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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레이트볼스:춤을 추고 싶다면 우리의 로큰롤을 들어봐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8. 11. 10.

간만에 진행한 뮤지션 인터뷰 시리즈 3번째의 주인공은 최근 첫 정규앨범 [모두가 로큰롤]을 발표한 밴드 그레이트볼스다. 

대한민국에서 로큰롤을 정규 앨범으로 만나는 일은 신기한 일이다. 오랜 세월 로큰롤 외길인생을 걷는 최성수 형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원문은 링크를 클릭하면 읽을 수 있다.


그레이트볼스:춤을 추고 싶다면 우리의 로큰롤을 들어봐

대한민국에서 로큰롤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장르다. 로큰롤이란 단어를 들어본 사람은 많아도, 로큰롤이 어떤 음악인지 아는 사람은 드문 게 현실이다. 록이 대중음악의 주류를 차지해 본 역사가 없는 이 땅에서, 록보다 앞서 등장한 로큰롤이 지류라도 형성해 볼 겨를은 없었다. ‘록스타’가 없었으니 ‘로큰롤 스타’가 있었을 리 만무하다.

느닷없이 등장해 전 세계 피겨계를 평정했던 김연아 선수처럼, 불모지에도 별종은 존재하는 법이다. 로큰롤 밴드 그레이트볼스(The Greatballs)는 그런 별종 중 하나다. 지난 2005년 홍대 앞 클럽 ‘퇴폐공연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이명박 서울시장을 클럽으로 불러 라이브를 들려줘 화제를 모았던 밴드 ‘오! 부라더스(Oh! Brothers)’의 보컬리스트 최성수를 중심으로 밴드 빌리카터의 드러머 이현준, 밴드 루스터라이드를 거친 기타리스트 서정현, 피아노 연주자 손희은이 모여 별종을 자처했다. 이들이 지난 2016년에 내놓은 EP [The Great Rock‘n’Roll of The Greatballs]는 본격적인 50년대 로큰롤을 들려줘서 오히려 신선하게 들렸던 결과물이었다. 그레이트볼스가 그간의 시도를 집약해 최근에 내놓은 첫 정규앨범 [모두가 로큰롤]은 청자를 과거 로큰롤의 시대로 소환하는 타임머신이다. 멤버들로부터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EP와 싱글을 발표한 바 있지만, 정규앨범 발표는 처음이다. 우선 정규앨범 발매 소감을 듣고 싶다.

최성수(이하 최) : 그레이트볼스 이전에 한국에서 전곡 12마디 블루스 진행을 기반으로 한, 장르적으로 정확히 ‘로큰롤’을 담은 앨범이 있었나? 이런 음반을 낸 것, 그 자체만으로 최고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국엔 로큰롤 곡은 있어도 로큰롤만 연주하는 로큰롤 밴드는 없었다.

서정현(이하 서): 2018년에 들려주고 싶은 가장 1950년대스러운 사운드를 내려고 노력했다. 그러한 소리를 담은 첫 정규앨범을 냈다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모두가 로큰롤]이란 앨범의 타이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최 : 우리 모두 로큰롤을 즐기자는 취지에서 동명의 앨범 수록곡 제목에서 가져왔다. 로큰롤이란 단어는 다들 친숙하지만, 정작 음악은 잘 모른다. 로큰롤에 한 번 빠지면 지옥일 것이다.

서 : 홍대앞 공연장뿐만 아니라 지방의 작은 행사장, 거리에서 공연을 해보면 모두가 우리 음악을 좋아한다. 남녀노소 모두 말이다. 모두가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우리의 로큰롤을 보여주는 앨범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20188406멤버들의 경력과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최 : 지난 1996년 제대 후 비틀즈 카피밴드 노른자로 활동을 시작해 로큰롤 밴드 병따개, 오!부라더스, 부기스페샬, 비치볼트리오 등에서 활동했다. 병따개 활동 시절에 만든 곡들 다수가 오!부라더스 활동 당시에 쓰였다. 부기스페샬은 기타리스트의 잠수로 공중분해 된 밴드인데 이번 앨범의 첫 곡 ‘All Right’이 부기스페샬의 곡이다. 비치볼트리오는 밴드 후추스의 김정웅, 미미시스터즈이 큰미미와 만든 프로젝트 밴드로 60년대 전후 음악을 들려줬다.

서 : 계속 홍대 언저리에서 기타리스트로 기웃거리다 30살이 되던 해 본격적으로 음악을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2인조 밴드 ‘루스터라이드’로 활동하며 한 장의 EP와 빵 컴필레이션에 참여했다. 이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최성수와의 인연으로 그레이트볼스를 결성했다. ‘필링톤’이라는 팀도 병행 활동 중이다.

손희은(이하 손): 에그밴드의 건반, 밴드 롹킨로드의 보컬 및 건반으로 활동했으며 다양한 공연에 라이브 세션으로 참여했다. 원래 건반주자가 없던 그레이트볼스 결성 초기에 최성수의 부름으로 참여하게 됐다. 밴드에선 걸크러쉬를 담당하고 있다.

이현준(이하 이): 경희대학교 실용음악과 입학 후 재즈클럽 연주 및 각종 밴드 활동을 시작해 제대 후 계속해서 다양한 세션 및 밴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굵직하게 활동하고 있는 밴드는 빌리카터다. 우연히 밴드 그레이트볼스가 드러머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최성수 형에게 음악적인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던 참이라 자진해서 만나 정식 멤버가 됐다.

그레이트볼스란 밴드 이름… 해석하기 약간 민망한 이름이다. 밴드 이름을 그렇게 작명한 배경에 대해 듣고 싶다.

최 : ‘불알’이란 건 그렇게 민망한 단어가 아니다. 귀나 팔꿈치가 뭐 그리 민망한가. 사실 별 의미는 없다. 공식 석상에선 제리 리 루이스(Jerry Lee Lewis)의 ‘Greatballs of Fire’ 에서 따왔다고 때운다.

서 : 아닌데. 정말로 제리 리 루이스의 ‘Greatballs of Fire’에서 따왔다. ‘왕불알’이라고 부르면 한 명 있는 여성 멤버는 어떡하냔 말이다. 최성수 자중하라. 라이브 때도 항상 두 번째 곡이 ‘Greatballs of Fire’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레이트 ‘불스’가 아니다. 밴드명 표기할 때 ‘그레이트볼스’라고 붙여서 쓰고, 영어로는 ‘The Greatballs’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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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곡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듣고 싶다

서 : ‘All Right’은 킹스턴 루디스카의 성낙원이 색소폰으로 참여해서 완성한 곡이다. 이 곡은 원래 최성수가 활동하던 밴드 부기스페샬의 곡이었으나, 피아노 부기우기 곡으로 재탄생했다. ‘멋.잘.멋’은 ‘멋들어지게 잘 사는 게 멋진 거야’라는 다소 어이없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곡으로, 닉 쿠란(Nick Curran)의 영향을 받았다. 공연 때 매우 반응이 좋은 편이다. ‘부기우기 보이’는 첫 EP의 수록곡으로, 이번 앨범을 통해 비로소 완성됐다. ‘수기 알라뷰’는 척 베리(Chuck Berry)의 영향을 받은 곡으로, 최성수의 와이프를 위한 곡이다. ‘아끼고 사랑해’는 초기에 두왑(Doo-wop) 스타일로 만들었으나 작업 과정에서 50년대 로커빌리(Rockabilly) 스타일로 바뀐 곡이다. ‘와따따리’는 제목과 같은 가사가 반복돼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외국인 관객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Bad Girl’은 ‘503’(박근혜 전 대통령)에 관한 곡으로 만날 거짓말을 하고 문제가 터지면 딴소리를 하는 모습에 화가 나 만든 곡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여성에 관한 곡이 아니라 ‘503’에 관한 곡이다. ‘그녀에게 로큰롤’은 앨범 제작 직전에 만든 곡이지만 기타와 베이스의 유니즌 플레이와 로큰롤 색소폰·피아노가 어우러져 50년대 느낌이 흥건하게 묻어나 멤버들 모두 강력하게 추천하는 곡이다.

최 : 중간에 들리는 괴성은 리틀 리차드(Little Richard)처럼 하고 싶었는데 망해서 그냥 괴성이 됐다. 멤버들은 내 괴성을 ‘돌고래 소리’라고 부른다. ‘믿고 먹는 고기’는 말 그대로 고기를 향한 찬가다. 내 ‘인생 베스트 쓰리(3)’는 나이에 따라 바뀌었는데 지금은 그레이트볼스, 수기, 고기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이 곡이 삽입돼 멤버들 모두 무심한 척 매우 좋아했다. 전국의 양돈업계와 고깃집들에 로얄티를 주고 꼭 팔고 싶다.

서 :‘쫌 한 번만’은 비틀스(The Beatles)를 레퍼런스로 삼아 만든 곡으로 ‘I Saw Her Standing There’와 ‘Twist And Shout’를 적당히 섞었다. 부모님과 애인에게 구걸하는 ‘찌질남’에 대한 이야기로, 앨범 제작 직전 가장 마지막에 만들었다. ‘부기 투나잇’은 선창과 후창의 묘미를 살리고 드러머 이현준의 멋진 드러밍이 빛을 발하는 리듬 앤 블루스곡이다. ‘넌 어디 살아?’는 멤버들이 어느 날 함께 모여 술을 마시다가 장난처럼 던진 “넌 어디 살아?” “응 난 못 살아” 드립에서 시작돼 노래로 완성됐다. 청자에게 다양한 메시지로 들릴 곡이다. 시작은 장난이었지만 도착은 로큰롤이다. ‘쥐를 잡자’ MB(이명박 전 대통령)에 관한 곡이다. 만들면서 가사를 참 많이 고쳐 썼다. ‘돌려 까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알게 한 곡이다. 70~80년대 건전가요처럼 들리되 MB의 악행을 까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강을 파니 돈이 철철, 나라를 파니 돈이 줄줄’이란 가사는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그냥 넣었다. 너무 열 받아서. ‘옥련이’는 오래된 팬인 닉네임 ‘옥련이’를 위한 팬송으로 공연 시 가장 많은 호응을 받는 곡 중 하나다.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빈티지한 로큰롤 넘버로 모든 멤버들이 같이 노래를 부르는 맛이 있는 곡이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곡인 ‘모두가 로큰롤’은 우리가 항상 공연 마지막에 연주하는 곡으로 이러나저러나 결국 로큰롤이란 이야기를 담았다.

이 앨범은 곳곳에서 들쑥날쑥한 호흡의 그루브를 드러내며 날것의 느낌을 풀풀 풍긴다. 50년대 로큰롤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척 베리의 명반 [The Anthology]를 레퍼런스로 삼아 춘천 상상마당 스튜디오에서 이승환 엔지니어와 협업해 모든 악기 연주를 이틀에 걸쳐 원테이크로 녹음했다고 들었다.

서 : 특히 이 앨범의 공을 이승환 엔지니어에게 돌린다. 그 덕분에 이 사운드를 만들 수 있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많은 아티스트들이 도움을 줬다. 킹스턴 루디스카의 성낙원이 색소폰 연주로, 석정현 작가가 앨범 아트워크에 도움을 줬다. 단독 공연에는 동시대에 비슷한 음악을 하는 ‘텍사스 가라오케’가 큰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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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이 골고루 곡 작업에 참여한 편이다. 곡 작업을 평소에 어떻게 진행해 완성하는 편인가.

최 : 밴드 결성 초기에는 멤버 중 하나가 곡을 만들어 오면 내가 전반적인 편곡을 해 들려주고 시작했다. 하지만 이젠 내가 최소한의 가이드를 제시하면 멤버들이 알아서 해온다. 사실, 곡 작업이라는 게 혼자 다 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금방 끝난다. 그런 작업은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의견이 들어가면 아이디어는 절대로 산으로 가지 않는다. 그리고 같이하면 즐겁다. 그렇게 곡을 만들어간다.

서 : 멤버 각자 곡을 만들어오면, 최성수가 간단한 편곡이나 가이드를 제시하고 함께 합주하면서 완성하는 편이다. 자신이 만든 곡은 자신이 부른다는 철칙을 고수하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곡도 메인 보컬이 그 노래를 만든 사람이다. 합주를 통해 편곡이 끝나면, 데모 작업을 한다. 간단히 모노트랙으로 드럼, 베이스, 건반, 기타, 보컬, 코러스 순으로 작업해 얹혀보고 들어보고 다시 편곡한다. 데모 녹음을 두 번 세 번 반복하면 한 곡이 완성된다.

모던록도 록도 아니고 로큰롤이다. 한국은 그야말로 로큰롤의 불모지다. 기성 가수들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규앨범 발매를 꺼리는 게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로큰롤로 정규앨범을 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최 : 사실 앨범을 내는 건 어렵지 않다. 로큰롤로 먹고사는 게 어렵지. 돈 생각하고 음악 했으면 딴 거 했거나 진작에 그만뒀을 것이다. 음악의 목적은 음악, 로큰롤의 목적도 음악이다.

서 : 우리 밴드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도, 전업 밴드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각자 먹고사는 생활하면서, 퇴근 후나 주말에 모여서 작업을 한다. 정규 앨범 발매가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앨범을 내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간 작업해오던 것도 있고, 발매 기념 공연과 앨범 발매 초반 판매로 지출금을 어느 정도 메꿀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해서 음악을 하는 것이고, 우리 팀 자체가 로큰롤 음악을 하는 것으로 모인 팀이기 때문에, 방향성이 흔들릴 일은 없을 것 같다.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음악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사실 로큰롤이라는 음악이, 누군가의 평가를 받을 음악은 아니지 않은가? 그저 우리가 하려는 방향을 지켜나가고 있다. 지금은 다음 앨범 작업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주로 어떤 뮤지션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나?

최 : 역시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다. 1987년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버지께서 금성 미니 카세트를 사주셨다. 그걸로 집에 있는 아버지의 엘피(LP)를 떠서 들었다. 엘비스 프레슬리, 척 베리, 조니 캐시(Johnny Cash), 리틀 리처드, 제리 리 루이스, 비틀스 등. 로큰롤이 뇌리에 박혀 다른 음악들은 도저히 들리지 않았다.

서 : 이전에 다른 밴드로 활동할 땐 다양한 음악이 머릿속에 있었다. 다만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이 가장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이긴 하다. 하지만 로큰롤을 공부하고 그레이트볼스로 활동하다 보니 역시 척 베리다. 그의 뉘앙스, 그의 프레이즈 하나하나가 다 담고 싶은 롤 모델이다.

손 : 가장 좋아하는 로커빌리 아티스트는 이멜다 메이(Imelda May)다.

이 : 너무 많지만 대충 재즈 계열에선 버디 리치(Buddy Rich), 아트 블래키(Art Blakey), 로이 헤인즈(Roy Hayne), 토니 윌리엄스(Tony Williams), 피터 어스킨(Peter Erskine), 제프 해밀턴(Jeff Hamilton) 등이 떠오른다. 록 계열에선 링고 스타(Ringo Starr), 찰리 와츠(Charles Watts), 키스 문(Keith Moon), 진저 베이커(Ginger Baker), 미치 미첼(Mitch Mitchell), 빌 브루포드(Bill Bruford), 코지 파웰(Cozy Powell) 등 주로 60~70년대 레전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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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을 제작하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최 : 그루브다. 보컬이나 악기 연주 편곡 모든 게 그루브를 바탕으로 나온다. 아무리 좋은 편곡이라도 그루브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보컬을 포함해 악기마다 흐름이 모두 다르다. 이걸 서로 잘 맞춰야 그루브가 나온다.

서 : 1950년대스러운 사운드의 재현이었다. 춘천 상상마당의 이승환 엔지니어와 작업하면서 이 부분을 가장 깊게 고민했다. 척 베리를 레퍼런스로 삼았지만, 멤버 모두가 그 사운드와 느낌을 하나의 결로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는 기타 톤, 뉘앙스 등을 최대한 오리지널에 가깝게 해보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앰프 게인만으로 녹음을 했으며 들어보면 알겠지만, 최대한 현대적인 연주 요소를 줄이려고 했다.

손 : 이번 앨범 제작에선 ‘믿고 먹는 고기’를 제외한 모든 곡을 전부 그랜드 피아노로 직접 수음해 녹음했다. 리얼 건반의 터치와 사운드를 살리고자 했다.

전반적으로 가사들이 솔직하면서도 자세히 뜯어 보면 날카롭다. 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는가?

최 : 나는 가사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무조건 로큰롤 리듬을 잘 부각하는 노랫말을 쓴다. 첨엔 흥얼거리다가 정리되면 가사를 만든다. 가사를 먼저 써놓으면 리듬에 방해돼 꼭 망한다. 전에는 허구로도 가사를 썼는데 점점 경험에서 나오는 가사만 쓰게 된다. 그래야 부를 때 더 집중할 수 있다.

서 : 나는 가사에 의미를 담으려고 한다. 특히 2명의 전직 대통령을 까는 곡이 그렇다. 그냥 들으면 아무 메시지가 아닌 것 같지만, 그 속에 찬찬히 생각해보면 신랄한 풍자가 담긴 곡을 쓰고 싶다. 그게 2018년의 음악, 나의 음악 방식이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집중해 들어줬으면, 혹은 이 부분만큼은 놓치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가?

최 : 이번 앨범을 녹음하면서 보컬 빼고 모든 악기를 원테이크로 작업했다. 다음 앨범에는 보컬까지 같이 원테이크로 녹음할 생각이다. 로큰롤 시대에 테이크가 많은 이유는 그 자리에서 편곡하면서 녹음하기 때문이다. 멀티로 하면 얼마든지 좋은 연주를 들려줄 수 있다. 하지만 생동감은 원테이크를 따라올 수가 없다.

손 : 내가 만든 곡 ‘부기우기보이’, ‘와따따리’,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등은 가사를 중점적으로 들어줬으면 좋겠다.

서 : 앨범을 들으며,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이 시대에 떨어지는 댐핑감과 세련미이지만, 들을 때만큼은 춘천 상상마당에서 녹음한 그 현장에 같이 청자가 있으면 좋겠다. 꼭, 척 베리나 버디 홀리 같은(비틀즈 초기여도 좋다) 음반과 비교해서 들어보라. 우리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자랑스러워 해도 된다.

레트로한 녹음 상태가 인상적이다. 녹음 과정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최 : 이틀 동안 16곡을 원테이크로 녹음했다. 보컬을 빼고 합주 녹음을 한 거라고 생각하면 쉽다. 한 곡을 3번에서 10번 정도 반복한 다음 젤 생동감 있는 테이크로 마무리했다. 테이크가 넘어가면 넘어갈수록 연습하는 이미지가 생겨서 어지간하면 3번을 넘기지 않았다. 원테이크 녹음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좋은 게 혹시 나올 수도 있다. 그렇게 할 거면 멀티로 하면 된다.

손 : 원테이크가 처음이었던 게 오히려 도움이 더 됐다. 어려운 점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상태로 시작해서 그런지 부담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다음 앨범을 작업할 때엔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웃음).

서 : 함께 녹음하다 보면 드럼과 피아노, 기타 앰프, 베이스 앰프의 시그널이 서로 매우 간섭이 심하다. 그래서 더 손댈 수 없고 편집할 수 없는 원테이크 음원이 나왔다. 세밀하지만 포기할 것은 포기하며 믹싱 작업을 마쳤고, 애비로드 스튜디오의 마일즈 쇼웰(Miles Showell) 엔지니어가 릴테이프로 마스터링을 진행해 빈티지 사운드를 재현했다. 그로부터 우리 음악을 듣자마자 어떤 방향인지, 어떻게 로큰롤의 사운드를 재현할지 걱정하지 말라는 메일을 받았는데, 결과물을 받고 무척 기뻤다. 사실 돈이 좀 더 있었다면 LP를 내고 싶었지만, 의도한 녹음에 따른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이 모든 과정을 앨범 기획 단계부터 함께 고민하고 진두지휘한 이승환 엔지니어가 없었으면 이런 사운드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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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로큰롤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서 : 결국 일어나서 춤을 추더라. 처음에는 좀 낯설어할지 몰라도, 결국은 모두가 춤을 추더라. 홍대앞 길거리에서도, 시골 분교에서의 공연에서도, 외국인만 가득한 클럽에서도, 우리 음악은 결국 그들이 춤을 추게 만들었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

최 : 나름 세계적인 무대도 서봤고 별의별 공연을 다 해봤지만, 함께 작업하던 기억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서 : 작년 원주 시골에 자리한 후용예술센터에서 시골 주민과 연극인들이 모여서 만드는 ‘후용페스티벌’이라는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 음악을 즐기며 춤을 췄고, 특히 휠체어 타신 할머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앞으로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최 : 로큰롤밴드가 좀 생겨서 신이 형성됐으면 한다. 이게 뭔가! 정말 같이 공연할 팀도 없고.

손 : 좀 다양한 스펙트럼을 쌓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라이브 방송 무대에서 연주하고 싶다.

서 : 페스티벌! 페스티벌! 우리는 누구나 다 미치게 만들 수 있다. 기회가 오길 바랄 뿐이다.

공연 일정이 있는가?

서 : 현재 잡힌 일정은 없지만 지속해서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고 있다. 우리가 가끔 ‘Oldies But Goodies’라는 타이틀로 기획 공연을 연다. 첫 번째는 비틀스, 두 번째는 오리지널 로커빌리를 주제로 공연을 열었다. 이번에는 영화 속 로큰롤을 주제로 연말 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