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왕 정진영> 연재 사상 처음으로 식물인듯 식물 아닌 식물 같은 녀석을 주제로 다뤘다.
설마 식물왕이 우담바라를 다룰 줄은 몰랐겠지?
겨울에는 피는 꽃이 없으니 딱 좋은 아이템!
부서를 옮긴 뒤 쓴(지난 주 재활용 제외) 첫 <식물왕 정진영>이라 느낌이 남다르다.
또한 다음 주 금요일은 성탄절이라 지면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 기사가 올해의 마지막 <식물왕 정진영>이 될 듯하다.
1년 동안 45회(특별편 1개 포함)를 연재했다니... 나도 참 징한 놈이다.
1년 더 연재하면(혹은 반년) 꽤 두꺼운 단행본 분량은 쌓일 것 같다.
출판사의 접근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접근한 출판사는 하나도 없다 ㅜㅜ)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12월 18일자 26면 사이드에도 실린다.
[HOOC=정진영 기자] 기적이 믿음을 부르는 걸까요, 믿음이 기적을 부르는 걸까요? 이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인과관계의 딜레마에 빠진 듯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기자에겐 각각 다른 질감으로 다가옵니다. 전자에선 감성을 압도하는 날카로운 이성이, 후자에선 이성을 뒤흔드는 뜨거운 감성이 느껴지거든요.
기자는 문득 인간은 이성보다 감성에 더 기운 동물이 아닌가 생각을 해봤습니다. 믿음이 기적을 부른다는 말은 흔하게 들어봤어도, 기적이 믿음을 부른다는 말은 귀에 서니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으로 마음이 기우시나요?
매년 종종 뉴스 거리로 오르는 식물(?) 하나가 있습니다. 3000년에 한 번씩 꽃을 피운다는 꽃, 바로 우담바라(優曇婆羅)입니다. 우담바라는 ‘영험하고 상서롭다’는 의미를 가진 산스크리트어 ‘우둠바라(udumbara)’를 한자로 음역한 표현이죠. 불교의 경전 중 하나인 ‘금강경(金剛經)’에 따르면 우담바라는 3000년에 한 번씩 피어나 석가여래(釋迦如來)나 전륜성왕(轉輪聖王, 인도신화에서 통치의 수레바퀴를 굴려 세계를 지배하는 이상적인 제왕)과 함께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우담바라는 심심치 않게 중생들의 눈에 띄어 영험함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기자도 몇 번이나 우담바라를 목격한 바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도대체 우담바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학자들은 우담바라를 풀잠자리의 알로 보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우담바라를 풀잠자리 애벌레가 빠져 나간 알껍질이 벌어져 마치 꽃의 모양처럼 보이는 것뿐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는 우담바라란 식물이 실제로 존재하고, 보리수와 더불어 신성하게 여겨진다고 하는군요. 인도의 우담바라는 무화과의 일종이라니 3000년 후에도 활짝 꽃을 피운 모습을 보긴 불가능할 듯합니다. 진짜 기적은 아무래도 인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우담바라는 매년 전국 곳곳에서 피어나 많은 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우담바라를 향한 소박한 믿음이 꺾이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소박한 기적을 바라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언젠가부터 연애, 결혼, 출산, 안정된 일자리 등을 기적으로 여기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누려야 할 삶과 행복이 기적인 세상에는 기댈 것이 많지 않으니, 우담바라를 향한 사람들의 소박한 믿음이 더욱 커진 것은 아닐는지요. “사람이 미래”라던 기업이 가장 모질게 사람을 내치는 세상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마는…….
많은 사람들이 이상향으로 흔히 ‘무릉도원’을 꼽습니다. 사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묘사된 ‘무릉도원’은 대단한 모습이 아닙니다. 그저 전란을 피해 은거한 사람들이 모여 편안한 삶을 사는 조용한 마을에 불과하죠. 당시에는 그런 편안한 삶조차 기적이었기 때문에 ‘무릉도원’이 이상향으로 회자됐던 모양입니다. 다가올 새해에는 우담바라를 향한 소박한 믿음이 소박한 기적으로 이어지고, 더 이상 우담바라가 뉴스거리에 오르지 않는 세상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123@heraldcorp.com
기자는 문득 인간은 이성보다 감성에 더 기운 동물이 아닌가 생각을 해봤습니다. 믿음이 기적을 부른다는 말은 흔하게 들어봤어도, 기적이 믿음을 부른다는 말은 귀에 서니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으로 마음이 기우시나요?
충북 제천시 보건복지센터 주차장 부근에서 발견된 우담바라. [제공=제천시청]
매년 종종 뉴스 거리로 오르는 식물(?) 하나가 있습니다. 3000년에 한 번씩 꽃을 피운다는 꽃, 바로 우담바라(優曇婆羅)입니다. 우담바라는 ‘영험하고 상서롭다’는 의미를 가진 산스크리트어 ‘우둠바라(udumbara)’를 한자로 음역한 표현이죠. 불교의 경전 중 하나인 ‘금강경(金剛經)’에 따르면 우담바라는 3000년에 한 번씩 피어나 석가여래(釋迦如來)나 전륜성왕(轉輪聖王, 인도신화에서 통치의 수레바퀴를 굴려 세계를 지배하는 이상적인 제왕)과 함께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우담바라는 심심치 않게 중생들의 눈에 띄어 영험함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심지어 기자도 몇 번이나 우담바라를 목격한 바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도대체 우담바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학자들은 우담바라를 풀잠자리의 알로 보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우담바라를 풀잠자리 애벌레가 빠져 나간 알껍질이 벌어져 마치 꽃의 모양처럼 보이는 것뿐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는 우담바라란 식물이 실제로 존재하고, 보리수와 더불어 신성하게 여겨진다고 하는군요. 인도의 우담바라는 무화과의 일종이라니 3000년 후에도 활짝 꽃을 피운 모습을 보긴 불가능할 듯합니다. 진짜 기적은 아무래도 인도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우담바라는 매년 전국 곳곳에서 피어나 많은 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우담바라를 향한 소박한 믿음이 꺾이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소박한 기적을 바라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는 언젠가부터 연애, 결혼, 출산, 안정된 일자리 등을 기적으로 여기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누려야 할 삶과 행복이 기적인 세상에는 기댈 것이 많지 않으니, 우담바라를 향한 사람들의 소박한 믿음이 더욱 커진 것은 아닐는지요. “사람이 미래”라던 기업이 가장 모질게 사람을 내치는 세상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냐마는…….
서울 행당동 한양대학교 제3법학관에서 촬영한 우담바라.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많은 사람들이 이상향으로 흔히 ‘무릉도원’을 꼽습니다. 사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묘사된 ‘무릉도원’은 대단한 모습이 아닙니다. 그저 전란을 피해 은거한 사람들이 모여 편안한 삶을 사는 조용한 마을에 불과하죠. 당시에는 그런 편안한 삶조차 기적이었기 때문에 ‘무릉도원’이 이상향으로 회자됐던 모양입니다. 다가올 새해에는 우담바라를 향한 소박한 믿음이 소박한 기적으로 이어지고, 더 이상 우담바라가 뉴스거리에 오르지 않는 세상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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