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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6. 김사월 ‘수잔’ 外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1. 4.

아.. 김사월.. 죽이네...

올해 들은 포크 앨범 중 단연 최고작이다.

변화의 여지가 잘 보이지 않는 정형화된 장르의 음악일지라도,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선구자들이 꼭 나오곤 한다.

기대를 120% 만족 시켜준 수작.

올해 나온 모든 앨범들 중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모을 앨범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에프엑스의 앨범도 매우 좋았지만, 이 앨범과 동일선상에 두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6. 김사월 ‘수잔’ 外

[HOOC=정진영 기자] ▶ 김사월 정규 1집 ‘수잔’= 듀오 김사월x김해원이 지난해에 내놓았던 미니앨범 ‘비밀’은 평단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작품이었습니다. 포크 음악에선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관능미를 보여줬던 이 앨범은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 ‘최우수 포크 음반’ ‘최우수 포크 노래’ 등 무려 5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단숨에 문제작으로 떠올랐죠. 이 앨범에서 들려준 김사월x김해원의 연주와 목소리는 감히 말하건대 그 어떤 걸그룹의 노출보다도 ‘섹시’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김사월x김해원은 싱어송라이터 둘의 결합이었다는 사실을. 김사월x김해원은 김사월이 김해원에게 솔로 앨범 프로듀싱을 부탁하기 위한 만남에서 출발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비밀’ 이전에도 각자의 작업물들은 각자의 속도대로 완성됐었다는 사실을. 김사월의 첫 정규 앨범 ‘수잔’은 ‘비밀’의 관능미와는 질감을 달리 하는 섬세함으로 청자를 유혹합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라는 단출한 상차림으로부터 출발하는 포크는 다른 장르에 비해 변화를 보여줄 만 한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결국 포크에서 개성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목소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사월이 ‘비밀’에서 들려준 속내를 알 수 없는 소녀와 농염한 여인의 경계선을 오가는 목소리는 이전의 포크에선 듣기 어려웠던 종류의 음색이었죠. 김사월은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내놓은 이번 앨범에선 섬세하면서도 쓸쓸한 목소리로 앨범에 독특한 색깔을 입힙니다.

돌고 돌아와 둘의 만남의 목적이었던 프로듀서로 이번 앨범에 참여한 김해원의 편곡도 돋보입니다. 단출한 음악이 입체적으로 들렸다면 이는 편곡의 묘 덕분일 겁니다. 앨범 곳곳에 삽입된 현악기, 플루트, 색소폰 연주는 목소리와 기타 연주 사이의 빈 공간에 이질감 없이 스며들되, 목소리의 벽을 뚫고 나오지 않습니다. 여백을 채우는 나른하고도 몽환적인 공간감은 ‘비밀’을 통해 얻은 성취일 겁니다. 비록 ‘비밀’과 ‘수잔’의 작업 순서는 바뀌었지만, 참 잘 바뀌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멋진 공간감입니다.

음원 차트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곡들과 소비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차트 위에 옥상옥으로 올라있는 추천곡들 사이에서 무엇을 들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김사월의 페르소나 ‘수잔’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시죠. 앨범의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의 거리가 이토록 짧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테니.





※ 살짝 추천 앨범

▶ 에프엑스(f(x)) 정규 4집 ‘포 월스(4 Walls)’= 과거 아이돌 음악 트렌드의 최첨단을 이끌었던 SM엔터테인먼트가 오늘날 가장 실험적인 집단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샤이니와 더불어 SM의 온갖 음악적 실험이 이뤄지는 장인 에프엑스가 앨범을 내주는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에프엑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세련미 넘치면서도 마니악한 일렉트로니카를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설리의 부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이스턴 사이드킥 정규 2집 ‘굴절률’= 내일의 기력을 오늘 대출 받아 쓰게 만드는 ‘레드불’ 같은 음악. 전작보다 훨씬 강력한, 그러나 정리된 음악으로 돌아왔다. 물론 밴드 특유의 다채롭고 독특한 리프는 여전하지만 말이다. 앨범의 커버 이미지와 빼닮은 음악이다. 가끔 이렇게 대놓고 화를 내는 음악이 필요할 때가 있다. 라이브에서 여러 관객들이 과도하게 목을 흔들다 병원 신세를 질 듯한 하드보일드 록. 


▶ 신승훈 정규 11집 파트1 ‘아이엠(I am...)’= 신승훈의 솔직한 고백처럼 그의 앨범 중에 대중음악사의 ‘명반’이라고 부를 만한 앨범이 있는 줄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신승훈의 앨범만큼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던 앨범이 얼마나 있을까. 늘 평균 이상의 타율을 내는 신승훈 다운 ‘웰 메이드 팝’. 
▶ 랄라스윗 미니앨범 ‘계절의 공(空)’= 그동안 자주 계절을 노래해 온 랄라스윗이 작정하고 앨범으로 만들어낸 사계(四季). 조금 더 과감해진 편곡, 다가올 계절을 향한 설렘과 지나간 계절을 향한 아쉬움을 낭만으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가사들이 매력적. “타오른다 불꽃이 타오른다/검은 하늘 위/우리 추억이 터져 오른다”(‘불꽃놀이’ 중). 많은 여성 듀오들 사이에서 랄라스윗이 더 눈에 띄는 이유.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