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

김탁환 장편소설 <당신이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해냄)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1. 6. 2.

 

횡성 예버덩문학의집에서 새 장편소설 집필을 마친 후 귀가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놓고 읽지 않은 새 소설을 읽는 일이었다.
가장 먼저 집어 든 작품은 이 소설이었다.

어른의 사랑을 그린 독한 연애소설이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 배경 화면처럼 떠오른 색깔은 보라색이었다.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고,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하며, 외면하고 싶은데 궁금한 이야기의 연속이었다. 
적지 않은 분량인데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이야기의 힘이다.

여기에 충분한 취재가 없으면 불가능한 기업소설의 요소가 어우러져 재미를 더한다.
가방과 관련한 업계의 다양한 용어와 방대한 설명은 마치 패션 잡지를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끝까지 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는 구성은 추리소설을 연상케 한다.
소설 속에 담긴 또 다른 소설(이건 작품 읽어야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의 매력이 상당하다.

주인공인 '다정'을 비롯해 캐릭터들의 입체적인 성격도 다음 페이지 내용을 예상하지 못하게 하는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애정, 애증, 질투, 욕망 등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이 무척 섬세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읽으면 여성 작가의 작품으로 아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결을 가진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자연스럽게 영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머지않아 이 작품을 영상으로 감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다시, 밸런타인데이>를 끝으로 연애소설을 쓸 생각을 접었는데, 나중에는 나도 이런 치명적인 연애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p.s.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비컨'이 조금 멋있게 소설에서 퇴장하면 좋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