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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3. 트램폴린 ‘마지널’ㆍ태연 ‘아이’ 外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0. 14.

요즘 음악 시장에서 일렉트로닉만큼 바라보기에 흥미로운 장르도 드물다.

각 뮤지션들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개성의 음악을 들려주는 장르가 또 있나 싶다.

트램폴린은 일렉트로닉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을 한 발짝 더 넓혀 준 것 같다.

 

그리고 태연...

우와 이렇게 잘 부르는 보컬이란 걸 이번 앨범을 통해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 SM은 무슨 앨범을 내놓아도 중간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괴물 같은 집단이다.

돈지랄이니 뭐니 소리를 들을지 몰라도 SM에서 나오는 앨범은 질감이 다르다.

좀 과하게 빠는 건가? 이 앨범이 정규 앨범이었으면 지난 주 원톱이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3. 트램폴린 ‘마지널’ㆍ태연 ‘아이’ 外

[HOOC=정진영 기자] ▶ 트램폴린(Trampauline) 정규 3집 ‘마지널(Marginal)’=일렉트로닉은 현재 한국 음악계에서 가장 다양한 형태로 분화돼 가지를 뻗어나가는 음악일 겁니다. 일렉트로닉은 록, 팝, 뉴에이지 등 실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결합해 저마다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요즘에는 일렉트로닉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음악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트램폴린은 팝을 기반으로 이국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일렉트로닉을 들려주며 자신만의 행보를 걸어온 밴드입니다. ‘팝의 심장을 가진 일렉트로닉’라는 수식어는 트램폴린의 음악적 특징을 잘 설명해주는 문장일 겁니다.

차유선(신시사이저ㆍ보컬) 1인으로 시작한 트램폴린은 김나은(기타)을 영입해 정규 2집 ‘디스 이즈 와이 위 아 폴링 포 이치 아더(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 앨범에선 정다영(베이스)을 영입해 밴드의 형태를 갖췄습니다. 밴드 사운드와 일렉트로닉의 유기적인 조화를 고민했을 트램폴린에게 조력자 하나가 더해졌습니다. 바로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박민준(DJ Soulscape)입니다. 박민준은 트램폴린 특유의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그 위에 복고적인 색깔의 비트를 더해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미미한’ ‘주변부의’라는 의미를 가진 앨범 타이틀이 이끌어내는 서사의 힘도 묵직합니다. 보잘것없는 상황에서 발견한 사랑을 검은 유토피아로 표현하는 ‘블랙 스타(Black Star)’, 김일성 탄생 축제일에 두만강을 건넌 탈북 화가 선무의 탈출기를 그린 ‘선무(Sunmoo)’, 권투 선수인 남편의 패배를 목격한 아내의 이야기 ‘복서스 와이프(Boxer’s Wife)’, 위험을 피하려다 창에 부딪히고 기절한 척하다 이내 다시 날아가는 새에 대한 이야기 ‘리틀 버드(Little Bird)’ 등은 서로 상관없는 서사 같지만 ‘마지널’이란 주제로 엮여 독특한 향취를 자아냅니다.

그리고 이 앨범은 말 그대로 앨범입니다. 개개의 트랙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앨범으로 덩어리를 이룰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할까요? 이 앨범의 사운드는 매우 시각적이어서 마치 한 발짝 떨어져서 다큐멘터리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른 장담이지만, 이 앨범은 올 한해 발매된 일렉트로닉이라는 범주의 앨범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손 꼽힐 앨범이 될 듯하군요.


▶ 태연 미니앨범 ‘아이(I)’=
걸그룹 소녀시대의 태연이 아이돌 출신 보컬리스트 중에서도 독보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적지 않은 곡으로 증명됐죠. 태연은 지난 2008년 KBS 드라마 ‘쾌도홍길동’의 OST ‘만약에’를 시작으로 다양한 OST와 협업 등의 활동을 통해 솔로로서 존재감을 드러내 왔습니다. 돌이켜보면 태연은 지난 2004년 ‘제8회 SM 청소년 베스트 선발대회’에서 100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1위를 차지했던 ‘괴물’입니다. 

그랬던 태연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식으로 발표한 앨범이 아직까지 없었다는 것은 새삼 놀라운 사실입니다. 태연의 첫 솔로 미니앨범 ‘아이(I)’는 그 오랜 기다림이 아쉽지 않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수작입니다.

이번 앨범의 첫 트랙으로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기타 연주와 묵직한 리듬이 조화를 이룬 미디움 템포의 팝 ‘아이’부터 귀를 잡아끕니다. 태연이 처음 작사로 참여한 가사도 인상적입니다. 태연은 “혼자였던 Yesterday/셀 수 없는 시선에/떨어지는 눈물로/하루를 또 견디고/아슬했던 Yesterday/쏟아지던 말들에/흔들리는 나를 또 감싸고/빛을 쏟는 Sky/그 아래 선 아이 I/꿈꾸듯이 Fly/My Life is a Beauty”와 같은 가사로 화려함 속에 가려져 있던 내면을 들여다보는데, 그 담백한 고백이 매우 진솔하게 다가옵니다.

태연의 강점은 다소 소화하기 어려운 음역대에서도 긴 호흡으로 편안하게 부르는 표현력입니다. 그 표현력은 여성 보컬리스트 중에선 드물게 좋은 저음역대에서 나오는데, 좋은 저음역대는 목소리의 밀도를 높이죠. 어쿠스틱 피아노 연주와 화려한 현악기 연주가 잘 어우러진 발라드 ‘유 알(U R)’은 태연의 장점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곡입니다. 

태연의 목소리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곡에 잘 섞여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작곡가팀 런던 노이즈가 만든 알앤비(R&B) 트랙 ‘쌍둥이자리’에선 애절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작곡팀 줌바스가 작업한 경쾌한 팝 ‘스트레스’에선 단단하면서도 청량한 목소리로, 발라드 ‘먼저 말해줘’에선 감정을 절제한 목소리로, 태연의 목소리는 마치 매 트랙마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선언하는 것처러 들립니다. 이번 앨범은 지난 5월에 발매된 그룹 인피니트 성규의 두 번째 미니앨범 ‘27’과 더불어 올해 들어 가장 인상적인 아이돌의 솔로작입니다.

태연은 오는 23일~25일, 10월 30일~11월 1일 총 6회에 걸쳐 서울 삼성동 SM타운 코엑스 아티움 내 SM타운 시어터에서 데뷔 후 첫 솔로 콘서트 ‘태연의 특별한 하루’를 개최합니다. 태연의 진가는 그 자리에서 확인해보시죠.




※ 살짝 추천 앨범

▶ 우효 정규 1집 ‘어드벤처’=신스팝과 어쿠스틱 감성을 오가는 따뜻한 사운드 속에서 부유하는 기계처럼 건조하면서도 담담한 음색. 그 음색이 음악 속에서 펼쳐내는 감정의 결이 다양하다. 더 이상 소녀가 아닌 소녀의 감성이란 이렇게 복잡 미묘한 것인가.

▶ 꽃잠프로젝트 정규 1집 ‘룩 인사이드(Look Inside)’=평범한 일상을 다채롭게 풀어내는 감미로운 멜로디와 섬세한 목소리. 단조로운 구성과 뻔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음악 스타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앨범 전반에 짙게 깔린 아련함의 정서이다.


▶ 이광조 리메이크 앨범 ‘아임 올드 패션드(I’m Old Fashioned)’=이광조의 음색이 새삼 독보적이란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익숙한 멜로디의 스탠더드 넘버. 말하듯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 이예영 정규 1집 ‘온리(Only)’=국내에선 좀처럼 찾기 어려운 하모니카 연주자. 그 중에서도 더욱 귀한 여성 연주자가 들려주는 친근한 소리들. 이것저것 더하지 않은 순수한 하모니카의 매력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따뜻한 앨범.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