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앞 화단 개나리 나무가 철 모르고 12월에 꽃을 피웠다. 10여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나는 개나리의 생체시계 오작동이 경이로워 한참을 들여다보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집으로 들어가 소설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나는 그때부터 틈나는대로 약 3년 간 소설을 썼다. 그 소설이 '발렌타인데이'다.
그리고 소설의 첫 챕터 제목이 '겨울에 핀 개나리'였다.
2003년 겨울에 완성된 소설은 하드디스크 속에 처박혀있다가, 5년 후인 2008년 12월 제41회 한양대학보 문예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 수상을 계기로 나는 6개월 간 소재를 준비한 뒤 절에 틀어박혀 6개월간 소설을 썼다. 그 소설이 '도화촌기행'이다.
'도화촌기행'또한 하드디스크 속에 처박혀 있다가, 2년 후인 2011년 6월 제3회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펜을 잡게 된 이유는 10여 년 전에 만난 겨울에 핀 개나리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강산이 한 번 바뀐 후 나는 겨울에 핀 개나리를 또 다시 만났다.
분명히 신변에 무언가 변화가 있을 징조다.
그 변화가 무엇일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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