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키무키만만수... 이렇게 웃기는 듀오였다니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국내 최장수 음악축제인 제14회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이하 쌈싸페)이 지난 6일 오후 1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강시민공원 난지지구 젊음의 광장에서 열렸다. 공연은 스타트를 끊은 우쿨렐레 히어로즈를 시작으로 들국화까지 11시간가량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천지를 진동케 할 사고는 없어도, 공연 중간 중간 관중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던져준 사건은 적지 않았다.
▶ ‘무키무키만만수’ 이렇게 웃기고 귀엽다니= 목욕탕에서 찍은 앨범재킷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 안에 담긴 음악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장구를 개조한 악기 ‘구장구장’을 연주하는 ‘무키’와 기타를 연주하는 ‘만수’로 구성된 이 여성듀오의 데뷔앨범 ‘2012’는 종잡을 수 없는 음악으로 청자를 ‘멘붕’ 상태로 만들었다. ‘벌레벌레벌레벌레’라고 목이 갈라지도록 소리를 지르며 청자를 ‘안드로메다’로 이끄는 이들의 음악 앞에 헛웃음이 절로 새나오지만, 왠지 모르게 중독성이 있는 음악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무키무키만만수’ 무대에 배정된 시간은 20분에 4곡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곡은 어지간한 펑크보다도 짧아 4곡을 모두 연주하는데 10분이면 충분했다. 관중들은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어머니!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아버지!(‘투쟁과 다이어트’ 中) 등의 가사를 악을 쓰며 부르는 이들 듀오 앞에서 포복절도했다. 앙코르곡까지 부르고도 배정된 시간을 채우지 못한 이들은 다음 무대인 ‘3호선 버터플라이’의 마지막 무대 ‘다시 가보니 흔적도 없네’ 무대에 각각 동물옷과 털옷을 입고 재등장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은 무대 위에서 막춤에 앞구르기까지 그야말로 보여줄 수 있는 온갖 엽기적인 퍼포먼스를 다 보여준 뒤 유쾌하게 자리를 떴다.
▶ 양진석, ‘러브하우스’에 가려져 있던 매력적인 보이스= 무대에 오른 건축가 양진석은 “5집 가수입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장소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그는 ‘이태원길’, ‘올레길’, ‘북한산’, ‘강변북로’ 등 친근한 장소들을 제목으로 가진 잔잔한 곡들로 무대를 채웠다. 양진석의 곡과 목소리는 ‘전업 가수’ 이상으로 매력적이었다. “우린 모두 이방인(‘이태원길’ 中)”, “평생 동안 가족 걱정하던 왜 그렇게 우린 몰랐을까 산과 닮아 높은 맘 당신(‘북한산’ 中)” 등의 가사에서 느껴지는 시적인 감수성도 그 만듦새가 만만치 않다. 건축가와 ‘러브하우스’로 쌓은 방송인 이미지에 가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질이 평가절하 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 이제는 돌아와 인디 앞에선 누님, 김완선= 원조 ‘댄싱퀸’이 쌈싸페를 찾았다. 얼마 전 김완선은 3곡을 수록한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이 앨범의 수록곡은 모두 인디 음악들을 리메이크한 것들이었다. ‘Benjamin’은 록그룹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의 곡이고, ‘오늘’은 에피톤프로젝트, ‘Can only Feel’은 클래지(Clazzi)의 곡이었다. 이 같은 최근 김완선의 행보는 음악적인 면에선 차이가 있지만 90년대 후반 셰어(Cher)가 ‘Believe’로 부활했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김완선은 불혹을 넘긴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매력적인 외모와 특유의 몽환적인 보이스로 쌈싸페 무대에 늦깎이 데뷔를 했다.
그러나 김완선의 쌈싸페 데뷔 무대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기분 좋은 날’, ‘리듬 속의 그 춤을’ 등 익숙한 히트곡 무대와 달리 ‘Can only Feel’ 등 신곡 무대에선 관중들의 호응도도 다소 떨어졌다. 남성 댄서들과 보여준 아슬아슬한 안무는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지만 다소 뭉개지는 음향이 옥에티였다.
▶ 깜짝 게스트는 신바람 ‘이박사’ 였다= 쌈싸페의 또 다른 매력인 깜짝 게스트. 그동안 빅뱅, 이승환, 싸이, 김장훈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깜짝 게스트로 참여해 페스티벌 현장을 뒤집어 놓은 바 있기에, 많은 이들이 이번 깜짝 게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쌈싸페의 깜짝 게스트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박사’였다. 일본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 2000년 ‘스페이스 판타지(Space Fantasy)’ 앨범으로 국내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01년 ‘학교매점 출출해’ 이후 갑작스레 가요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10여 년 넘게 소식이 뜸했던 그가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 ‘영맨’, ‘몽키매직’ 등 메들리를 들려주자 관중들은 일제히 ‘떼창’으로 환영했다. ‘이박사’는 거듭된 앙코르 요청에도 “난 게스트”라며 쿨하게(?) 거부해 관중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 쌈싸페 최다 출연자는 누구?= 고고스타의 무대 중간에 보컬 이태선이 다른 멤버들로부터 트로피를 받았다. 이태선의 쌈싸페 최다 출연을 자축하는 의미였다. 이태선은 “최다 출연자여서 다들 내 나이를 30대 중반쯤으로 안다”며 “더 나이 많은 출연자들이 존댓말로 말을 거는 일도 많다”고 말해 관중들을 폭소케 했다.
▶ ‘럭스’ 보컬 원종희, 쌈싸페서 연인에 청혼= 영화에서나 보던 로맨틱한 청혼이 쌈싸페 공연 현장에서도 있었다. ‘럭스’의 보컬 원종희는 공연 도중 객석에 있는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관중들은 예상치 못한 프러포즈에 환호했다. 원종희의 청혼에 객석에 있던 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져갔다. 프러포즈에 성공한 원종희는 이후 더욱 열띤 무대를 이어갔다.
123@heraldcorp.com
▶ ‘무키무키만만수’ 이렇게 웃기고 귀엽다니= 목욕탕에서 찍은 앨범재킷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 안에 담긴 음악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장구를 개조한 악기 ‘구장구장’을 연주하는 ‘무키’와 기타를 연주하는 ‘만수’로 구성된 이 여성듀오의 데뷔앨범 ‘2012’는 종잡을 수 없는 음악으로 청자를 ‘멘붕’ 상태로 만들었다. ‘벌레벌레벌레벌레’라고 목이 갈라지도록 소리를 지르며 청자를 ‘안드로메다’로 이끄는 이들의 음악 앞에 헛웃음이 절로 새나오지만, 왠지 모르게 중독성이 있는 음악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무키무키만만수’ 무대에 배정된 시간은 20분에 4곡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곡은 어지간한 펑크보다도 짧아 4곡을 모두 연주하는데 10분이면 충분했다. 관중들은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어머니!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아버지!(‘투쟁과 다이어트’ 中) 등의 가사를 악을 쓰며 부르는 이들 듀오 앞에서 포복절도했다. 앙코르곡까지 부르고도 배정된 시간을 채우지 못한 이들은 다음 무대인 ‘3호선 버터플라이’의 마지막 무대 ‘다시 가보니 흔적도 없네’ 무대에 각각 동물옷과 털옷을 입고 재등장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은 무대 위에서 막춤에 앞구르기까지 그야말로 보여줄 수 있는 온갖 엽기적인 퍼포먼스를 다 보여준 뒤 유쾌하게 자리를 떴다.
▶ 양진석, ‘러브하우스’에 가려져 있던 매력적인 보이스= 무대에 오른 건축가 양진석은 “5집 가수입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장소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그는 ‘이태원길’, ‘올레길’, ‘북한산’, ‘강변북로’ 등 친근한 장소들을 제목으로 가진 잔잔한 곡들로 무대를 채웠다. 양진석의 곡과 목소리는 ‘전업 가수’ 이상으로 매력적이었다. “우린 모두 이방인(‘이태원길’ 中)”, “평생 동안 가족 걱정하던 왜 그렇게 우린 몰랐을까 산과 닮아 높은 맘 당신(‘북한산’ 中)” 등의 가사에서 느껴지는 시적인 감수성도 그 만듦새가 만만치 않다. 건축가와 ‘러브하우스’로 쌓은 방송인 이미지에 가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질이 평가절하 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 이제는 돌아와 인디 앞에선 누님, 김완선= 원조 ‘댄싱퀸’이 쌈싸페를 찾았다. 얼마 전 김완선은 3곡을 수록한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이 앨범의 수록곡은 모두 인디 음악들을 리메이크한 것들이었다. ‘Benjamin’은 록그룹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의 곡이고, ‘오늘’은 에피톤프로젝트, ‘Can only Feel’은 클래지(Clazzi)의 곡이었다. 이 같은 최근 김완선의 행보는 음악적인 면에선 차이가 있지만 90년대 후반 셰어(Cher)가 ‘Believe’로 부활했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김완선은 불혹을 넘긴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게 만드는 매력적인 외모와 특유의 몽환적인 보이스로 쌈싸페 무대에 늦깎이 데뷔를 했다.
그러나 김완선의 쌈싸페 데뷔 무대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기분 좋은 날’, ‘리듬 속의 그 춤을’ 등 익숙한 히트곡 무대와 달리 ‘Can only Feel’ 등 신곡 무대에선 관중들의 호응도도 다소 떨어졌다. 남성 댄서들과 보여준 아슬아슬한 안무는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지만 다소 뭉개지는 음향이 옥에티였다.
▶ 깜짝 게스트는 신바람 ‘이박사’ 였다= 쌈싸페의 또 다른 매력인 깜짝 게스트. 그동안 빅뱅, 이승환, 싸이, 김장훈 등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깜짝 게스트로 참여해 페스티벌 현장을 뒤집어 놓은 바 있기에, 많은 이들이 이번 깜짝 게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올해 쌈싸페의 깜짝 게스트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박사’였다. 일본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 2000년 ‘스페이스 판타지(Space Fantasy)’ 앨범으로 국내 무대에 데뷔한 그는 2001년 ‘학교매점 출출해’ 이후 갑작스레 가요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10여 년 넘게 소식이 뜸했던 그가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 ‘영맨’, ‘몽키매직’ 등 메들리를 들려주자 관중들은 일제히 ‘떼창’으로 환영했다. ‘이박사’는 거듭된 앙코르 요청에도 “난 게스트”라며 쿨하게(?) 거부해 관중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 쌈싸페 최다 출연자는 누구?= 고고스타의 무대 중간에 보컬 이태선이 다른 멤버들로부터 트로피를 받았다. 이태선의 쌈싸페 최다 출연을 자축하는 의미였다. 이태선은 “최다 출연자여서 다들 내 나이를 30대 중반쯤으로 안다”며 “더 나이 많은 출연자들이 존댓말로 말을 거는 일도 많다”고 말해 관중들을 폭소케 했다.
▶ ‘럭스’ 보컬 원종희, 쌈싸페서 연인에 청혼= 영화에서나 보던 로맨틱한 청혼이 쌈싸페 공연 현장에서도 있었다. ‘럭스’의 보컬 원종희는 공연 도중 객석에 있는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관중들은 예상치 못한 프러포즈에 환호했다. 원종희의 청혼에 객석에 있던 연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관중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져갔다. 프러포즈에 성공한 원종희는 이후 더욱 열띤 무대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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