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의 조선을 배경으로 그 속에서 겨우 삶을 이어가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해석한다.
쥘 베른의 작품처럼 과거를 배경으로 SF의 요소를 도입한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작가는 철과 불로 무엇이든 만들어낼 줄 아는 소녀, 그 소녀의 단 하나뿐인 친구인 도깨비를 축으로 빠르게 변해가는 식민지 조선의 일상을 상상력을 더해 펼쳐낸다.
경복궁에 처음으로 전등이 켜지고, 한성에 전차가 운행되는 등 세상이 숨 가쁘게 변하는 가운데 나라를 잃은 민초의 삶은 바람 앞의 등불이다.
작가는 여성성을 감추고 생존의 길을 찾는 소녀, 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로봇이 된 도깨비의 선택을 흥미롭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일제의 식량 수탈,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동원 등 당대의 참상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아울러 작가는 당대 신여성이 겪었던 고초를 조명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은 과거와 얼마나 다른지 생각해보게 한다.
읽는 내내 즐거움보다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더 많이 느꼈다.
가벼운 분량이지만 내용까지 가벼운 소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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