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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민주 소설집 <화이트 밸런스>(강)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1. 5. 22.

 


예버덩문학의집 공동 집필실 서재에는 이곳에 머물렀던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꽂혀있다.
이 소설집 또한 그런 작품 중 하나인데, 작가가 내 전 직장인 문화일보 신춘문예 출신이어서 관심 있게 읽었다.

이 소설집에는 여러 이유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상처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안간힘을 내는 이들의 내면을 밑바닥까지 파고든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남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세상과 벽을 쌓아두고 사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그런 사람의 심리와 그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공교롭게도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이 내가 과거에 느껴봤거나 현재 느끼는 감정과 많은 부분 겹쳐 읽는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소설은 막연했던 감정을 구체화해 내게 보여줬다.
몇몇 작품을 읽을 때는 마치 심리 치료를 받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다른 이의 상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먼저 상처 입은 사람이다.
살면서 꽤 많은 상처를 입었고 또 그 상처를 들여다봤구나...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떠올리다가 들은 생각이다.

소설보다 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기 좋은 거울이 과연 있을까.
좋은 소설을 읽으면 조금이나마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처로 인한 슬픔을 극복하게 해주는 건 결국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대가 아닐까.
책장을 덮으며 소설이 읽히지 않는 시대에 소설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더불어 내가 신춘문예 업무를 맡았을 때 당선됐던 4인의 미래도 궁금해졌다.
신춘문예 업무를 딱 1년밖에 못했지만, 그들에게 당선됐다고 연락하며 가슴 졸이던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시작에 내가 있었다는 게 영광이기도 하고.
그들의 이름이 적힌 단행본을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