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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왕 정진영

<식물왕 정진영> 51. ‘진달래’냐 ‘철쭉’이냐…그것이 문제로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6. 3. 24.

이번에는 조금 실용적인 내용으로 기사를 준비했다.

앞으로 몇 차례는 이런 형식의 기사를 써볼 생각이다.

매화와 벚꽃과 살구와 앵두, 개나리와 영춘화 등.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3월 25일자 26면에도 실린다.



[HOOC=정진영 기자] 얼마 전 기자가 공연을 보기 위해 홍대 앞에 다녀왔을 때의 일입니다. 마침 홍대 정문 근처에 매화가 피어나 길을 지나가던 많은 여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더군요. 그중 한 여학생이 “벚꽃이 정말 예쁘게 피었다”며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그러자 그 여학생의 친구가 “이 꽃은 매화가 아니냐?”며 반문했습니다. 둘은 잠시 동안 옥신각신하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자리를 떴습니다. 기자는 그 모습을 보고 잠시 웃음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이맘 때 이와 비슷한 논쟁에 휩싸이는 꽃 중 하나가 진달래입니다. 진달래와 함께 논쟁의 대상으로 오르는 꽃은 철쭉이죠. 여러분은 진달래와 철쭉을 구별할 줄 아시나요? 둘의 모습을 구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면, 이 기사는 올봄에 꽤 쓸 만한 길잡이가 돼 줄 겁니다.


대전 대덕구 송촌동 정수사업소에서 촬영한 진달래.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가장 쉬운 구별법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우선 꽃이 핀 모습을 보시죠. 가지에 꽃만 피어 있나요, 아니면 꽃과 잎이 가지에 같이 매달려 있나요? 전자는 진달래이고, 후자는 철쭉입니다. 진달래는 철쭉과 달리 꽃이 다 지고 난 후에야 잎이 돋아납니다. 반면에 철쭉은 잎이 먼저 나오고 꽃이 피거나, 꽃과 잎이 같이 돋아나죠. 이것 하나만 알고 계셔도 진달래와 철쭉의 구별은 누워서 떡먹기입니다. 

번외로 한 가지를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철쭉과 영산홍은 서로 비슷하게 생긴데다 개화시기도 겹치고, 꽃과 잎이 같이 돋아나는 식물이어서 한 눈에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가 막힌 구별법 하나가 있습니다. 철쭉은 진달래처럼 수술의 수가 10개지만 영산홍은 5개입니다. 참 쉽죠?

이번에는 심화학습입니다. 진달래의 개화 시기는 철쭉보다 이릅니다. 진달래는 빠르면 3월에도 볼 수 있지만, 철쭉은 4월쯤 돼야 눈에 띄기 시작하죠. 찬바람 부는 3월에 연분홍색 꽃을 보셨다면, 진달래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진달래는 꽃잎 안쪽에 희미하게 반점이 보이지만, 철쭉은 반점이 매우 뚜렷합니다. 또 진달래와는 달리 철쭉은 꽃받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다르죠?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촬영한 산철쭉.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다들 잘 아시다시피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입니다. 진달래는 화전, 샐러드 등으로 각광받는 식재료이기도 하죠. 전통주 중에서도 명주로 꼽히는 두견주의 원료도 진달래이고요. 그러나 철쭉은 그레이아노톡신(Grayanotoxin)이란 독성 물질을 가지고 있어서, 먹으면 심한 배탈과 구토를 유발합니다.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꽃’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해할만 합니다. 다만 진달래 또한 꽃술에 미량의 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먹을 때 반드시 꽃술을 떼어내야 합니다. 잊지 마세요!

진달래 개화 소식이 곳곳에서 북상하고 있습니다. 진달래는 봄꽃 중에서 화사하기로는 제일로 꼽히죠. 신록으로 뒤덮이기 전, 만개한 진달래로 곱게 물든 산의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자연이 내주는 환상적인 풍경은 부지런한 자의 몫입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