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지나친 잘 정리된 화단에서 닭의장풀을 발견했다.
평소 자주 마주친 녀석이라 무심코 지나치는데, 문득 닭의장풀 말고 파란색을 가진 꽃이 무엇이 있나 자문해봤다.
놀랍게도 떠오르는 이름이 없었다.
닭의장풀은 흔한 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9월 4일 30면 사이드에도 실린다.
[HOOC=정진영 기자] 여러분은 꽃의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시나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색깔, 모양, 향기 등 다양할 듯한데 기자의 대답은 ‘소박함’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들꽃’의 ‘소박함’이라고 말해야겠군요.
기자가 들꽃에 관심을 두기 전에는 도시의 풍경이 무척 삭막해 보였습니다. 밴드 넥스트의 히트곡 ‘도시인’의 가사를 빌려 말하자면, 도시는 “회색빛의 빌딩들/회색빛의 하늘과/회색 얼굴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죠? 기자에게 이제 도시는 소풍날 보물찾기를 위한 공간과도 같습니다. 들꽃의 소박함을 알아갈 때마다, 도시의 구석구석에 얼마나 많은 색들이 숨어있는지 알게 됐으니 말입니다. 가을이 살짝 발을 걸친 요즘, 손톱만큼 작은 꽃으로 원색에 가까운 파란색을 뽐내는 닭의장풀은 도시의 숨겨진 보물들 중 하나이죠.
닭의장풀은 여름부터 가을의 초입까지 전국 지천에서 피어나는 한해살이풀입니다. 원산지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이죠. 닭의장풀은 다양한 귀화식물들의 유입으로 다문화 생태계를 이룬 이 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토착식물입니다.
닭의장풀의 소박한 이름은 말 그대로 닭장 아래에서도 잘 자랄 정도로 강한 생명력에서 유래합니다. 닭의장풀은 꽃잎이 닭의 벼슬을 닮았다는 이유로 달개비라고도 불리죠. 닭의장풀은 길가나 풀밭, 담장 밑이나 밭뚝 등 습기를 머금은 음지라면 어디에서나 잘 자랍니다. 비 온 뒤에 닭의장풀을 구경하기 쉬운 이유입니다. 닭의장풀은 뿌리를 뽑혀도 잘 시들지 않고, 마디마다 각을 이루며 올라오는 줄기는 땅에 닿으면 새로운 뿌리를 내립니다.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이죠.
작고 흔해서 지나치기 쉽지만, 닭의장풀은 매우 독특한 개성을 가진 꽃입니다. 강한 생명력과는 달리 꽃은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한낮이면 시들고 말죠. 이 때문에 닭의장풀은 영어로 ‘데이 플라워(Day Flower)’로 불립니다. 또한 파란색은 꽃으로 접하기 꽤 귀한 색깔이기도 합니다. 한번 파란색 꽃이 무엇이 있나 떠올려보시죠. 아마도 쉽게 떠오르는 이름이 없을 겁니다.
닭의장풀은 오랜 세월 우리 곁을 지켜왔던 식물인 만큼 쓸모도 많습니다. 한방에선 닭의장풀의 잎을 ‘압척초(鴨草)’라고 부르는데 해열제, 이뇨제로 쓰입니다. 봄에는 부드러운 어린잎과 줄기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먹죠. 꽃잎은 염료로, 전초는 사료로 이용됩니다. 이만큼 기특한 식물도 드물 겁니다.
닭의장풀의 꽃말은 ‘순간의 즐거움’, ‘그리운 사이’입니다. 꽃의 특징을 정말 멋지게 통찰하는 꽃말 아닌가요? 이 흔한 들꽃도 철이 지나버리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리운 존재가 됩니다. 아침에 길에서 닭의장풀을 만나시거든 잠시 주저앉아 꼼꼼하게 생김새를 뜯어보세요. 너무 흔해서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던 닭의장풀이 실은 얼마나 매력적인 꽃인지. 이슬을 머금은 여린 꽃잎이 얼마나 청초한지. 소박함의 힘은 강합니다.
123@heraldcorp.com
기자가 들꽃에 관심을 두기 전에는 도시의 풍경이 무척 삭막해 보였습니다. 밴드 넥스트의 히트곡 ‘도시인’의 가사를 빌려 말하자면, 도시는 “회색빛의 빌딩들/회색빛의 하늘과/회색 얼굴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성산일출봉에서 촬영한 닭의장풀.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아는 만큼 보인다죠? 기자에게 이제 도시는 소풍날 보물찾기를 위한 공간과도 같습니다. 들꽃의 소박함을 알아갈 때마다, 도시의 구석구석에 얼마나 많은 색들이 숨어있는지 알게 됐으니 말입니다. 가을이 살짝 발을 걸친 요즘, 손톱만큼 작은 꽃으로 원색에 가까운 파란색을 뽐내는 닭의장풀은 도시의 숨겨진 보물들 중 하나이죠.
닭의장풀은 여름부터 가을의 초입까지 전국 지천에서 피어나는 한해살이풀입니다. 원산지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이죠. 닭의장풀은 다양한 귀화식물들의 유입으로 다문화 생태계를 이룬 이 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토착식물입니다.
닭의장풀의 소박한 이름은 말 그대로 닭장 아래에서도 잘 자랄 정도로 강한 생명력에서 유래합니다. 닭의장풀은 꽃잎이 닭의 벼슬을 닮았다는 이유로 달개비라고도 불리죠. 닭의장풀은 길가나 풀밭, 담장 밑이나 밭뚝 등 습기를 머금은 음지라면 어디에서나 잘 자랍니다. 비 온 뒤에 닭의장풀을 구경하기 쉬운 이유입니다. 닭의장풀은 뿌리를 뽑혀도 잘 시들지 않고, 마디마다 각을 이루며 올라오는 줄기는 땅에 닿으면 새로운 뿌리를 내립니다.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이죠.
작고 흔해서 지나치기 쉽지만, 닭의장풀은 매우 독특한 개성을 가진 꽃입니다. 강한 생명력과는 달리 꽃은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한낮이면 시들고 말죠. 이 때문에 닭의장풀은 영어로 ‘데이 플라워(Day Flower)’로 불립니다. 또한 파란색은 꽃으로 접하기 꽤 귀한 색깔이기도 합니다. 한번 파란색 꽃이 무엇이 있나 떠올려보시죠. 아마도 쉽게 떠오르는 이름이 없을 겁니다.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정수사업소에서 촬영한 닭의장풀.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닭의장풀은 오랜 세월 우리 곁을 지켜왔던 식물인 만큼 쓸모도 많습니다. 한방에선 닭의장풀의 잎을 ‘압척초(鴨草)’라고 부르는데 해열제, 이뇨제로 쓰입니다. 봄에는 부드러운 어린잎과 줄기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먹죠. 꽃잎은 염료로, 전초는 사료로 이용됩니다. 이만큼 기특한 식물도 드물 겁니다.
닭의장풀의 꽃말은 ‘순간의 즐거움’, ‘그리운 사이’입니다. 꽃의 특징을 정말 멋지게 통찰하는 꽃말 아닌가요? 이 흔한 들꽃도 철이 지나버리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리운 존재가 됩니다. 아침에 길에서 닭의장풀을 만나시거든 잠시 주저앉아 꼼꼼하게 생김새를 뜯어보세요. 너무 흔해서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았던 닭의장풀이 실은 얼마나 매력적인 꽃인지. 이슬을 머금은 여린 꽃잎이 얼마나 청초한지. 소박함의 힘은 강합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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