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연기, 연출, 소설, 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예술인 52명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이 인터뷰집에 실린 인터뷰이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예술인이다.
내 경험을 비춰 보면, 그런 수준에 다다른 예술인은 배울 것도 많을 뿐만 아니라 사람도 훌륭한 편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었고, 지금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엿보는 일이 흥미진진했다.
인터뷰에서 오가는 이야기의 밀도가 매우 높고, 온도도 따뜻하다.
인터뷰이는 그동안 하지 못한 말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리고, 저자는 인터뷰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함께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저자가 인터뷰이의 마음을 여는 방법은 꼼꼼한 사전 준비와 인터뷰이를 향한 애정이다.
음악 분야 인터뷰이 중에는 내가 기자 시절에 인터뷰로 만났던 예술인도 꽤 있었다.
그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당시 내가 기사 마감에 급급해 취재를 너무 성의 없이 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저자는 인터뷰를 '고백과 자각' '열정과 통찰'이라는 부제로 두 권에 나눠 담았다.
두 권을 합치면 나름 벽돌책 분량인데, 그렇다고 읽기도 전에 지레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인터뷰집이기 때문에 책의 어느 페이지를 먼저 펼쳐 읽어도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술술 읽히는 데다 이런저런 뒷이야기도 많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도 소설처럼 재미있다.
분야는 달라도 인터뷰이들이 던지는 메시지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예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우리의 삶도 얼마든지 예술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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