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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혁신과 창조’ 대중음악 발달 이끈 일렉트릭 기타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9. 8. 14.

가뭄에 콩나듯 쓰는 음악 관련 기사다.

이번에 소개한 음악 책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굉음의 혁명'이다.

일렉트릭 기타의 역사와 그 역사를 만드는 데 공헌한 많은 사람들을 다룬 책이다.

기타를 살짝이라도 만지는 사람이라면 매우 흥미롭게 읽을만 한 책이다.


문화일보 8월 14일자 34면에 기사를 실었다.








‘굉음의 혁명’

일렉트릭 기타는 코카콜라, 맥도날드, 할리우드 영화 등과 더불어 현대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아이콘 중 하나다. 현대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 대중문화의 발달이 이뤄졌고, 일렉트릭 기타를 빼고 대중문화의 한 축인 대중음악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속 현의 진동을 전기적 진동으로 바꿔 소리를 내는 일렉트릭 기타는 록을 비롯해 재즈, 팝, 블루스 등 거의 모든 대중음악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악기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렉트릭 기타의 역사는 그 영향력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굉음의 혁명’(뮤진트리)은 한 세기에 걸친 일렉트릭 기타의 역사를 만든 사람들을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공동 저자인 브래드 톨린스키와 앨런 디 퍼나는 오랜 세월에 걸쳐 ‘기타 월드’ ‘빌보드’ ‘롤링 스톤’ 등 세계적인 음악잡지에서 글을 실어왔던 필자들이다. 역사는 종종 영웅, 천재, 위대한 정치가 등 특정 인물을 주체로 해 서술되곤 한다. 지금도 일렉트릭 기타의 역사를 시장의 절대적인 강자인 펜더와 깁슨의 대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책은 영웅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일렉트릭 기타의 역사 속에서 혁신자들과 부적응자들이 어떻게 발상을 혁명으로 전환했는지 상세하게 보여준다.

이 책엔 발명가, 신화로 만든 사람, 사기꾼, 천재, 연주자 등이 그들이 만든 악기만큼 다양하고 독창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픽업을 발명한 조지 비첨을 시작으로 찰리 크리스천 같은 천재적인 연주자, 연주자로서의 요구와 공학자의 상상력을 겸비한 레스 폴 등이 없었다면 일렉트릭 기타의 역사도 없었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채롭게 펼쳐놓는다. 또한, 이 책은 실제 여러 연주자와 제작자의 인터뷰도 풍성하게 담아 이야기에 생명력을 더했다. 

1970년대 이후 디스코, 랩, 힙합 등 전자음을 활용한 다양한 음악이 등장할 때마다 일렉트릭 기타가 곧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 있었으나 모두 빗나갔다. 저자들은 일렉트릭 기타가 당장은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컴퓨터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한다고 해도 “인간의 살갗으로 철제 현을 눌러서 온갖 미묘하고 표현적인 톤의 변화들을 끌어내는 일렉트릭 기타의 매력은 독보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일렉트릭 기타는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도 아깝지 않을 진정한 혁신이 일어나기를. 468쪽, 2만2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