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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후회할 걸 알면서… 몸에 나쁜 음식, 왜 계속 먹을까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9. 7. 7.

왜 달고,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먹는지 심리를 분석한 흥미로운 책이다.

오히려 읽고 나니 경계보다는 그런 식생활을 본능으로 여기며 정당화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죽도록 먹고 마시는 심리학 / 알렉산드라 W. 로그 지음, 박미경 옮김 / 행복한숲

까다로운 식성의 초미각자 저자

음식선호·혐오 현상에 큰 관심

고당도·열량 음식 좋아하는 건

먹거리 귀했던 시절 생존 전략

먹거리 넘치는 현대에선 치명타

여성 생리전 많이 먹는 이유 등

흥미로운 이야기 알기쉽게 설명


“당신이 먹은 것이 바로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





서양의 이 오래된 속담만큼 우리에게 먹거리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설명해주는 표현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먹은 것이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우리의 몸을 움직일 에너지를 제공해준다는 건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먹거리에 관해 민감하게 구는 사람들은 드물다. 지나친 당분이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탄산음료나 초콜릿에 중독된 사람이 흔하고, 다음 날 아침에 후회할 걸 뻔히 알면서도 밤이면 밤마다 ‘치맥’의 유혹에 빠져 배달 앱을 뒤적이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니 말이다.

왜 사람들은 고당도·고지방·고열량 음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입에서 떼지 못하는 걸까. 우리가 먹은 것은 우리의 몸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책은 정신분석에 바탕을 둔 지금까지의 심리분석서와 달리 심리학에 과학을 접목해 알면서도 끊임없이 몸에 나쁜 음식을 먹는 심리를 설득력 있게 분석한다. 

저자는 초미각자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초미각자는 혀에 더 많은 돌기가 있어 남들보다 설탕을 더 달게, 소금을 더 짜게 느끼고 쓴맛을 참지 못한다. 탄산음료와 매운 고추 등 자극적인 음식에도 남들보다 민감하다. 심지어 우유의 미묘한 지방 함량을 구별하는 초미각자도 있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해산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등 까다로운 식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저자가 음식 선호와 혐오 현상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였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이력을 토대로 먹는 것과 관련된 행동심리를 파고든다.

저자는 배고픔, 포만감, 갈증, 미각과 후각, 음식 선호와 혐오, 충동과 자제력 등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을 하나하나 살핀다. 저자는 우리가 고당도·고지방·고열량 음식을 선호하는 이유를 생존 전략 때문이라고 전제한다. 과거에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엔 이런 음식이 생존에 유익했고, 그 때문에 우리가 지금도 그런 음식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먹거리에 대한 쉬운 접근성과 선호의 결합은 과하게 먹는 결과를 낳아 비만과 각종 질병에 일조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과거에 인간에게 유익했던 생존 전략이 먹거리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선 우리를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고에 설득력을 주는 근거는 곳곳에 인용된 관련 연구 결과들이다. 저자는 먹고 마시는 것이 폭식증·거식증·과식·계절성 우울증·야식 증후군과 같은 섭식장애를 비롯, 비만·알코올중독·당뇨병·흡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결과의 틀 안에서 소개한다. 저자는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열량 음식을 찾게 되는지, 왜 생리 전에 많이 먹게 되는지,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섭취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코올중독이 과연 유전적 요인 때문인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다루며 다소 접근하기 어려운 실험과 연구 결과들을 이해하기 쉽게 보완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먹고 마시는 즐거움까지 부정한다고 여기면 오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뻔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서술 과정에서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먹고 마시는 행동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것을 먹고 마셔야 할지 생각해보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우리가 먹는 것,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우리가 진화한 환경의 조건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체와 현재 환경의 부조화가 심각한 의학적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먹고 마시는 행동과 심리를 한 번쯤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 아닌가. 저자의 주장대로 어떻게 먹어야 할지 지속적인 고민과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한 때임을 부정할 순 없다. 저자는 19세기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조지 메러디스가 남긴 말을 인용하며 책을 마친다.

“키스는 영원하지 않다. 요리는 영원하다!” 저자의 인용은 바른 먹거리를 바르게 먹어야 바른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간절한 외침으로 들린다. 이 책을 읽은 뒤엔 “당신이 먹은 것이 바로 당신이다”란 속담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이다. 372쪽, 1만8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