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왕자가 이바구해따. "내는 친구들을 찾는다카이. '질들인다' 카는 기 먼 뜻이냐꼬?"
"그기는 마카다 까묵고 있는 긴데." 미구가 이바구해따. "그긴 '관계를 맺는다' 카는 뜻인데." "관계를 맺는다꼬?"
"하모." 미구가 이바구했다. "니는 여즉 내한테는 흔한 여러 얼라들하고 다를 기 없는 한 얼라일 뿌인기라. 그래가 나는 니가 필요없데이. 니도 역시 내가 필요없제. 나도 마 시상에 흔해빠진 다른 미구하고 다를끼 하나도 없능기라. 군데 니가 나를 질들이모 우리사서로 필요하게 안되나. 니는 내한테 이 시상에 하나뿌인기라. 내도 니한테 시상에 하나뿌인 존재가 될 끼고……"
<애린 왕자>의 일부분을 발췌했다.
읽으면 머릿속에 생생하게 경상도 사투리가 재생된다.
오랜만에 눈이 아닌 입으로 읽으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소설일 테니 내용 설명은 생략한다
하지만 다 아는 소설이라고 해서 읽는 즐거움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경상도 사투리를 타지역 사람이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작품은 대중에 잘 알려진 소설이기 때문에 사투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유명한 작품을 사투리로 번역한 건 매우 훌륭한 전략이라고 본다.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는 포항 지역 출판사다.
지역 출판사가 출간한 책 중에서 최근에 이렇게 화제에 오른 책이 있었던가.
이 책은 소규모 지역 출판사의 색깔 있는 생존 전략을 아주 잘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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