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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꼬꼬면, 교보문고 그리고 잡담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1. 8. 21.

 

 

 

전국 라면 애호가들 사이에 '꼬꼬면'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주 수요일까지 350만 봉지가 팔렸단다.

맛에 대한 평가도 전반적으로 호평 일색이어서 호기심이 일었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물건이 없다.

동네슈퍼부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을 다 뒤져봤는데도 헛수고 였다.

350만 봉지는 모두 어디로 소화된 것이란 말인가...

 

그러다 무심코 로또를 구입하기 위해 들어간 편의점에서 꼬꼬면 3봉지를 발견했다.

일단 몽땅 쓸어왔다.

 

 

 

 

라면 포장지 전면에 창시자 이경규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의아한 마음이 일었는데 뒷 부분에 있었다.

계란을 풀지 말라는 안내문이 친절하게 박혀있다. 굳이 넣고 싶으면 흰자만 풀으란다.

개인적으로 나는 라면에 계란을 푸는 일을 라면에 대한 모독으로 여긴다.

특히 20년 가까이 '너구리'에 무한 애정을 보여온 나로서는 더욱 그렇다. (참고로 너구리와 계란은 상극이다.)

 

 

 

 

스프는 대개의 라면들이 그러하듯 분말스프와 건더기 스프로 구성돼 있다.

 

 

 

 

분말스프를 열자마자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일전에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가 밝힌 바처럼 꼬꼬면의 생명은 청양고추의 칼칼함이다.

냄새가 예사롭지 않다.

 

 

 

 

건더기 스프는 실망스러웠다.

뭐 대단한 내용물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단출하다.

건조 닭가슴살로 추정되는 하얀 덩어리가 몇 개 눈에 띄었지만 맛에 영향을 줄 만한 수준의 분량은 아니었다.

닭육수 액기스는 분말스프에 이미 포함돼 있지만 그래도 구색은 좀 더 갖춰줬으면 했는데...

 

 

 

 

끓이는 동안 매콤한 냄새가 주방에 진동했다.

상당히 군침 도는 냄새다!

이미 저녁을 드셔 배가 부른 아버지도 "무슨 냄새냐!"라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호기심을 보이셨다. 

 

꼬꼬면이 대접에 담겼다.

국물부터 한 숟갈 떴다.

매콤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은 깔끔한 맛!

 

 

"코알랄라!!!!"

 

('코알랄라'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면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koala 참조)

 

 

이거 의외로 물건이다!

평소 나트륨 과다 섭취를 걱정하며 국물은 늘 남기는 편인데 모두 마셔버리고 말았다.

 

 

 

 

아까 건조 닭가슴살로 추정됐던 건더기는 닭가슴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인터넷 상의 호평은 이유가 있는 바...

앞으로 너구리만큼이나 자주 사먹게 될 것 같다.

 

강추!!

 

 

 

 

지난 일요일, 나는 일이 있어 서울에 다녀왔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른 나는 내 책이 어느 코너에 전시돼 있나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내 책은 '화제의 책' 코너에 전시돼 있었다.

사실 출판사 측으로부터 교보문고 8월의 작가 코너에 전시된다는 말을 듣고 기대했었는데...

판매량의 부진 때문인가? 그런데 다른 한 쪽에...

 

 

 

 

 

'남성 작가들을 만나다' 코너에도 내 책이 전시돼 있었다.

 

김훈...황석영...천명관...조정래 등등

 

너무 난감했다. 내 책이 저 곳에 함께 놓여있다는 사실이...

좋다고 키득거리기엔 무게감들이 너무 큰 작가들이고 또 소설들이다.

 

특히 천명관의 '고래'와 김훈의 '남한산성'...

말도 못할 전율을 느끼게 만들어줬던 소설들...

저 코너에 있기엔 내 이름과 소설은 너무 가벼웠다.

띠지에 인쇄된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문구가 더 민망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하게도 나는 코너 근처에 20여 분간 어슬렁 거리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누군가가 내 책을 집어들어 구입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러나 집어 들어 몇 페이지를 뒤적거리다 다시 내려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 책 좀 사가라! 사가라!"고 텔레파시를 보냈지만 소용 없었다.

 

 

코너 근처에 있던 여직원에게 내 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도화촌기행 잘 팔리고 있나요?"

"매일 매일 꾸준히 잘 팔리고 있어요."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