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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울엔진 “어렵게 돌아온 음악이란 길을 사랑하려 해”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9. 11.

노래방에서 단골로 부르던 곡 '아름다운 너'의 주인공을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이번 앨범은 좋은 멜로디와 연주, 그리고 감성적인 보컬까지 조화된 참 괜찮은 앨범이다. 

평범한 듯하지만 단단한 음악을 담고 있다.

10년 만에 돌아온 소울엔진을 환영하며...


이 인터뷰는 헤럴드경제 9월 14일자 29면 톱에도 실린다.


소울엔진 “어렵게 돌아온 음악이란 길을 사랑하려 해”

[HOOC=정진영 기자]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났으나, 혜성처럼 홀연히 사라진 밴드가 있었다. 10여 년 전 소울엔진(Soul N‘ Gene)의 데뷔 후 보여줬던 행보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강렬한 리듬과 연주 위에 따뜻하면서도 유려한 멜로디를 실은 소울엔진의 음악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했다. 소울엔진은 데뷔 후 ‘아름다운 너’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데 이어, 각종 영화와 드라마 OST 및 광고 배경음악에 참여하며 신인답지 않은 행보를 이어갔다. 이 파죽지세는 신인 밴드로선 이례적으로 일본의 에이전트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 현지에서 앨범을 발매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 대형 신인의 행보는 여기까지였다. 갑작스러운 소울엔진의 활동 중단은 강산이 한 번 바뀔 때까지 지속됐다. 

사진 설명 : 밴드 소울엔진이 10년 만에 새 앨범 ‘사랑하려 해’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시유(베이스), 테오(보컬), 해인(리더ㆍ기타). [사진 제공=락킨코리아]


그 사이 이제 이름조차 희미해진 소울엔진이 다시 혜성처럼 새 미니앨범 ‘사랑하려해’를 발표하며 돌아왔다. 세월은 흘렀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음악과 함께. 지난 달 31일 오후 서울 연남동의 한 사무실에서 소울엔진의 멤버 해인(리더ㆍ기타), 테오(보컬), 시유(베이스)를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해인은 “그동안 영상 음악, 게임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음악들을 작곡해왔다”며 “소울엔진이라는 틀 안에 있지 않아도 늘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이렇게 다시 소울엔진으로 활동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10년 전 소울엔진의 갑작스러운 활동 중단은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당시 밴드는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히트곡 ‘아름다운 너’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본격적인 일본 시장 진출까지 앞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해인은 “당시 소속사가 생각했던 음악적 방향은 일종의 프로젝트 밴드였는데, 우리가 바라는 음악적 방향은 온전한 밴드 그 자체였다”며 “둘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인데다, 멤버들의 군문제도 얽혀 있어 소울엔진이란 이름으로 밴드를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에 이르렀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밴드의 초대 보컬리스트였던 테오와 다시 만나 새로운 팀을 구상하다보니, 소울엔진으로 활동했던 시절이 그리워졌다”며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다시 소울엔진이란 이름을 찾아 2년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앨범을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리멤버(Remember)’와 ‘니가 없는 지금’을 비롯해 ‘사랑하려해’ ‘너에게 하고 싶은 말’ ‘라디오 스타(Radio Star)’ ‘달려라 내청춘’ 등 6곡이 수록돼 있다. ‘리멤버(Remember)’는 소울엔진 특유의 강점인 어쿠스틱 사운드가, ‘니가 없는 지금’는 공간계 이펙터를 사용한 몽환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강렬함과 서정의 공존을 들려주는 ‘사랑하려해’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소울엔진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다짐과 음악에 대한 목마름이 느껴지는 곡이다. 지난 추억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라디오 스타’와 끝없는 경쟁에 내몰린 청춘들을 위로하는 ‘달려라 내 청춘’에선 좌절을 좌절로 두지 않겠다는 긍정의 메시지가 엿보인다.

테오는 “앨범 타이틀 ‘사랑하려 해’는 ‘아름다운 너’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싶은 바람을 담고 있다”며 “밴드 활동을 중단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각자의 생업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인 터라 앨범 제작이 쉽지 않았지만, 늘 멤버들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이야기들을 앨범에 녹였다”고 전했다.


소울엔진은 데뷔곡이자 대표곡인 ‘아름다운 너’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테오는 “얼마 전 한 공연장에서 ‘아름다운 너’를 라이브로 부르는데, 여전히 많은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이 노래가 활동의 폭을 넓히는데 족쇄가 될지도 모르지만 굳이 벗어나려 하진 않을 것이다. 왜냐면 ‘아름다운 너’는 소울엔진의 모습 그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울엔진은 이번 앨범에 이어 앞으로 싱글을 자주 발매하며 본격적인 활동의 기지개를 펼 계획이다. 테오는 “스피커에서 ‘사랑하려 해’가 흘러나올 때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오르며 ‘우리는 앞으로 음악을 계속해야 한다’고 다짐했다”며 “자전거탄 풍경의 송봉주가 지난 2009년 나를 주제로 ‘테오에게’라는 곡을 발표한 일이 있는데, 그 답가의 성격으로 올 겨울 ‘디어 풍경’이란 이름의 곡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