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주된 배경이 대한민국이 아닌 시베리아라는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한민국, 아니 집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설이 부지기수인 한국 문학에서 이렇게 광활하고 낯선 공간을 소설로 다루는 시도를 하다니 반가웠다.
이 공간에 북한 출신 젊은 지식인과 벌목 노동자, 대한민국 출신 초보 사업가, 러시아 현지인 등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현실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애를 쓴다.
등장인물 모두 비슷한 또래이지만, 서로 다른 체제를 가진 국가에 속해 있어서 저마다 다른 고민을 짊어지고 있다.
각자의 다른 고민은 각자의 다른 상황과 맞물려 갈등과 위기로 이어진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철저한 취재에 바탕을 둔 현장감이다.
시베리아와 한반도의 목재 차이에 관한 설명, 목재 업계의 현실, 시베리아의 벌목 현장, 북한의 외화벌이 벌목공의 비참한 현실, 그들을 착취하는 러시아인과 조선족, 실제 귀에 들리는 듯 실감 나는 북한말 등...
진짜 리얼하다.
이렇게 취재가 잘 이뤄진 장편소설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작가의 말을 보니 실제로 작가가 시베리아 벌목 현장을 수차례 취재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장감은 역시 취재 한만큼 나온다.
얼어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지만, 이야기의 온도는 뜨겁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결국 실패하는데도 실패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 뜨거운 온도 때문일 테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배경과 심리 묘사는 최근에 나온 그 어떤 한국 소설보다 실감 나지만, 그에 비해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약하다는 느낌을 읽는 내내 지울 수 없었다.
등장인물 간의 사랑과 인간애를 넘어 조금 더 묵직한 메시지를 담았다면 훨씬 무게감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비슷한 배경을 다룬 김숨 작가의 장편소설 <떠도는 땅> 이상으로 훌륭한 작품이 됐을 텐데.
덩치를 훨씬 키울 수 있었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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