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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5. 캐스커 ‘그라운드’ㆍ아이유 ‘챗셔’ 外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0. 28.

전자음을 더 강조하면서도 더 따뜻해진 캐스커.

3년 만의 정식 귀환을 축하!


그리고 아이유... 도대체 이 소녀는 어디까지 진화를 거듭할까.

대중음악사상 전무후무한 캐릭터 아닌가?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5. 캐스커 ‘그라운드’ㆍ아이유 ‘챗셔’ 外

[HOOC=정진영 기자] ▶ 캐스커(Casker) 정규 7집 ‘그라운드 파트 1(ground part 1)’= 최근 들어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란 장르로 각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시장에서 일렉트로니카의 요소가 들어가지 않은 음악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당장 음악 시장의 주류인 아이돌들의 음악부터 모두 EDM이니 말입니다. 

특정 장르의 음악이 어느 날 갑자기 주류로 떠오르는 경우는 없습니다. 비등점에 이르기까지 그 장르를 지켜온 수많은 뮤지션들이 존재해야 가능한 일이지요. 그런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캐스커는 한국 대중음악계에 일렉트로니카의 색을 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팀이 분명합니다. ‘심장을 가진 기계 음악’이란 별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캐스커는 전자음에 탱고,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더해 따뜻한 감성을 가진 일렉트로니카로 장르의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작보다 강조된 전자음입니다. 전작에서 어쿠스틱 악기나 밴드 사운드를 가미한 사운드를 심심치 않게 선보였던 캐스커는 이번 앨범에선 순도 높은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운드들은 하나하나 강렬하면서도 따뜻한 온도를 잃지 않습니다. ‘만월’과 타이틀곡 ‘웃는 사람’은 이번 앨범의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곡이죠. 

캐스커는 지금까지 2년 터울로 꾸준히 정규 앨범을 발표해왔지만, 이번에는 유독 3년이란 긴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앨범을 준비 중이란 소식은 무성했지만,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니 팬들의 궁금증만 더해졌죠. 심지어 캐스커가 다시 앨범을 내놓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기자의 귀에 돌았으니 말입니다. 

그랬던 캐스커의 작업에 속도를 내게 만든 것은 멤버 이준오의 아이슬란드 여행이었습니다. 그곳의 대자연에 압도돼 힘을 얻었다는 이준오는 그 감동을 지난 6월 싱글 ‘산’으로 풀어놓으며 컴백이 머지않았음을 알렸죠. 이준오가 좀처럼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든 아이슬란드 북부 어딘가의 산에서 만들었다는 선율은 바람 같은 융진의 목소리에 실려 장엄하고도 아득한 풍경을 펼쳐냅니다. 본격적인 여행기는 ‘그라운드 파트 2’에서 펼쳐질 듯하군요.


▶ 아이유(IU) 미니앨범 ‘챗셔(Chat-Shire)’=
 아이유의 행보가 흥미로운 이유는, 다음 행보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심지어 연애까지!). 아이유가 지난 2008년 ‘미아’로 데뷔했을 당시만 해도 지금의 아이유의 모습을 상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노래 잘하는 고만고만한 소녀 가수였던 아이유가 처음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어깨에 기타를 메고 나온 이후였죠. 이어 아이유는 ‘좋은 날’로 이른 바 ‘3단 고음’을 선보이며 ‘국민 여동생’의 자리를 꿰차더니 “열심히 못 다닐 것 같다”며 대학 진학을 포기해 가요계를 넘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너랑 나’가 ‘좋은 날’의 속편이란 지적을 받고 음악적 변신을 시도한 ‘분홍신’은 표절 논란에 휘말렸지만, 아이유는 ‘꽃갈피’를 통해 대선배들의 곡들을 조명하며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반전을 보여줬죠. 아이유의 행보는 그 어느 것 하나 전형적인 것이 없었습니다.

이 앨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앨범에는 아이유가 작사ㆍ작곡뿐만 아니라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다는 것 외에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습니다. 특히 이 앨범이 흥미로운 이유는 뮤지션은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프로듀서’ 아이유는 ‘스물 셋’ 자신의 이야기들을 소설 속 캐릭터에 빗대 드러내는 독특한 시도를 합니다. ‘새 신발’에선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제제(Zeze)’에선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제제’, ‘스물 셋’에선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고양이 ‘체셔’, ‘푸르던’에선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 ‘레드 퀸(Red Queen)’에선 ‘거울 나라 앨리스’의 ‘붉은 여왕’, ‘무릎’에선 ‘데미안’의 ‘싱클레어’, ‘안경’에선 ‘바보 이반’의 ‘이반’이 아이유의 분신으로 등장하죠. 

문학과 음악의 결합도 신선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가사와 유기적으로 엮어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아이유의 역량은 정말 대단합니다. 함께 ‘스물셋’을 살펴볼까요? “얄미운 스물셋/아직 한참 멀었다 얘/덜 자란 척해도/대충 속아줘요/난 그래 확실히 지금이 좋아요/아냐 아냐/사실은 때려 치고 싶어요/아 알겠어요/나는 사랑이 하고 싶어/아니 돈이나 많이 벌래/맞혀봐/어느 쪽이게”. 참으로 만만치 않은 소녀입니다. ‘레드 퀸’에선 그동안 아이유를 둘러 싼 상황이 그리 아름답진 않았음이 엿보입니다.

마냥 당돌해 보이던 소녀는 ‘무릎’에서 여린 진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무릎을 베고 누우면/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머리칼을 넘겨줘요/그 좋은 손길에/까무룩 잠이 들어도/잠시만 그대로 두어요/깨우지 말아요 아주/깊은 잠을 잘 거예요”. 정말 세련된 고백 아닌가요? ‘스물 셋’ 아이유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할지 정말 기대가 되는군요.




※ 살짝 추천 앨범

▶ 박근쌀롱 정규 2집 ‘현재의 발견’= 물 흐르듯 편안하게 들리지만 곱씹어 들어보면 연주 하나하나의 난이도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다가가기 쉽지 않은 장르인 재즈인데도 불구하고, 발톱을 굳이 감추지 않은 채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어려운 음악을 쉽게 들려주는 일이 어렵게 들려주는 일보다 훨씬 어렵고 힘겨운 일이니 말이다. 

▶ 얼스 미니앨범 ‘EARLS 3-A EARLSTYLE’= 듣기 부담스럽지 않게 여백을 둔 연주와 그 여백을 채우는 그루브.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시원하면서도 복고적인 펑키 사운드가 매우 매력적이다. 음악 취향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소구력을 발휘할만한 그야말로 ‘신나는’ 앨범.



▶ 에스나(eSNa) 미니앨범 ‘에스나 더 싱어(eSNa The Singer)’= 본토 팝의 정서에 가까운 질감의 풍성한 보컬과 좋은 작곡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2014년 최고의 히트곡 ‘썸’의 작곡가란 타이틀에만 머무를 마음은 없었을 터이다. 돌이켜보면 ‘슈퍼스타K3’에 가수를 꿈꾸는 지망생으로 출연하지 않았던가. ‘싱어송라이터’ 에스나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수작.

▶ 김준수 미니앨범 ‘꼭 어제’= 솔로로 어떤 앨범을 만들어도 늘 기본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는 모범적인 아이돌. 싱어송라이터 루시아가 작곡한 발라드 타이틀곡 ‘꼭 어제’와 시원한 댄스곡 ‘오에오(OeO0)’ 같은 곡도 좋지만, 지난 3장의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던 ‘타란탈레그라’, ‘인크레더블’, ‘꽃’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한 트랙도 놓치지 말 것.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