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는 장르 문학과 본격 문학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양쪽에서 모두 주목을 받는 드문 작가다.
최근 들어 장르 문학 작가뿐만 아니라 기존 문학 작가도 소설에 장르적인 요소를 담는 일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정 작가가 준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구에서 한아뿐'은 정 작가가 처음 집필한 장편소설인데, 절판됐다가 이번에 재출간됐다.
정 작가가 이 작품으로 인터뷰를 나눈 건 처음이라고 한다.
역시 뭐든 하려면 일단 유명해지고 봐야 한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정세랑 작가는 참 밝은 사람이었다.
공교롭게도 정 작가는 나와 함께 키이스트로 엮여 있기도 하다.
정 작가의 작품 '보건교사 안은영'이 내년에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로 방송된다.
정 작가는 대본도 직접 썼는데, 드라마 제작사가 내 장편소설 '침묵주의보'를 드라마로 제작하는 키이스트다.
드라마 실무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원래 지난 14일에 나왔어야 할 기사인데 한 주 늦어졌다.
문화일보 8월 21일자 26면 톱에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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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에서 한아뿐’ 낸 정세랑 7년前 절판 장편소설 재출간 지구인과 외계인 사랑 이야기 “20대에 쓴 작품 30대에 손질 과거의 나 돌아보게 된 기회” 장르-순수문학 넘나들며 집필 “독자에게 읽는 재미 주고싶어” 신작마다 주목받는 작가일지라도 첫 작품을 완성했을 때 기억은 이후 어떤 작품을 완성했을 때보다 생생할 것이다. 그 작품이 제대로 주목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 기억에 애틋함까지 더해진다. 정세랑 작가에겐 지난 2012년에 출간한 장편소설 ‘지구에서 한아뿐’(난다)이 그런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덧니가 보고 싶어’에 이어 정 작가가 두 번째로 내놓은 장편소설이지만 실제로는 맨 처음에 집필한 작품으로 1쇄(1000부)만 찍고 절판됐다. 정 작가는 7년 만에 자신의 첫 작품을 새로 찍었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작가는 “두 번째 기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의 내용처럼 내 첫 작품도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며 “독자를 만나 다시 한 번 읽힐 기회가 생겼다는 건 작가로서 뜻깊은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구에서 한아뿐’은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지구인 여자 ‘한아’와 ‘한아’를 만나고자 큰 빚을 지고 2만 광년을 날아온 외계인 ‘경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정 작가가 묘사한 지구인과 외계인의 사랑은 희한하기보다는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장르적 요소를 밝고 무겁지 않게 다루는 정 작가 특유의 필체가 고스란히 엿보인다. 작품을 새로 고쳐 쓴 과정을 묻자 정 작가는 “26세에 쓴 첫 장편소설을 36세에 다시 읽으며 고치는 일은 과거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초판에서 드러나는 애틋한 부분을 살리면서,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던 부분을 개연성 있게 고쳐 썼다”고 설명했다. 정 작가는 한국 문학계에서 희귀종에 속한다. 본격 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선이 뚜렷한 한국 문단에서 장르문학은 완성도와 별개로 본격 문학의 서자 취급을 받아왔다. 장르문학에서 처음 날개를 펼친 정 작가는 온갖 문학상 최종심에서 10차례 가까이 물을 먹으며 서자 취급을 톡톡히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장르소설 월간지에 데뷔작을 발표하고 장편소설 2권을 출간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입신을 위해선 전략적으로나마 문단이 원하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는 본격 문학 성격을 가진 장편소설 ‘이만큼 가까이’와 ‘피프티 피플’로 창비장편소설상과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존재감을 각인했다. 그 결과 정 작가는 본격 문학과 장르문학 양쪽에 걸쳐 시민권을 획득한 독특한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지구에서 한아뿐’의 재출간은 정 작가가 자신의 뿌리가 장르문학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그는 “기존 출판문학이 오락성을 버리고 엄숙함만 남겼기 때문에 새로운 독자 유입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본다”며 “내 안에 있는 즐거움을 느끼는 도구인 ‘장르 뼈’를 이용해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주는 오락부장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최근 드라마로도 자신의 활동 외연을 넓혔다. 그가 지난 2015년에 출간한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민음사)은 드라마로 제작돼 내년에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다. 정 작가는 대본을 직접 썼다. 소설이란 수단 외에도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매체가 많아진 세상이다. 그런데도 그는 소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 작가는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는 자본이 선택한 이야기만 다루지만, 문학은 상대적으로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 다양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며 “문학은 미세하나마 독자의 인생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이 모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근 과학도 출신인 김초엽 작가를 비롯해 장강명 작가, 듀나 작가 등이 잇달아 과학소설(SF)을 다룬 소설집을 출간하는 등 장르소설을 향한 독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 작가로선 반가운 변화일 테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정 작가는 “장르문학을 다루는 출판사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신인이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기회가 늘어나고 생태계가 커진다는 고무적인 증거”라며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작가들이 장르소설에 도전해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어주길 희망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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