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

이응준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민음사)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1. 5. 24.

 


내가 차차기에 쓰려는 장편소설은 디스토피아다.
원래 차차기에 동화를 써보려고 했는데, 머리에 나쁜 생각만 들어찬 놈에게는 아직 이른 것 같아서 디스토피아로 방향을 돌렸다.
가을에 쓰려는 새 장편이 어른용 동화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서, 굳이 동화를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예버덩문학의집 집필실에 홀로 앉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나쁜 생각만 하다가, 서재에 꽂혀있던 이 작품을 집어 들었다.

오래전에 이름을 들어본 작품이다.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란 뉴스를 몇 년 전에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하고 5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한다. 
통일 이후 대한민국 사회의 혼란을 다룬다는 점에서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 떠오르지만, 그보다 훨씬 매운맛이다.
작품 속 통일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야말로 끔찍하다. 
갑작스러운 통일 때문에 호구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반도에 주민등록이 되지 않은 북한 주민인 '대포인간'이 넘쳐난다.
대한민국으로 내려온 북한군 출신 대포인간은 범죄조직을 구성해 사회를 어지럽히고, 도시에선 남북한 지역 갈등이 극단화된다.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니 북한 지역은 당연히 통제 불능 상태다.
작가는 북한군 출신 범죄조직에서 벌어진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며, 준비 없는 통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

소설이긴 하지만, 통일 이후 벌어질 미래를 개연성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독해볼 만하다.
통일만 되면 대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출간된 지 10년이 다 된 작품이지만, 여전히 읽어볼 만한 메시지가 가득 담긴 소설이다.
일독 후 차차기에 쓸 장편에 관해 생각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