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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음악평론가는 큐레이터… 묻힐 뻔한 좋은 앨범 찾는 게 역할”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9. 7. 18.

서정민갑 선배는 음악평론가 중에서 글을 가장 섬세하게 쓰는 사람이다.

때론 이렇게까지 표현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음악을 향한 애정이 우선하는 글인 걸 알기에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음악편애'는 서정민갑 선배가 편애하는 앨범 아카이브임과 동시에 좋은 리뷰 모음집이다.

한국의 대중음악을 좋아한다면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문화일보 7월 17일자 27면 사이드에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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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편애’ 출간한 서정민갑

다양한 장르 80개앨범 리뷰


새로운 음악이 넘쳐나 무엇을 들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려운 시대에 음악을 글로 읽는 일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사진)는 이 같은 의문을 뒤로하고 오랫동안 음악을 글로 풀어내는 데 주력해 왔다. 그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앨범 리뷰를 모아 ‘음악편애’(걷는사람)를 출간했다. 지난 8일 서울역의 한 카페에서 저자를 만나 음악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저자는 “음악을 평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음악을 편애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며 “글을 모아 놓고 보니 정말로 내가 편애하는 앨범을 다룬 글만 모여 ‘음악편애’라는 제목으로 글을 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책은 조동진, 아이유, 잠비나이, 메써드, 원더걸스, 레인보우99 등 메이저와 인디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장르의 뮤지션들이 내놓은 앨범 80개를 다룬다. 저자는 해당 앨범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배경 설명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 한편, 섬세한 문장으로 읽는 맛을 함께 느끼게 한다. 리뷰마다 해당 앨범의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포함해 읽는 재미에 듣는 재미까지 더했다.


저자는 “앨범을 고른 가장 중요한 기준은 얼마나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가이지만 울림이 조금 덜해도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리뷰대상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성을 다해 노래를 듣고 뮤지션의 의도를 파악해 글로 표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면서도 “독자 입장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가장 편애하는 앨범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저자는 고민 끝에 조동진의 ‘강의 노래’, 정미조의 ‘37년’, 강태구의 ‘bleu’를 꼽았다. “아름답다는 표현 외엔 보탤 말이 많지 않은 앨범들로,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는 게 오히려 앨범의 아름다움을 훼손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게 한 앨범들”이라고 그는 찬사를 보냈다. 

우리 사회에서 음악평론가의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큐레이터’라고 답했다. 음악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자기 취향 바깥에 있는 좋은 음악을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상향 평준화로 매년 훌륭한 앨범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 못한 채 묻히는 경우가 많다”며 “음악평론가는 앨범에 의미를 부여해 대중음악사를 쓰는 역할과 함께 자칫 묻힐 수 있는 앨범을 발굴해 대중에게 소개하는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 호흡을 가진 책을 쓰고 싶다”는 저자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엔 평전이 드물다“며 “앞으로 뮤지션 평전 작업도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