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를 떠나는 길에, 고속도로 주변을 물들인 노란 꽃들을 봤다면 십중팔구는 루드베키아이다.
여름이면 우리 주변에 정말 흔하게 피어나는 꽃인데, 이름을 제대로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아 안타까웠다.
루드베키아라는 이름이 낯선 이유는 그 이름이 우리의 정서와 그 어떤 접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루드베키아 외에도 그런 꽃들이 적지 않다.
그런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다.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6월 24일자 26면 사이드에도 실린다.
[HOOC=정진영 기자] 휴가, 머릿속에 떠올리기만 해도 참 설레는 단어입니다. 곧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입니다. 여러분은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셨나요? 휴가를 계획하는 일은 즐기는 일 이상으로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기자는 피서지로 향하는 여행길에서 가장 마음이 설레더군요. 지겨운 일상으로부터 떠나왔다는 해방감과 눈앞에 곧 펼쳐질 피서지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는 여행길. 여행길은 고속도로인 경우가 많은데, 이맘 때 고속도로 주변을 샛노란 꽃잎으로 물들이는 루드베키아는 여행의 설렘을 더하는 식물입니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촬영한 루드베키아.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루드베키아는 초롱꽃목 국화과 원추천인국속에 속하는 식물들의 총칭으로, 원산지는 북미입니다. 루드베키아는 매년 6~8월에 전국 곳곳의 길가와 화단에서 꽃을 피웁니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종이 재배되거나 자생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종은 원추천인국입니다.
루드베키아는 여름이면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도통 유래를 짐작하기 어려운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루드베키아는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18세기 스웨덴의 박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는 라틴어로 속명(屬名)과 종명(種名)을 조합해 종(種)의 학명(學名)을 정하는 이명법(二名法)을 창안했습니다. 속명은 보통 자생지ㆍ형태ㆍ인명을, 종명은 특징ㆍ원산지 등을 고려해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복분자의 학명은 ‘Rubus Coreanus’인데, 속명 ‘Rubus’는 ‘산딸기속’을 의미하고 ‘Coreanus’는 원산지인 한국을 의미하죠.
린네는 다양한 식물의 속명에 지인들의 이름을 담았습니다. 루드베키아는 속명(Rudbeckia)을 그대로 따른 것인데, 이 속명은 린네의 대학 시절 은사인 식물학자 올로프 루드베크(Olof Rudbeck)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원추천인국(圓錐天人菊)은 통꽃부리(꽃잎의 일부나 전부가 서로 붙어 있는 꽃부리)가 원추형으로 자라는 천인국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 또한 루드베키아처럼 이름이 쉽게 입에 붙지 않습니다.
세종시 부강면 부강리 부강역 부근에서 촬영한 루드베키아.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루드베키아라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는 훈훈하지만, 매년 여름이면 우리 땅 구석구석에서 꽃을 피우는 식물의 이름이 우리와 아무런 접점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시원스럽게 꽃을 피운 루드베키아를 보면 해바라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시지 않나요? 해바라기는 루드베키아와 같은 초롱꽃목 국화과의 식물입니다. 해바라기는 주로 초가을에 많이 보이니, 루드베키아를 ‘여름 해바라기’ 혹은 ‘작은 해바라기’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일까요? 기자는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루드베키아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입니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여행길에서 느끼는 설렘과 잘 어울리는 꽃말이 아닌가요? 올 여름에 이름과 꽃말을 알고 만나는 루드베키아는 여행길에서 더욱 남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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