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이명'의 필자로 만난 일곱 번째 인터뷰이는 밴드 뷰티핸섬이다. 얼마 전 웨스트브릿지에서 열린 뷰티핸섬의 공연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잘 빠진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라고 생각은 해왔지만, 라이브에서 이 정도로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있나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공연 뒤풀이에서 에디전을 비롯해 멤버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다들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메일로 나눴다.
뷰티핸섬 “운명이라고 믿는다면 최선 다해야 하지 않을까?”
지난 4월 23일 오후 서울 서교동 웨스트브릿지. 첫 정규 앨범 ‘Destiny’를 발표한 밴드 뷰티핸섬이 무대에 올랐다. 앨범 발매 후 첫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의 모습에선 망설이는 태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앨범에 담겨 있는 잘 빠진 팝은 라이브에서 멤버들의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더해지자 다른 곡으로 변신했다. 수많은 버스킹으로 다져진 노련한 무대 매너는 시종일관 관객들을 들었다 놓으며 객석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밴드의 진가는 라이브에서 드러난다는 뻔한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무대를 마친 뷰티핸섬의 멤버 에디전(보컬ㆍ기타), 곽진석(퍼커션), 이재(베이스), 제임스킹(키보드), 만두채플린(드럼)을 공연 뒤풀이가 마련된 서울 상수동의 한 식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더욱 자세한 이야기는 이메일을 통해 나눴다.
데뷔 후 첫 정규 앨범이다. 소감을 듣고 싶다.
에디전 : 첫 정규 앨범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이 앨범을 내놓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고, 많은 도움의 손길들이 있었다. 도움을 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Destiny’라는 앨범의 타이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에디전 : 세상 모든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운명(Destiny)’이란 단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했지만, 그 공부가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아 휴학을 하고 음악을 시작했다. 뮤지션의 삶은 안정된 생활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 음악을 시작할 때에는 불안했지만, 지금까지 활동하다보니 정규앨범도 발매하고 여러 무대에도 설 수 있게 됐다. 내 안의 ‘운명’이 현실이 된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찾고 있지만, 그 사람이 처음부터 우리를 받아들여줄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렇더라도 그 사람이 운명의 상대라고 믿는다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앨범의 트랙리스트는 ‘썸’ 단계부터 사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고, 이 것이 ‘Destiny’를 앨범 타이틀로 정한 이유이다.
무엇보다도 사운드가 훌륭하다. 박병준 프로듀서의 참여가 많은 역할을 하고, 스튜어트 혹스의 마스터링이 이에 한 몫을 한 듯한데 이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가?
에디전 : 처음 소속사(슈가레코드)와 정규 앨범에 관한 얘기를 나눴을 때 누구에게 프로듀싱을 맡길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소속사 대표가 박병준 음악감독을 추천했고, 멤버들도 자체적으로도 프로듀서를 맡길 만한 인물을 알아보다가 결국 박 감독에게 앨범을 맡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박 감독은 우리의 EP ‘너를 사랑하니까’의 마스터링을 맡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타이틀곡 ‘더 원(The one)’을 비롯해 각 곡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싶다.
에디전 : 앨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를 그리는 만큼 트랙리스트 순으로 소개하는 게 옳을 것 같다. ‘Destiny’는 본능적으로 나에게 맞는 그 무언가를 찾는 과정을, ‘Meant To Be’는 자아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It’s Up To Time’은 장애를 극복하고 재도전 의지를 다지는 과정을, ‘Better Than Me’는 모든 사람들이 나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The one’은 예정된 사람을 찾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거부하는 상황을, ‘Can’t Stop Loving You’는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Felt Like Forever’는 오랜 외로움 끝에 마침내 찾아온 연인과의 행복한 순간을, ‘Love Love Love 2’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Before It’s Too Late’는 인생을 소중히 여기자는 메시지를, ‘Second Chance’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실수에 대한 후회를, ‘다른 길로 갔다면은’ 만약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스스로 질문을 하면서 갈망해 온 행복을 마침내 찾은 상황, ‘너를 좋아하니까’는 좋아하는 이를 향한 고백을, 마지막 곡 ‘Let’s Dance’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곡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길로 갔다면’을 강조하고 싶은데, 지금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는가?
에디전 : 13살 무렵, 음악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당시 나는 캐나다에서 살고 있었는데, 집에 통기타가 있었고 연주해보니 흥미가 생겨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 1년 동안은 먼저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고, 이후 일렉트릭 기타를 구입한 뒤 블루스와 재즈를 공부했다.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작곡을 시작했고, 그 후에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한국으로 돌아와 각종 대회와 오디션 프로그램에 활발히 참가했다.
만두채플린 : 아직도 그날이 선명히 기억난다. 고3 여름방학을 5일 앞둔 교실에서 창밖에 지나가는 구름을 보면서 지금 교실에서 내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너바나(Nirbana), 라디오헤드(Radiohead), 서태지 등 뮤지션들을 좋아하는 걸 넘어 직접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후 본격적으로 드럼을 배우게 됐고, 늦게 음악을 시작한 만큼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22살에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제임스 : 어린 시절 교회에 다닌 터라 항상 음악을 가까이했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어려서부터 클래식, 팝, 록, 광고음악, 영화음악 등에 관심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취미로 음악을 독학하다가 영화음악 작곡가의 꿈을 갖고 대학 졸업 후 연세대 영상음악원에 진학함과 동시에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되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
곽진석 : 뮤지션이 되겠다는 꿈이 없이 그저 대학에 가기 위해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처음에는 오토바이 정비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에 다니던 도중 교통사고로 일 년 동안 휴학을 하며 오토바이 정비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 이후 우연히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퍼커션을 접했다. 그 후 전공을 퍼커션으로 바꿔 학교를 졸업했고 뮤지션이 됐다. 앞으로 30살까진 지금처럼 막연하게 살아보고 싶다.
이재 : 친오빠가 베이스를 연주했기 때문에, 중학교 재학 시절 자연스럽게 베이스를 잡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초등학교 때 적어냈던 꿈도 밴드였었다. 어린 시절부터 밴드를 하고 싶었고, 베이스라는 악기는 밴드 활동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밴드 내에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었고, 그 생각으로 20살 때부터 밴드 생활을 하게 됐다.
밴드 결성계기에 대해 듣고 싶다.
제임스 : 만두채플린이 연 하우스파티 ‘루프탑바머스파티’를 통해 멤버들과 인연을 맺었다. 만두채플린은 자신의 집에 뮤지션들을 초대해 하우스 파티를 열고 우리를 초대했다. 에디전과 곽진석, 이재는 ‘에디전 AU(어쿠스틱 유닛)’으로 활동 중이었는데 이 하우스파티에서 만났다. 나는 만두채플린과 ‘스토리안’이라는 밴드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팀이 해체된 뒤 만두채플린이 나를 ‘에디전 AU’로 섭외했다. 5인 체제로 지난 2014년 1월 성수아트홀에서 소음밴드와 함께 기획공연을 열며 밴드로서의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지금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뒤 밴드명을 뷰티핸섬으로 바꿨다.
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드러머와 퍼커션 멤버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런 독특한 라인업을 구성하게 됐는가?
에디전 : 밴드 시작 당시 나와 곽진석이 주축이었다. 만두채플린은 내 쇼케이스를 도와준 인연을 가지고 있었고, 곽진석과 만두채플린 역시 서로 친분이 있던 상태였다. ‘에디전 AU’가 드럼이 필요한 공연에 섭외될 경우 만두채플린이 멤버들에 더해지곤 했고, 이런 식으로 유동적인 관계가 지속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독특한 라인업이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라이브 퍼포먼스가 앨범 이상으로 훌륭해 놀랐다. 훌륭한 연주력을 유지하기 위한 팀워크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제임스 : 개인 연습과 합주와 녹음 등 밴드 활동 외에도 멤버들 모두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사실 멤버들 개개인의 목표는 인디 팝 밴드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었다. 만두채플린은 버클리에서 재즈드럼을 전공했고, 곽진석은 퍼커셔니스트로 다양한 가요 세션 활동 및 재즈밴드 경험이 있으며, 에디는 출중한 기타 연주력과 작사ㆍ작곡 실력을 갖추고 있고, 이재 역시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치기 위해 밴드를 꾸리고자 음악을 시작했다. 나 또한 키보디스트, 프로듀서 겸 영화음악감독이 꿈이었다. 이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팀으로 만나다 보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탁월한 연주를 들려줬다. 또한 밴드로서의 합을 다지기 위해 합주한 시간들도 무시할 수 없다. 각자 스스로의 연주를 책임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습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조언을 하기도 하며, 조언을 받으면 그것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효율적으로 합주하기 위해 자신과 멤버들의 연주를 모니터 하는 등의 노력이 팀워크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뷰티핸섬은 버스킹으로 많은 현장 경험을 쌓은 밴드이다. 버스킹은 밴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에디전 : 버스킹은 우리에게 많은걸 가르쳐줬다. 시작은 당장 하루의 생활비를 벌기 위함이었지만, 해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생산수단 중 제일 재미있고 쉬운 일거리였다. 우리는 일주일에 3~5회 정도 버스킹을 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멤버들 간의 음악적 호흡도 맞게 됐다. 수많은 버스킹은 멤버들이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음악적인 느낌을 교감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버스킹을 통해 우리가 즐기며 연주하는 법을 배웠다.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를 배웠고,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 정신력도 키웠다. 또한 버스킹은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고, 또 멋진 연주자들도 많다는 사실도 알게 해줬다. 하지만 버스킹에 절대로 모든 것을 걸진 않았다. 우리는 버스킹을 하기 위해 모인 밴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무대에 서야겠다는 마음가짐을 늘 잃지 않았다. 버스킹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좋은 경험과 훈련이었다.
앞으로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는가?
에디 전 : 국내 무대 중에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서보는 것이 일단 목표이다. 그리고 멤버들 모두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무대를 동경한다. 그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오는 21일 그린플러그드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다른 페스티벌 몇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될 것 같다. 이보다 앞서 9일 먼데이 프로젝트와 벨로주에서 기획공연을 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팬들과 곡을 나누며 소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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