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필자로서 여섯 번째로 만나 인터뷰를 나눈 뮤지션은 알레그로이다. 나야 그냥 뭐 세훈이형이란 호칭이 익숙하지만.
곧 첫 정규앨범을 발매하는 세훈이형을 만나 인터뷰를 빙자한 술자리를 가졌다. 도시를 노래한 아티스트들은 많았지만, 도시를 따스한 시선으로, 그리고 꾸준하게 그려온 아티스트는 이 형말고 떠오르지 않는다. 퇴근길에 마음을 다독이기에 좋은 음악들이다.
다시 한 번 첫 정규앨범 발매를 축하!!
알레그로 “이 노래들은 도시에 사는 나와 당신의 이야기”
도시라는 공간은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안겨주는가. 도시의 쓸쓸함과 서글픔을 조명했던 조용필의 ‘꿈’이나 삭막한 도시의 일상을 추적한 밴드 넥스트(N.EX.T)는 ‘도시인’과 같은 곡들에서 볼 수 있듯이, 도시를 주제로 다룬 곡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편이다. 아니면 화려하거나 혹은 과장돼 있거나.
싱어송라이터 알레그로(Allegrow)가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에선 따뜻한 온도가 느껴진다. 지난 2013년 EP ‘뉘 누아르(Nuit Noire)’로 데뷔한 알레그로는 지금까지 도시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을 서정적인 필치로 그려내는 데 주력해 왔다. 그가 이달 중 첫 정규앨범 ‘도시여행지침서’를 발표한다. 이번 앨범 역시 주제는 ‘도시’이다. 이에 앞서 그는 싱글 ‘도시여행지침서-서문’을 발표하며 첫 정규앨범 발표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최근 서울 신촌의 한 주점에서 그를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도시여행지침서’라는 앨범의 타이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내게 도시라는 공간은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일상의 주된 배경이다. 이번 앨범은 외롭고 쓸쓸하며, 어느 때에는 따뜻한 이 도시에 사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자기고백서이자 다른 삶에 대한 관찰서인 이번 앨범이 도시 생활에 지친 누군가에게 위로 혹은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지침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을 앨범 타이틀에 담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역시 ‘도시’를 주제로 하고 있다. 도시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도시는 당신에게 어떤 음악적 영감을 주는가?
‘도시’라는 아이템은 알레그로가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감성의 가장 중심이 되는 내용이다. 단순히 장소로서의 도시보다는, 그 안에서 비슷한 생활패턴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는 도시 야경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도시 야경들을 보고 있으면 그 크고 작은 불빛들이 모두 도시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불빛은 작고 흐리며, 어느 불빛은 크고 화려한데 그 조화가 멀리서 보면 참으로 장관이다. 하지만 그 왜소한 불빛부터 크고 화려한 불빛까지 모두 각자의 고민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각 불빛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나 역시 그 불빛 중에 하나이니까.
선공개된 싱글은 ‘서문’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새 앨범은 마치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되는 듯한데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 계획인가?
이번 앨범에는 몇 개의 챕터가 있으며, 챕터 별로 이야기하고픈 테마를 담고 있다. 메인 테마는 크게 보면 ‘감정’들인데, 살면서 느끼는 크고 작은 감정선들을 잡아내고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앨범에선 각 테마에 맞는 이야기들을 담은 곡들을 선보이게 될 예정이며, 전체적으로 어떠한 특정 주제를 확정하고 유지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기보다는, 단편집처럼 한 챕터에 하나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전체적으로 도시 및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무엇보다도 사운드가 전작에 비해 질적으로 매우 높아졌다. 어떤 면에서 많은 신경을 썼나.
데뷔앨범을 만들 때에는, 내가 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내게 부족한 부분도 많은데, 그걸 혼자 다 해내려 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싱글들을 차례로 발매하면서 그런 강박을 내려놓기 시작했고, 적절한 역할 분담 및 자원의 배치를 통해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법을 알게 됐다.
데뷔 3년 만에 발표하는 첫 정규 앨범이다. 감회가 어떤가?
지난 3년간 정말 다사다난 했다. 덕분에 제작하면서 중간에 의욕을 잃기도 하고,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방황을 했다. 조금 제작하다 멈추고, 몇 달 쉬다가 다시 시작하는 일을 반복하다보니 결과적으로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앨범 발매를 앞둔 지금, 설레고 신난다기보다는 그저 내가 잘 버텼고 조금씩 걷고 또 걸어서 드디어 완성했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대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우선 먼저 싱글로 선공개된 ‘세상의 모든 밤들’과 ‘공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떤 배경을 가진 곡인가?
이미 언급했듯이 이번 앨범은 몇 개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선공개된 2곡은 ‘애틋함’과 ‘좌절’이란 테마의 챕터의 이야기이다.
‘세상의 모든 밤들’은 ‘애틋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은 두 사람에게 동일한 가치이지만, 깊이는 상대적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이에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보려 했다. 만화처럼 매일 스쳐 지나가는 익숙한 밤거리, 불빛 등 이런 풍경들이 의인화돼 화자를 위로해 주는 모습을 상상했다. 오늘은 내일보다 나을 거라는 희망을 생각하고 쓴 곡이다.
‘공전’은 ‘좌절’에 대한 이야기이다. 행성을 공전하는 위성은 행성과 가까운 존재이지만, 그 위성의 궤도는 절대 행성을 만날 수가 없다. ‘공전’이라는 모티브는 그 사실에서 착안했다. 내용은 극도의 외사랑을 표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어떤 형태로든 표현되는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이든 성공이든, 살면서 본인은 절박하더라도 결국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종종 마주하게 되는데, 그 꿈을 놓는 순간의 서글픔과 먹먹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가슴에 이루지 못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포기해야만 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노래이다.
자신이 남성 보컬인데도 불구하고 또 다른 남성 보컬 짙은을 피처링 보컬로 기용한 것은 꽤 신선해 보인다. 어떤 의도였나?
음악 작업을 할 때 나는 기본적으로 작업물에 대해서 프로듀서 입장에서 접근한다. 각 아티스트마다 가지고 있는 감정의 색깔과 진폭이 어울리는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프로듀서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쓴 노래들이지만 의도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보컬리스트가 있다면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공전’은 처음부터 짙은의 목소리를 생각하고 만든 곡이다. ‘공전’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서글픔과 먹먹함, 처연함 등을 표현하는데 짙은의 보이스 톤이나 창법 등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짙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좋은 아티스트와 협업은 더욱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프로모션 사진과 영상들이 인상적이다. 도시가 이렇게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장소였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모두 직접 만난 풍경들인가?
인스타그램 프로모션은 기획단계에선 나와 회사가 논의했지만, 실제 구현까지는 소속사 파스텔뮤직 직원들의 공이 무척 크다. 나는 직장에 묶인 몸이라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덕분에 나를 지원해주는 파스텔뮤직 직원들의 사진 실력을 볼 수 있어 좋기는 한데, 워낙 다들 바쁘게 사진 찍으러 다니느라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파스텔뮤직 직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나머지 수록곡들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나머지 수록곡들의 테마는 ‘후회’ ‘시간’ ‘공허’ 등이다. 발랄한 곡도 있고, 감성적인 곡도 있고 다양한 편곡과 구성으로 배치해 보려고 노력했다.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으니, 나중에 앨범이 나오면 꼭 들어주길 바랄 뿐이다.
짙은 외에도 다른 뮤지션들이 참여하는가?
미리 언급하긴 어렵지만, 기성 아티스트 및 신인 아티스트 등 몇 분들과 함께한 곡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모두 자기 일처럼 도와줘서 아주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을 했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 기대해 달라.
지겹도록 들었겠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직장과 음악을 병행하는 것의 장단점을 묻고 싶다.
장점은 안정적인 생활이고, 단점은 시간부족과 집중력 저하가 아닐까 싶다. 사실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사회활동을 하다 보면 음악에 오롯이 헌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게 좀 아쉽다. 그리고 나는 직장인과 뮤지션의 그 경계선을 타고 있는 상황이라, 컨디션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 이건 나이의 문제인가?
단독 콘서트는 언제 열 예정인가?
앨범 발매 후, 구체적인 계획을 잡을 생각이다. 올해에는 꼭 단독공연을 해서, 여름이나 가을쯤에는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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