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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축제에 열광하는 중장년층이 이렇게 많았어?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1. 2.

중장년층들이 트로트 음악으로 이렇게 잘 놀 줄이야...

날씨가 영하에 가까워졌을 정도로 추운데 어르신들이 좀처럼 자리를 떠날 줄을 모른다.

진짜 분위기 장난 아니었다. 

인구 3만도 안 되는 진안군에 군 인구 절반이 넘는 관객들이 찾아오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

지금까지 진안군에 이렇게 많은 외지인들이 찾은 경우는 처음이란다.

트로트에 잠재된 수요가 상당함을 느낀 자리였다.


그리고 또 놀란 사실은 신유, 지원이 같은 가수들을 향한 팬덤이 아이돌만큼 장난이 아니었다.

내 옆자리에 있던 아줌마들 모두 대구, 부산 등지에서 올라온 외지인들이었다.

LED에 피켓까지 들고와서 응원하는데 진짜 쩔었다.


이 페스티벌 앞으로 상당히 가능성 있다.

잘만 파고 들어가면 여느 록페보다 훨씬 수익성도 낫다.

제작비가 록페랑 비교도 안 되니 말이다. 


처음에 반은 농담이었는데, 이 페스티벌은 내가 올해 본 모든 페스티벌 중 가장 힙한 페스티벌이었다.

진심으로.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11월 2일자 29면 톱에도 실린다.

트로트 축제에 열광하는 중장년층이 이렇게 많았어?

[헤럴드경제(진안)=정진영 기자] 대한민국 양대 오지로 꼽히는 영남의 ‘BYC(봉화ㆍ영양ㆍ청송)’와 호남의 ‘무진장(무주ㆍ진안ㆍ장수). 깊어가는 가을의 고요했던 ‘무진장’ 진안고원(鎭安高原)이 때 아닌 구성진 선율과 수많은 인파들의 환호성으로 들끓었다.

김혜연, 하춘화, 설운도, 조항조, 송대관 등 한 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정상급 트로트 가수들이 줄이어 무대에 오르자 1만 5000여 관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4시간 넘게 가수들의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기온은 영하권에 가깝게 뚝 떨어졌다. 그러나 흥에 겨운 관객들은 살을 에는 추위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대규모의 관객들 앞에 선 가수들은 열정적인 무대로 환호성에 응답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마이돈 테마파크에서 열린 제1회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에서 가수들이 열창하고 있다. 왼쪽부터 가수 김혜연, 하춘화, 설운도, 오승근, 송대관. 진안=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지난달 31일 오후 5시 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마이돈 테마파크에서 제1회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이 열렸다. 전국적으로 록ㆍ재즈ㆍ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축제들이 열리고 있지만, 주된 관객은 20~30대 청년층이다.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트로트는 음악 축제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장르이다. 그동안 트로트를 주제로 다룬 음악 축제가 없진 않았지만, 모두 단발성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최초로 지속적인 개최를 표방하며 열린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은 음악 축제의 저변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이날 무대에 오른 가수들은 김혜연을 시작으로 하춘화, 채강미, 진성, 한혜진, 설운도, 지원이, 류청우, 조항조, 오승근, 이동현, 성진우, 신유, 송대관(이상 무대 순) 등 무려 14명에 달했다. 현재 가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정상급과 신예를 망라한 출연진은 여느 록 페스티벌 못지않은 화려함을 자랑했다. 다채로운 조명과 화염, 불꽃놀이 등 무대 장치들은 관객들의 귀뿐만 아니라 눈까지 즐겁게 했다. 

가수 지원이가 지난달 31일 오후 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마이돈 테마파크에서 열린 제1회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에서 열창하고 있다. 진안=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이날 축제에선 트로트 가수들의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이 눈길을 끌었다. ‘트로트계의 엑소’로 불리는 신유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누나 부대’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육감적인 몸매로 군대 위문 공연에서 걸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원이는 수많은 중년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유의 무대를 보기 위해 대구에서 축제를 찾았다는 이연화(48ㆍ여) 씨는 “평소에도 신유의 공연 소식을 들으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늘 찾아다니곤 한다”며 “이번 축제에선 신유 외에도 다른 가수들의 공연까지 함께 볼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고 말했다.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의 홍보대사를 맡은 진성과 지원이의 이색 공약 실천도 볼거리였다. 진성은 이날 무대에서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마이산 정상에 올라 인증사진을 찍겠다”고 약속했고, 지원이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탱크톱’ 의상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진성과 지원이는 지난 8월에 가진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각각 1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면 이 같은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은 지역 축제의 전국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번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은 진안군이 매년 이맘 때 개최하는 ‘진안고원홍삼축제마이문화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도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및 인구현황’에 따르면 진안군의 인구는 2만 6474명이다. 이날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 1만 5000여 명은 진안군 전체 인구수의 절반을 훌쩍 넘는 규모였다. 주최 측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이 몰려, 좌석은 순식간에 만석을 이뤘다. 좌석을 찾지 못한 수많은 관객들은 객석 외곽에 서서 공연을 즐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오후 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마이돈 테마파크에서 열린 제1회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에서 가수들이 열창하고 있다. 왼쪽부터 가수 채강미, 진성, 한혜진, 조항조, 신유. 진안=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이번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의 진행자이자 진안군이 고향인 이제이 작곡가는 “지금까지 진안에 이렇게 많은 외지인들이 모여든 적은 없었다”며 “진안은 무주과 장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국민 인지도가 낮은 편인데, 앞으로도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이 지속돼 진안의 홍보와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트로트 코리아 페스티벌’을 기획한 한방기획의 박태석 대표는 “이번 행사에서도 드러났듯이 트로트 음악 축제를 원하는 중장년층의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앞으로 더욱 규모를 키워 풍성한 무대를 만들고, 지역 축제와 결합해 지역의 명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