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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김준녕 장편소설 <붐뱁, 잉글리시, 트랩>(네오픽션)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4. 6. 16.

 



책을 열 때부터 덮을 때까지 폭주기관차에 탑승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영어를 배우려고 한국에 있는 영어마을로 유학을 온 청년들이 등장인물이라는 설정부터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영어로 말하지 않으면 굶어야 하고, 반항하면 선생이 단소로 공격하는 모습쯤은 뒤로 넘어가면 아무것도 아니다.
난데없이 스파이를 찾기 위한 미션을 해결해야 하고, 카지노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며, 북한에 불시착해 '미제 앞잡이'라는 욕을 듣는 등 시종일관 황당하기 짝이 없는 활극이 펼쳐진다.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고, 온갖 드립이 난무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무슨 의미를 찾겠다고 진지하게 페이지를 넘기면 함정에 빠지기 딱 좋은 소설이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대한민국의 영어지상주의를 풍자하는 소설일 테고, 더 넓게 보자면 우리 사회에서 권력화된 모든 것에 태클을 거는 소설일 테다.  
어떻게 읽든 자유지만, 내 생각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청순한 뇌를 유지한 채 다가오는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게 편하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시끄럽고 어수선한 장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