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장 곳곳에서 느껴지는 진솔함과 겸손함.
음악과 사람의 싱크로율이 정말 높은 뮤지션이란 생각이 기사를 작성하며 줄곧 들었다.
데미안 라이스 “한국은 내게 늘 집 같은 느낌을 주는 곳”
쓸쓸한 음색과 섬세한 가사로 노래하는 ‘음유시인’, 아일랜드 출신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가 내한공연을 벌인다. 그는 오는 22일 오후 6시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 24일 오후 8시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내한공연을 벌인다. 이번에 세 번째로 내한공연을 벌이는 그는 처음으로 서울 바깥 지역에서 단독 공연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기자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나눈 라이스는 “한국은 저녁 식사에 친구를 초대하듯 나를 자주 초청해줬고, 나 역시 매번 한국에 갈 때마다 그 시간들을 즐겼다”며 “항상 서울에서만 공연을 벌였기 때문에 한국의 다른 지역을 방문해보고 싶었다. 나는 바다를 사랑하기 때문에 부산에서 바다를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고 소감을 밝혔다.
라이스는 2001년 싱글 ‘더 블로어스 도터’로 데뷔, 아일랜드 특유의 서정성을 띤 포크록으로 반향을 일으키며 2003년 정규 1집 ‘오(O)’, 2006년 2집 ‘나인(9)’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다. 특히 그는 내한 공연, 서울재즈페스티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내한한 바 있어 한국 팬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그는 지난해 11월 8년 만의 신보인 정규 3집 ‘마이 페이버릿 페이디드 판타지(My Favourite Faded Fantasy)’를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정규 앨범 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라이스는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긴 수면을 취할 때가 있는데, 8년이란 시간은 내게 8시간 정도의 잠이었다”며 “음악으로부터 한 발 물러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다시 음악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라이스의 음악적 방황은 처음이 아니다. 데미안 라이스는 10대 때 록밴드 주니퍼(Juniper)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해 유명세를 탔지만 대중성을 가진 음악을 원했던 소속사와 마찰을 일으켜 밴드를 탈퇴한 뒤 유럽을 여행하며 거리공연을 하고 이탈리아에서 농사를 지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성공 이후 공허함을 느낀 그는 2집 투어를 끝낸 후 단 2개의 여행 가방만을 둘러맨 채 여행을 다녔다. 특히 아이슬란드는 이번 앨범에 가장 많은 영감을 준 곳이었다.
라이스는 “아이슬란드는 매우 개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국교를 가지고 않아 다양한 사회 행동을 받아들이는 면에서 매우 진보적”이라며 “이 같은 문화가 곡을 쓰거나 녹음하는 작업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전했다.
라이스는 팬들을 대하는 독특한 태도로 유명하다. 그는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대신 안아주거나 악수를 하고, 거리 공연을 통해 팬들과 가까이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유명세에 초연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나는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동등하게 바라보길 바라고, 그들이 나를 내려 보거나 올려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런 태도 때문에 대중의 관심을 버거워 해 수줍다는 말을 듣곤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홍보하는 데 관심이 많지 않을 뿐이다. 나는 뮤지션이기 때문에 음악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이 페이버릿 페이디드 판타지’는 라이스의 음악적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리사 해니건(Lisa Hannigan)이 없이 만들어진 앨범이다. 전작에서 객원보컬로 함께 했던 해니건의 부재는 라이스의 덤덤한 목소리에 왠지 모를 쓸쓸함을 더한다.
해니건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라이스는 “리사와 나는 함께 놀라운 시간을 보냈고 온갖 우여곡절, 편안함과 긴장감 속에서 황홀한 모험을 즐겼다”며 “우리는 서로에게 도전의식을 북돋아줬고 지금의 결과처럼 서로가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우리는 서로에게 훌륭한 선생이자 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모든 것에는 떠나보내야 할 시기가 있고 그것이 인생이라고 본다”며 “리사와 나는 삶의 새로운 단계에 있고 그런 것들은 멋지다고 본다.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를 흐름에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무대가 있느냐는 질문에 라이스는 따로 세트리스트를 만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 감정과 생각들, 그 장소와 공연에 참여한 관객들과 함께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 훨씬 즐겁고 흥미롭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공연 중 마음속에서 옳다고 느끼는 것들을 즉흥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곡을 담은 새 앨범이 있고, 무대에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비들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지난 공연들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며 “지난 공연과 비교해 사운드도 다르고 훨씬 역동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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