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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좋아서하는밴드 “먼 훗날 ‘저기’에 우리의 음악이 존재하기를”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1. 6.

좋아서하는밴드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일종의 동료의식을 깔고 있다.

좋아서하는밴드와 처음 만난 건 1집 발매 당시인 2013년 초, 내가 대중음악 취재를 맡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이후 좋아서하는밴드의 음악에 매료된 나는 꾸준히 멤버들과 인연을 맺어오며 앨범 발매 때마다 함께 해왔다.

이제 반은 친구 같은 느낌이다(물론 동갑내기인 손현은 진작 친구를 먹었고...).


고민이 깊었던 만큼 역시나 좋은 앨범을 만들어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런 앨범을 만들어준 멤버들이 참으로 고맙다.

 

이 인터뷰는 헤럴드경제 119일자 29면 톱에도 실린다.




좋아서하는밴드 “먼 훗날 ‘저기’에 우리의 음악이 존재하기를”

[HOOC=정진영 기자] 음악이 만약 온도를 가지고 있다면, 좋아서하는밴드의 음악를 향한 온도계의 눈금은 36.5℃를 가리킬 것이다. 일상의 희로애락을 포근하게 보듬어 주는 진솔한 가사와 이를 실어 나르는 따스한 멜로디. 좋아서하는밴드는 누구나 꺼내놓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특별하게 들리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고 기억에 오래 남는 좋아서하는밴드의 음악은 밥벌이에 치여 잊어버린 좋았던 순간들을 아름답게 되살리는 마법을 보여주곤 했다. 좋아서하는밴드가 지금까지 별다른 홍보 없이 거리에서 판매한 수만 장의 앨범은 그 마법의 증거물이다.

좋아서하는밴드가 정규 2집 ‘저기 우리가 있을까’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멤버 조준호(퍼커션ㆍ우쿨렐레), 안복진(아코디언), 손현(기타). [사진 제공=좋아서하는밴드]


좋아서하는밴드가 지난 5일 정규 2집 ‘저기 우리가 있을까’를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정규작으로는 좋아서하는밴드가 거의 3년 만에 선보이는 앨범이다. 얼핏 듣기에 전작과 비슷한 정서를 가진 앨범이지만, 자세히 더 들어보면 깜짝 놀랄만한 변화가 적지 않다. 지난 3일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좋아서하는밴드의 작업실에서 멤버 조준호(퍼커션ㆍ우쿨렐레), 손현(기타), 안복진(아코디언)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안복진은 “1집과는 달리 멤버가 4명에서 3명으로 줄어든 터라 3명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멤버들 모두 조금 지친 상황이었다”며 “정규 1집이 세간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는데, 그 앨범보다 더 좋은 정규 앨범을 만들 수 있다는 용기가 나지 않아 2집 작업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좋아서하는밴드는 멤버 각자 만든 노래를 스스로 부르고, 앨범에는 각 멤버들의 곡을 비슷한 비율로 담으며,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싱을 하는 것을 규칙으로 움직이는 밴드였다. 1집 활동 당시 좋아서하는밴드는 밴드라기보다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집단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좋아서하는밴드라는 한 팀으로 모여 활동하는 이유와 팀의 정체성에 대한 멤버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고민 끝에 멤버들은 과감히 외부인에게 앨범 제작의 지휘를 맡기고 변화를 시도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멤버들의 선택은 영화음악감독이자 밴드 우쿨렐레 피크닉의 멤버인 이병훈 프로듀서였다. 


조준호는 “우리는 한 팀인데 점점 멤버들의 개성은 뚜렷해지고 나오는 곡들의 색깔도 제각각이어서 ‘좋아서하는밴드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멤버들의 색깔을 포용하면서도 한 팀으로 묶어줄 수 있는 누군가의 조력이 필요했고, 멤버들 모두 동시에 이병훈 프로듀서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손현은 “멤버들 모두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느냐가 프로듀서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며 “이 프로듀서로부터 우리 스스로도 몰랐던 우리의 장점과 단점을 비롯해 음악적으로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우리 함께 하면’과 ‘우린 서로를 모른 채’를 비롯해 싱글로 선공개됐던 ‘명왕성’, ‘웃어줘’, ‘왜 그렇게 예뻐요’, ‘나의 주인공’, ‘친구 사이’, ‘사랑의 베테랑’, ‘지도에 없는 곳’, ‘이런 게 사랑일까’ 등 11곡이 수록돼 있다.

곡의 정서는 전작을 잇고 있지만, 표현 방법은 적지 않게 달라졌다. 지금까지 멤버들 각자 곡을 만들고 그 곡을 각자 불러왔던 좋아서하는밴드는 그간의 방식에서 벗어나 곡에 가장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는 시도를 했다. 이번 앨범 대부분의 수록곡에 멤버들의 목소리가 골고루 들어간 이유이다. 또한 멤버들은 그동안 각자 연주해 온 악기들을 놓고 노래 그 자체에 집중했다. 색소폰, 현악 세션 등의 추가로 전작에 비해 편곡이 다채로워졌지만, 목소리는 담백해진 것도 큰 변화이다.


손현은 “이 프로듀서는 멤버들이 쓴 곡을 세 멤버가 번갈아가며 부르게 하며 곡에 가장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고 색깔을 만들어나갔다”며 “앨범은 기록의 예술이고 라이브는 순간의 예술이다. 멤버들만으로 라이브를 들려줄 수 있는 편곡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앨범 안에서 그 곡을 그 곡 답게 만드는 편곡에 집중했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앨범의 제목 ‘저기 우리가 있을까’는 1집의 제목 ‘우리가 계절이라면’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지만 조금 모호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에 대해 조준호는 “앨범 제목의 모호함은 멤버들이 고민하는 미래를 반영하고 있다”며 “먼 훗날 ‘저기’에 그리고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우리의 음악이 존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좋아서하는밴드는 오는 12월 24~25일 서울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연말 콘서트를 벌인다. 기존의 라이브와는 달리 건반, 드럼, 베이스에 현악 세션까지 더해져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