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음악기자가 아닌 내가 기사로 작게 나마 기명신 대표를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뿐인 것 같아서 잠잘 시간을 버렸다.
다시 한 번 기 대표의 명복을 빈다.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3월 18일자 26면 사이드에도 실린다.
[HOOC=정진영 기자] 오는 20일은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인 춘분(春分)입니다. 천문학의 설명에 따르면 춘분은 천구(天球)의 적도(赤道)와 황도(黃道)가 만나는 점을 지나가는 날입니다. 이 같은 정의가 다소 어렵게 다가오나요? 사실 춘분에 대해선 한 가지만 알고 계셔도 삶에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춘분을 기점으로 낮이 밤보다 길어집니다. 간단하죠?
춘분이 지나면, 세상은 확실하게 봄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낮이 길어져서 기온이 오르는 만큼, 겨우내 메말랐던 나뭇가지와 땅에선 본격적으로 새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죠. 이맘 때 무수히 많은 별들이 햇살이 고이는 가장 낮은 곳으로 쏟아집니다. 그러나 그 별들은 크기가 작아 허리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죠. 바로 별꽃입니다.
서울 청계천에서 촬영한 별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별꽃은 유럽 원산의 두해살이풀인데, 오늘날엔 전 세계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합니다. 흔하다는 것은 그만큼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방증하죠. 별꽃은 터를 가리지 않아 볕이 잘 들고 건조하지 않은 곳이면 어디에나 뿌리를 내립니다. 또한 별꽃은 보통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꽃을 피우는데, 햇살이 닿는 곳에선 겨울에도 꽃이 핀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작지만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흔한 꽃이라고 그 모양까지 흔하다고 오해하면 곤란합니다. 이보다 더 별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 꽃은 아마도 찾기 어려우실 테니 말입니다. 토끼의 귀를 닮은 하얀 꽃잎도 앙증맞은 생김새를 자랑하죠. 별꽃의 학명 ‘스텔라리아(Stellaria)’도 라틴어로 별이란 의미를 가진 ‘스텔라(Stella)’에서 유래합니다. 별꽃의 원산지인 유럽의 사람들도 이 작은 꽃을 보고 우리와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서울 예장동 남산공원에서 촬영한 쇠별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별꽃은 개별꽃, 참개별꽃, 큰개별꽃, 가는잎개별꽃, 쇠별꽃 등 많은 형제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 쇠별꽃이 별꽃과 더불어 가장 흔하게 눈에 띕니다. 쇠별꽃은 별꽃에 비해 꽃의 크기가 약간 작지만, 언뜻 보면 거의 같은 모양이어서 한눈에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확실한 구별 방법은 암술대를 확인하는 겁니다. 별꽃의 암술대는 3개로 갈라져 있고, 쇠별꽃의 암술대는 5개로 갈라져 있거든요. 이것만 알고 계시면 별꽃과 쇠별꽃의 신원 확인은 끝납니다. 참 쉽죠?
별꽃의 꽃말은 ‘추억’입니다. 밤하늘의 별과는 달리,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별꽃의 특징을 잘 드러낸 꽃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는 길가에 쪼그려 앉아 꽃을 피운 별꽃을 바라보며,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별처럼 빛나는 활동을 벌이다 이제는 ‘추억’이 돼 버린 한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홍대 인디 신의 좋은 음악을 알리기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15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기명신 러브락컴퍼니 대표. 별꽃에 대한 이야기를 핑계로 기 대표의 명복을 빕니다.
123@heraldcorp.com
서울 청계천에서 촬영한 별꽃무리.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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