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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9. 더 모노톤즈 ‘인투 더 나잇’ 外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1. 25.

드라마도 보통 하반기에 방송된 작품들이 이런 저런 상을 휩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음악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확실히 전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좋은 앨범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더 모노톤즈의 첫 앨범 'Into The Night'... 

이거 죽이네 죽여...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9. 더 모노톤즈 ‘인투 더 나잇’ 外

[HOOC=정진영 기자] ▶ 더 모노톤즈(The Monotones) ‘인투 더 나잇(Into The Night)’= 복고적이지만 세련됐고, 뜨겁게 질주하지만 여유롭습니다. 밴드 더 모노톤즈의 음악을 이 뻔하면서도 빈약한 언어 이상으로 표현하긴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러나 더 모노톤즈는 이 뻔하면서도 빈약한 언어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단단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더 모노톤즈는 앨범을 내기 전에도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주목했던 밴드입니다. 노브레인, 문샤이너스 등 굵직한 밴드를 거친 인디신의 터줏대감 차승우. H2O, 삐삐밴드, 원더버드, 3호선 버터플라이 등을 거치며 80년대 헤비메탈 태동기부터 음악계에서 자리를 지켜온 언더그라운드의 산증인 박현준. 그 둘이 만나 결성한 밴드이니 입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죠. 더 모노톤즈는 그 흔한 싱글 발매 하나 없이 공연장에서 수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으며 슈퍼 밴드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그러나 보컬리스트의 탈퇴에 이어 밴드의 또 다른 축이었던 박현준마처 탈퇴하기에 이르자 데뷔 앨범 발매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죠. 이 때문에 이번 앨범 발매가 더욱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초기 음악을 연상케 하는 기괴한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들려주는 첫 트랙인 ‘블로 업(blow up)’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뒤 이어 빈티지한 질감의 사운드를 변화를 반복하는 강렬한 리듬으로 쏟아내는 ‘A’는 “이 앨범 정말 물건이다!”라는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게 합니다. 그 위에 실린 “모두가 상실에 관해 이야기 할 때/결국 무엇을 잃은 지는 모르지/모두가 변혁에 관해 떠들곤 할 때/그게 어떻게 얻어지는지는 몰라”와 같은 가사는 또 얼마나 날카롭습니까. 

질주하되 유려한 멜로디의 매력을 잃지 않는 ‘포포(popo)’, 퍼즈 톤의 공간감 넘치는 기타 연주가 서정미를 더하는 ‘인투 더 나잇’, 60~70년대 영국 어딘가의 ‘펍(pub)’으로 자연스럽게 청자를 이끄는 화끈한 로큰롤 ‘브라운 아이드 걸(brown eyed girl)’, 숨 가쁘게 내달리는 라이브의 질감을 매력적으로 살린 ‘왓치맨(watchman)’ 등 귀 담아 들어야 할 다채로운 색깔의 곡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이 같은 복고적인 질감의 음악이 현대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고음부와 중저음부를 선명하게 구별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사운드의 입체감 때문일 겁니다. 

더 모노톤즈는 오는 12월 19일 오후 7시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단독 콘서트를 벌입니다. 입소문으로 떠돌았던 이들의 라이브가 궁금하시다면 이날 공연장으로 찾아오시길. 또 밴드의 다사다난했던 역사도 ‘울트라 젠틀맨’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내년에 개봉된다니 기다려 보시죠.





※ 살짝 추천 앨범

▶ 박주원 ‘집시시네마’= ‘닥터 지바고’ ‘러브 스토리’ ‘대부’ ‘러브레터’ ‘첨밀밀’ 등 한국인이 사랑하는 명화의 주제곡들을 집시 스타일로 재해석한 젊은 거장. 원곡의 아름다운 선율을 화려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되살린 집시 기타 연주의 매력. 여기에 최백호, 전제덕, 프롬, 고상지 등 묵직하면서도 화려한 피처링 뮤지션들에 반도네온, 하모니카, 집시 바이올린, 비브라폰 등 다채로운 악기들까지. 마지막 트랙에 실린 ‘제임스 본드 테마’에서 박주원 기타와 전제덕의 하모니카가 벌이는 대결은 그야말로 압권. 영화 10편을 단숨에 그러나 즐겁게 몰아본 느낌을 받고 싶다면 필청.

▶ 파울로시티 ‘이매지너리 라인(Imaginary Line)’= 앨범 전체를 감싼 퍼즈 톤의 기타 연주가 형성하는 몽환적인 공간감, 극적인 효과를 더하는 편곡과 구성, 그리고 생각보다 질주감 넘치는 강렬한 사운드. 소구력이 크지 않은 포스트록, 그 중에서도 더욱 소구력을 발휘하기 힘든 연주곡 중심의 앨범을 다시 한 번 과감하게 내놓은 뚝심이 매력적이다. 전작 ‘퍼지 네이션(Fuzzy Nation)’에 이어 다시 한 번 매력적인 앨범이 탄생했다. 

▶ 더더 ‘애니바디 히어(Anybody Here)’= 오랜만에, 온전한 밴드의 형태로 돌아온 더더의 차분한 기지개. 그 어느 밴드보다도 여성 보컬리스트의 매력을 잘 살렸던 특유의 감성적인 멜로디와 가사의 감각은 여전하다. 과거에 선보였던 음악과 닮은 듯 다른 복고적인 질감의 사운드. 그 위에 실린 새로운 보컬리스트 이현영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돼 있던 것처럼 더더의 역사 속으로 따뜻하게 스며든다. 늦가을의 좋은 배경음악.

▶ 이현정 ‘위아 스틸 인 러브(We’re Still In Love)’= 깊고 풍부한 재즈 디바의 목소리를 예상하고 CD를 재생했다면, 스피커를 부드럽게 뚫고 나오는 맑은 목소리가 다소 당황스러울 테지만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이 같은 목소리를 재즈라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은 다채로운 음악을 담백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으로 청자에게 전달한다. 뿐만 아니라 앨범에 담긴 피아노와 베이스의 톤과 연주 역시 보컬 이상으로 귀를 잡아끈다. 편안한 기분으로 맞이하는 휴일 같은 앨범.

▶ 익시 ‘네버 엔딩 테일스(Never Ending Tales)’= 포크를 바닥에 깔고 있지만 그 위에 올린 록,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릭 등의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이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다채로운 결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앨범 전체의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는 조금 의문을 남기지만, 내용을 정독한다는 자세보다 그저 풍경을 바라본다는 자세로 앨범을 듣는다면 납득할 만한 어수선함이고 신선함이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