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대부분 외서이긴 하지만) 금서 서른 권에 관한 이야기와 작가의 생각을 풀어낸 독서 산문집이다.
이 책이 마지막에 다룬 조지 오웰의 <1984>를 제외하면 읽어 본 책이 한 권도 없다.
일부는 한국에 번역 출간된 일이 없어서 원서로밖에 접할 수 없는 책이다.
그렇지만 읽는 데 별 지장이 없다.
내용이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으니 말이다.
다양한 금서를 통해 당대의 정치, 사회, 종교 문제를 현재로 끌어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돌아보는 분석이 대단하다.
몇몇 책은 찾아서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무엇보다도 필력이 엄청나서 읽는 맛이 장난 아니다.
특히 '안전한 책들의 칵테일파티'라고는 이름을 붙인 서문(이라기에는 장대한)이 압권이다.
현재 출판 시장에 누구의 마음도 긁지 않는 '안전한 책'만 가득한 게 아니냐며, 그런 책이 과연 '좋은 책'인지를 묻는 태도가 날카롭고 도발적이다.
김훈 작가의 장편소설 <칼의 노래> 서문 이후 가장 인상적인 서문이었다.
김훈 작가를 언급해서 하는 말인데, 이 책을 읽고 결은 다르지만 김훈·박래부의 <문학기행>이 떠올랐다.
작가가 기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데다, 결은 달라도 문학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의미를 찾는 글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문학기행>과 비교해도 부족할 게 없는 '좋은 책'이다.
p.s. 다음 쇄에는 149 페이지의 '롤리타'가 '어둠 속의 웃음소리'로 수정되기를. 이 책 아마도 여러 쇄를 찍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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