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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박지영 장편소설 <고독사 워크숍>(민음사)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2. 9. 7.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고독사는 이제 노년층을 넘어 세대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다.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청장년층 무연고 시신 비율이 이를 방증한다.
이 주제를 다룬 소설이 이제야 나온 게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제목에서 느껴지는 어두운 첫인상이 서서히 지워진다.
이 작품은 여러 등장인물을 내세워 각자 고독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다.
고독사하면 당연하게 떠올리는 빈곤층 노년이 아니라 젊은 직장인, 학생, 부부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읽는 내내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이들은 익명의 커뮤니티에 모여 고독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서로에게 공유하는데, 그 과정이 참 시시하다.
그 시시한 이야기를 공유하는 행위가 묘하게도 서로 의지하고 연대할 힘을 얻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요즘 내 관심사 중 하나는 자연사다.
지금까지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죽음 중에 자연사는 드물었다.
사고사가 아니라면, 병원에서 오랫동안 천천히 시들며 죽어가는 게 전부다.
그런 죽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
그 누구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고 자연사하고 싶은데 과연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홀로 살든 모여 살든 죽을 땐 고독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죽음은 홀로 걸어가야 할 확실한 결말인데, 그런 고독을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서로의 고독을 지켜봐 주면 덜 외롭게 죽을 수 있지 않을까.
비록 고독사일지라도 말이다.
이 다정한 작품을 통해 그런 생각을 해봤다.

여담인데 나와 박지영 작가 사이에 소소한 인연이 있다.
박 작가는 지난 2013년에 열린 제5회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 수상자였다.
제3회 수상자였던 나는 마침 조선일보 근처에서 일하고 있던 터라, 시상식에 참여해 박 작가에게 축하 꽃다발을 건넸다.
나는 앞서 제4회 시상식에도 참석해 구한나리 작가에게 꽃다발을 건넨 바 있다.

매년 여름마다 수상자에게 꽃다발을 전하는 일이 올 줄 알았는데, 제5회를 마지막으로 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은 폐지됐다.
구한나리 작가가 장르 문학 필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여러 단편을 발표하고 있지만, 단시간 내에 후속작을 단행본으로 출간해 반향을 일으킨 작가가 없다 보니 상의 존재감도 빠르게 사라졌다.
당장 나도 후속작인 <침묵주의보>를 수상 후 7년 만에 내지 않았던가.
박 작가의 소식이 궁금했는데, 수상 이후 9년 만에 낸 이렇게 신작으로 소식을 접하게 돼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