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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8. 칵스 ‘더 뉴 노멀’ 外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1. 18.

이번 칵스의 앨범을 들으며 속으로 "쩐다..."라는 감탄사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장르의 구분을 넘어(이미 장르 구분이 의미 없는 음악이긴 하지만) 이 앨범은 그냥 세계 어디에다 내놓아도 어색하지 않은 완성도를 가진 멋진 앨범 아닌가?

이 앨범은 2015년을 대표할 앨범에 반드시 이름을 넣을 앨범이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8. 칵스 ‘더 뉴 노멀’ 外

[HOOC=정진영 기자] ▶ 칵스(THE KOXX) 정규 2집 ‘더 뉴 노멀(the new normal)’= 변화무쌍한 가운데에서도 정교하게 합이 들어맞고, 역동성이 넘치지만 완급조절을 잃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준’이란 자신 만만한 앨범 제목을 납득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습니다. 멤버들이 불과 몇 년 전에는 혈기를 주체 못하는 소년들이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놀라운 변화입니다. 칵스가 지난 7월에 선공개한 싱글 ‘트로잔 호스(Trojan Horse)’를 통해 이미 변화는 감지됐지만, 온전한 앨범으로 조우하는 변화의 부피가 주는 감흥은 싱글과 차원을 달리합니다.

우선 표면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변화를 요약하자면 더욱 커진 스케일과 다채로워진 음악적 스펙트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차분하게 시작해 강렬한 기타 연주와 신스 사운드 조합으로 후반부를 몰아치는 첫 트랙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은 그 변화를 체감하기 위한 준비운동 같은 곡입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서정을 자연스럽게 격정으로 승화시키는 구성과 보컬의 공간감이 돋보이는 ‘에코(echo)’를 비롯해 숀과 이현송이 목소리를 주고받는 동안 멜로디와 연주를 겹겹이 쌓으며 마치 여러곡을 한꺼번에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맨 고(man go)’,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기타 리프로 라이브를 기대하게 만드는 ‘캠프파이어(campfire)’, 전면에 내세운 신스 베이스 사운드로 그루브를 강조한 ‘바이 더 웨이(by the way)’,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다채로운 편곡과 연주로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매드 애슐리(mad ashley)’,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려하고도 장엄한 러브송 ‘아이스 캡(ice cap)’ 등 이번 앨범에는 그야말로 귀를 즐겁게 만드는 곡들이 재생을 멈출 여유를 주지 않고 쉼 없이 이어집니다. 


이 앨범은 사운드의 질감 그 자체로도 무척 매력적입니다. 온갖 다양한 사운드들이 한 덩어리에 유기적으로 조합돼 있지만, 볼륨을 높여 집중해 들으면 그 덩어리를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가 섬세하게 구별돼 들리는 것도 묘미입니다. 현재 국내 음악시장에선 마스터링 작업에서 볼륨을 최대치로 높여 귀를 아프게 만드는 앨범들이 적지 않은데, 이 앨범은 오히려 볼륨을 높이고 들어야 ‘따로 또 같이’란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이어폰보다 스피커로 들어보시길. 설레발일지도 모르지만 이 앨범은 2015년 전체를 대표하는 앨범에 반드시 이름을 올리게 될 것 같군요.

칵스는 오는 12월 20일 오후 7시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뉴 노멀라이즈(New Normalize)’라는 주제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밴드는 역시 라이브죠. 예매는 필수!






※ 살짝 추천 앨범

▶ 루드 페이퍼 정규 2집 ‘디스트로이 바빌론(Destroy Babylon)’= 레게의 본고장 자메이카에서 본고장의 정상급 연주자들을 모아 완성도를 높인 연주는 기본. 각종 사회의 부조리를 여유로운 목소리로 날카롭게 파헤치는 가사는 덤으로 생각하기에 적지 않은 충격. 장르에 대한 고민의 흔적과 집요함이 엿보이는 역작이다.

▶ 로큰롤라디오 미니앨범 ‘라이프 이즈 드림, 위 윌 웨이크 업 앤드 스크림(Life Is A Dream, We’ll Wake Up And Scream)’= 로큰롤라디오의 매번 4인조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드는 다채로운 사운드로 감탄을 자아낸다. 신스 사운드가 더해지긴 했지만 특유의 또렷하게 하나하나 들리는 연주와 그루브가 어딜 가겠나. 그리고 이제 밴드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김내현의 중저음 보컬. 정말 미치도록 매력적이지 않은가?

▶ 홀로그램 필름 미니앨범 ‘코스믹 컬러(Cosmic Color)’= 여백이 많은 록 사운드 위에 세련시켜 입힌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유려한 멜로디. 조금 더 차분해진 이 같은 조합이 이끌어내는 도회적인 감성이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그간 다소 따로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줬던 연주와 보컬의 유기적인 결합도 돋보인다. 

▶ 정차식 정규 3집 ‘집행자’= 가장 날 것의 목소리로 절실하게 부르짖는 구원의 외침. “할렐루야“로 시작해 ”비나이다”로 끝나는 이 앨범은 구원을 외쳐도 달라질 것 없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섬뜩하다. 국내외적으로 불안하게 돌아가는 현실과 맞물리는 가사를 실어나르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든다. 그 불편함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청자의 몫이다.

▶ 트리키네코 정규 1집 ‘모든 계절의 밤’= 한없이 쓸쓸함과 우울함 속으로 파고드는 섬세한 사운드와 목소리. 밤이 마냥 어둡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날이 밝으면 결국 사그라질 어둠이기 때문 아닌가. 이 앨범은 밤을 노래하지만, 밑바닥에선 빛과 따뜻함을 향한 갈망이 느껴진다. 어쩌면 그것이 이 아티스트의 진심인 줄도 모르겠다.

▶ 빅스 정규 2집 ‘체인드 업(Chained Up)’= 단순히 여러 곡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이 정규 앨범이 아니다. 이 앨범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앨범의 적재적소에 배치된 다채로운 장르의 곡들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많은 준비를 하고 내놓았음이 느껴지는 앨범.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