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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왕 정진영

<식물왕 정진영> 55. 연인을 위해 ‘괭이밥’을 뒤적이는 빛나는 마음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6. 5. 26.

지난주에 토끼풀을 쓰면서 이번 주에는 괭이밥을 '식물왕'으로 다루기로 이미 결정한 터였다. 

네잎클로버를 찾겠다고 엉뚱하게 괭이밥을 뒤지는 연인들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말이다. 

서로 비슷한 곳에서 자라고 잎의 모양도 언뜻 보면 비슷하니 착각할 수밖에. 하지만 그런 모습도 재미있고 정겹다.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5월 27일자 26면 사이드에도 실린다.




[HOOC=정진영 기자] 매화와 벚꽃, 개나리와 영춘화처럼 서로 비슷하게 생긴 식물들은 이름을 혼동하기가 쉽습니다. 이처럼 서로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식물들 때문에 종종 우스운 일이 벌어지곤 하죠. 기자가 매년 이맘때면 길에서 목격하는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연인들이라면 흔히 쌓는 추억 중 하나가 길가에 쭈그려 앉아 네잎클로버를 찾는 일일 겁니다. 기자가 이맘 때 길가에서 꽃들을 렌즈에 담다 보면 자주 목격하는 흐뭇한 풍경이죠. 그런데 종종 엉뚱한 곳에서 네잎클로버를 뒤적거리며 시간을 허비하는 연인들이 있습니다. 기자는 그런 연인들에게 한 마디 던져주고 싶지만,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그냥 내버려두곤 합니다. 토끼풀이 아니라 괭이밥을 뒤지니 네잎클로버가 보일 리 있나요.


서울 청계천변에서 촬영한 괭이밥의 잎과 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괭이밥은 쥐손이풀목 괭이밥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남미 원산인 귀화식물입니다. 괭이밥은 토끼풀처럼 3장의 작은 잎으로 이뤄진 복엽을 가지고 있어 언뜻 보면 서로 비슷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괭이밥은 둥근 잎을 가진 토끼풀과는 달리 온전한 하트 모양의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괭이밥은 작고 노란 꽃을 피우지만, 토끼풀의 꽃은 괭이밥의 꽃보다 훨씬 크고 모양도 공처럼 둥글죠. 뿐만 아니라 토끼풀은 장미목 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괭이밥과는 남이나 다름 없습니다. 다만 괭이밥과 토끼풀이 서로 비슷한 곳에서 자라다보니 둘을 혼동하는 분들이 적지 않죠.

미대륙 원산의 식물들이 대개 그러하듯 괭이밥의 생명력도 대단합니다. 이맘때면 길가나 돌틈, 풀밭 등 빈터라면 전국 어느 곳에서나 괭이밥을 쉽게 만날 수 있죠. 괭이밥은 매년 봄이 여름에 한 다리를 걸칠 무렵에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과장을 보태자면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합니다. 

괭이밥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과연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요? 정설은 없습니다만 고양이들이 소화불량에 걸렸을 때 잎을 뜯어 먹는 모습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라는 ‘썰’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고양이들이 괭이밥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봤어도, 괭이밥을 먹는 모습을 본 일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서울 예장동 남산공원에서 촬영한 괭이밥의 잎과 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하지만 이 같은 ‘썰’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괭이밥의 학명 중 속명은 ‘옥살리스(Oxalis)’인데, 이는 희랍어로 ‘맛이 시다(Oxys)’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괭이밥의 잎은 ‘옥살산(Oxalic Acid)’ 성분을 함유해 뜯어서 씹어보면 시큼한 맛이 납니다. 구연산, 사과산 등 유기산은 신체의 내분비선을 자극해 소화액이나 효소를 활발하게 분비하게 만드니 ‘썰’도 꽤 일리 있게 들립니다.

괭이밥의 꽃말은 ‘빛나는 마음’입니다. 비록 네잎클로버를 찾지 못했어도 연인을 위해 괭이밥을 뒤적거리는 그 마음이 서로를 가장 빛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요? 게다가 잎의 모양까지 앙증맞은 하트 모양이니 말입니다. 기자는 앞으로도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괭이밥을 뒤적거리는 연인들을 보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침묵할 생각입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