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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왕 정진영

<식물왕 정진영> 54. ‘네잎클로버’의 행운은 넝쿨째 숨어 우리를 기다린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6. 5. 19.

네잎클로버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지만, 이를 실제로 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번에 다룬 식물은 토끼풀이지만, 주된 글의 내용은 네잎클로버에 대한 것이다.

이 잡설이 조금이나마 네잎클로버를 알고 또 찾는 데 힘이 되길 바란다.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5월 20일자 26면 사이드에도 실린다.





[HOOC=정진영 기자] 기자가 얼마 전 여름꽃들을 확인하기 위해 청계천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청계천변 자전거 도로 구석에서 꽃들을 관찰하던 기자의 곁으로 한 쌍의 연인이 다가왔습니다. 연인은 쭈그려 앉아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나 여름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연인의 탐색은 길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기자는 손을 털고 일어나는 연인을 붙잡으려다 괜한 참견 같아 말았습니다. 기자의 눈에는 연인이 찾던 무언가가 보였거든요. 바로 네잎클로버입니다.


서울 청계천에서 촬영한 토끼풀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네잎클로버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토끼풀의 돌연변이 잎입니다. 토끼풀은 장미목 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입니다. 토끼풀은 봄이 오면 전국 지천의 바닥을 푸른 잎으로 덮고, 초여름부터 소박한 모양의 흰 꽃을 피우는 매우 흔한 식물이죠. 

토끼풀이 우리나라에 터를 잡은 시기는 최근의 일입니다. 토끼풀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지난 1921년에 출간된 모리 다메조 경성제대 교수의 저서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에 남아 있습니다. 이 책은 토끼풀이 사료로 재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죠. 토끼풀이란 우리말 이름의 유래를 추정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불과 한 세기 사이에 토끼풀은 식물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식물이 됐으니, 참 대단한 생명력과 번식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토끼풀이 우리에게 친숙해진 결정적인 이유는 네잎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으로 취급 받기 때문입니다.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 당시 알프스 산맥을 넘어가던 중 네잎클로버를 발견, 이를 신기하게 여겨 뜯으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총알을 피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전설이죠. 


대전 계룡로네거리에서 발견한 네잎클로버.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네잎클로버의 발생 원인은 태생이 기형인 경우와 생장점에 상처를 입은 경우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 중 후자의 경우가 흔한 편이죠. 토끼풀은 밟혀서 생장점에 상처를 입으면, 그 상처에서 잎을 하나 더 뽑아 올립니다. 네잎클로버 각각의 잎 크기가 균일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고,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입니다. 네잎클로버의 발생 원인을 미뤄보니, 두 꽃말의 차이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지 않나요? 

요즘은 네잎클로버만 나오는 토끼풀 품종도 있기 때문에, 누구나 원한다면 쉽게 네잎클로버를 구입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만들어낸 행운의 감동은 직접 발견한 행운의 감동과 비교하기 어려울 겁니다. 


서울 청계천에서 촬영한 토끼풀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수많은 네잎클로버를 채취해 본 경험을 가진 기자가 네잎클로버를 찾는 요령을 알려드리지요. 우선 어떻게든 네잎클로버 하나를 찾으세요. 말장난 같지만 하나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꽤 많은 인내가 필요할 겁니다. 네잎클로버를 하나 찾으셨다면 그것에 만족하지 말고 주변을 꼭 더 뒤져보세요. 네잎클로버가 존재하는 곳 근처에는 반드시 또 다른 네잎클로버가 여럿 숨어있더군요. 시작은 꽤 어렵겠지만, 곧 행운이 넝쿨째 굴러오는 즐거움을 맛 볼 수 있을 겁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