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소설 신간을 살피는 동안 눈에 띄는 현상은 환상적인 요소를 가미한 치유계 소설이 자주 눈에 띈다는 점이다.
현재 소설 베스트셀러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미예 작가의 장편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김호연 작가의 장편 <불편한 편의점>이 대표적이다.
김초엽, 천선란 작가 등이 보여준 소프트 SF도 넓게 보면 치유계 속성을 가진 작품들이다.
<불편한 편의점>이 무슨 환상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느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그런 골목에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설정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판타지 아닌가.
각설하고, <그림자 상점> 또한 이 같은 흐름에서 나온 치유계 소설 중 하나다.
이 작품에는 아버지를 자살로 잃은 여고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림자를 세 개나 가진 주인공은 남들과 다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끝에 그림자 둘을 스스로 끊어낸다.
평범해졌다는 생각은 잠시, 끊어냈던 그림자 둘이 2년 후 사람이 돼 주인공을 찾아온다.
그림자 둘은 주인공의 도움을 받아 미지의 장소인 '그림자 상점'을 찾아 온전한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과 두 그림자가 '그림자 상점'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그림자는 관용적으로 아픔이나 상처를 은유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주인공이 두 그림자와 함께 하는 여정은 아픔과 상처 너머에 있는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아픔과 상처를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으며, 용기를 내 이를 직면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한다.
상상 속의 세계를 묘사하는 문장이 생생해 머릿속에 쉽게 장면이 그려졌다.
페이지 여러 곳에 소설 속 장면을 묘사한 흑백 삽화가 담겨 있는데, 채색 삽화보다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상상을 돕는다.
새 소설을 쓰지 않을 때면 신간을 많이 사서 챙겨 읽고 가능한 한 흐름을 파악하려 애를 쓰는 편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동료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는 건 작가로서 윤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요즘 어떤 소설이 세상에 나오는지도 모르면서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헛소리를 하지 않기 위함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문학계에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듯이, <달러구트 꿈 백화점>도 창작자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느낌을 이 작품을 통해 받았다.
균열은 여기저기서 많이 일어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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