결혼 선물로 직접 된장찌개를 끓여서 준면 씨와 나를 한 번 먹이겠다고 약속하셨다.

선물이나 돈은 안 받아도 이런 선물은 얼마든지 받아야지! 하하하~


이 인터뷰는 헤럴드경제 9월 7일 29면 톱에도 실린다.



데뷔 40주년 한영애 “운명이 허락하는 한 우린 늘 함께일 것”

[HOOC=정진영 기자]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서 한영애라는 이름은 세대와 장르를 초월하는 무게를 갖는다. 한영애의 지난 행보는 없는 길을 끊임없이 개척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많은 여성 가수들이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때, 한영애는 이 같은 질서를 거부하고 거칠게 자기 목소리를 냈던 선구자였다. 이 낯선 목소리는 포크, 록, 블루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경지에 다다른 표현력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다. 수많은 후배들이 한영애가 낸 길을 뒤따랐으나 앞선 이는 없었다. 한영애의 오랜 별명 ‘소리의 마녀’는 아직 다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영애가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76년 그룹 해바라기에 참여하며 시작된 한영애의 음악 인생은 신촌블루스를 거쳐 솔로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그가 발표한 6장의 솔로 앨범은 활동 기간에 비해 과작(寡作)이지만, 모두 명반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는 한영애가 단 한 번도 허투루 앨범을 낸 일이 없다는 증거인 셈이다. 공연 역시 마찬가지일 터이다. 한영애는 오는 10월 9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 ‘꿈 인(IN) 꿈’을 개최한다.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한영애를 지난 3일 오후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가수 한영애가 지난 3일 서울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한영애는 “지난 시간을 잘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어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겨를이 없이 음악을 해왔는데, 지인들이 한번쯤은 자신을 위해 지난날들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조언했다”며 “돌이켜보니 지난 40년 동안 늘 대중이 먼저 내게 다가와 빛나는 시절을 만들어줬다. 이번 콘서트는 그들과 더불어 또 다른 미래를 약속하는 자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정선,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등 거물급 게스트들이다. 여기에 신석철(드럼), 이성열(기타), 김정욱(베이스), 박용준(건반), 조연호(건반), 장보희(코러스), 유은진(코러스) 등 국내 정상급 세션들까지 무대에 가세한다. 한영애가 자신의 공연에 공식적으로 게스트를 세우는 것은 최초의 일이다. 의외의 선택인 만큼 한영애는 게스트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영애는 “이정선은 해바라기, 엄인호는 신촌블루스로 함께 활동했었고, 김종진은 내가 정말 아꼈던 고(故) 김현식ㆍ유재하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며 “나를 잘 아는 이들과 함께 무대에서 음악 인생을 연대기 순으로 돌아보는 작업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영애는 음악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지난 1989년 1월 31일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자신의 첫 번째 솔로 공연을 꼽았다. 그는 “수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모습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터라, 그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져도 쉽게 실감할 수 없었다”며 “대중친화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가수도 아닌 내게 먼저 대중이 다가와 준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나는 운이 매우 좋았다”고 회상했다.


한영애는 지난해 15년 만의 신보인 정규 6집인 ‘샤키포’를 발표해 일렉트로니카의 요소들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한영애는 앞으로 디지털 싱글의 형태로 자주 신곡을 발표할 뜻일 전하기도 했다.

한영애는 “음악 시장이 디지털 음원 중심으로 재편돼 정규앨범으로 대중과 호흡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규앨범이란 형식을 버리진 않겠지만 내년부터 6집에 참여했던 조연호와 함께 디지털 싱글을 수시로 공개할 계획이고, 6집처럼 15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은 단 하루만 열린다. 여느 가수들의 오랜 활동을 기념하는 공연 대부분이 며칠에 걸쳐 펼쳐지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한영애는 “앞으로 더 못 볼 사이도 아니기 때문에 산뜻하게 공연을 마치고 싶었다”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모두들 건강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영애는 지난해 성탄절 소극장 공연에서 부른 캐럴 ‘해브 유어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의 가사로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재회를 기대했다.

“예전처럼 우린 여기 함께 있어요(Here we are as in olden days)/황금 같은 시간들이었죠(Happy golden days of yore)/그리웠던 친구들과 다시 만나 함께 해요(Faithful friends who are dear to us, gather near to us once more)/몇 년의 시간이 흘러도 우린 모두 함께일 거예요(Through the years, we all will be together)/운명이 허락하는 한(If the fates allow)”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