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초반부를 읽고 페이지를 덮었다가 뒤늦게 완독했다.
'음악소설'이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소설임과 동시에 하나의 앨범이다.
작가가 직접 만든 음악을 링크한 QR코드가 페이지 곳곳에 삽입돼 있어 마치 OST를 듣듯이 감상할 수 있다.
내가 작년에 출간한 장편소설 <다시, 밸런타인데이>에도 내가 작곡한 Book OST가 QR코드로 삽입돼 있는데, 실은 이 작품을 따라 만든 결과물이다.
그런 작품인데 출간 5년 만에 완독했다니... 반성할 일이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 음악을 넘어 인공자아 음악이 등장한 미래를 배경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뮤지션 '러브비츠'의 자살 사건을 따라간다.
여기에 작가가 만든 가상의 미래 음악, 그 음악을 주제로 다룬 가상의 비평이 더해져 '러브비츠'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는다.
작가는 각종 전자음과 TTS(문자-음성 자동변환)로 합성한 음성을 음악에 활용하는 한편, 인간 디자이너와 인공지능 화가가 협업한 삽화를 더해 인간과 기계가 불안하게 공존하는 디스토피아 분위기를 연출한다.
SF 소설이 대중화된 지금 기준으로 봐도 파격적인 형식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지 미래를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개인의 취향이 조작되는 과정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부분에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듯한 알고리즘에 놀라는 일이 많아진 현재가 겹친다.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로봇도 적극적인 소비의 주체로 변모한 미래를 묘사하는 부분은 마치 예언처럼 느껴졌다.
최근에 읽은 그 어떤 SF소설보다도 뭔가 SF스러웠다.
하지만 지나치게 난해해 읽기가 쉽지 않았다.
페이지를 덮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잘 모르겠다.
읽다가 이해가 안 되면 수시로 앞 페이지로 돌아가곤 했는데, 중간부터 그런 과정을 포기하고 페이지를 넘기는 데 의미를 뒀다.
조금 더 쉽게 풀어썼다면 더 많은 관심을 받지 않았을까.
하이브리드를 닮은 파격적인 시도에 비해 재미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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