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의 사이드 잡이라고 폄하하면 곤란하다.
정말 잘 만든 앨범이다. 앨범을 받은 후 처음부터 끝까지 10번도 넘게 반복해 들었다.
그녀는 버리고 비우는 것의 세련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김훈 작가의 문장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그러하다.
김훈의 소설과 장윤주의 음악은 분명히 다르지만 내겐 둘 사이의 가느다란 연결고리가 느껴졌다.
나도 본업(기자)와 상관없이 꼴에 예술(소설가)에 한 발짝 들인 놈이자 음악을 했던 놈이어서 장윤주와 동질감이(?) 느껴졌다.
인터뷰 직전 서점에서 내 소설 책을 한 권 사들고 갔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녀의 친필 사인 시디와 내 친필 사인 북을 맞교환했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숲은 낙엽의 부피만큼 건강하다. 신록의 나뭇잎이 생명력의 선명한 물증이듯 낙엽 또한 마찬가지다. 늦가을 낙엽이 깊어야 봄여름 신록도 깊은 법이다. 낙엽의 쓸쓸함과 신록의 발랄함은 결국 표리관계다. 사람살이가 대개 그러하듯.
모델 장윤주가 4년 만에 두 번째 앨범 ‘아임 파인(I’m Fine)’을 발표했다. 데뷔 앨범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재킷에도 ‘신이 내린 몸매’는 없다. 낙엽 빛깔을 닮은 색조의 재킷 위엔 욕실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는 장윤주의 민낯이 전부다. 속지에 담긴 장윤주의 실루엣에도 ‘S라인’은 없다. 장윤주는 “보컬 디렉팅을 맡은 가수 나얼이 내 목소리를 ‘나뭇잎’ 같다고 말해줬다”고 기뻐하며 표정을 무너뜨렸다. 앨범은 장윤주가 ‘나뭇잎’ 같은 목소리로 부른 ‘낙엽’ 같은 곡들로 성찬이다. 런웨이의 당당한 모델 장윤주처럼 청자의 마음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는 음악은 아니다. 앨범을 이해하려면 모델 장윤주의 이력을 잠시 기억에서 걷어내야 한다. 기억을 걷어내면 할 일이 없어도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숲 같은 음악이 귓가에 펼쳐진다.
▶ 긴 시간 몸으로 꼭꼭 눌러 쓴 소박한 두 번째 편지= 장윤주는 데뷔 앨범 ‘드림(Dream)’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수록곡 전 곡을 작사 작곡했다. 데뷔 앨범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새 앨범 발매까지의 공백이 길었다. 공백은 MBC ‘무한도전’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과 온스타일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출연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으로 부지런히 소비됐다. 그사이 톱모델이었던 장윤주는 ‘특별한’ 톱모델로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그런 장윤주가 왜 다시 음악으로 돌아와 “나는 평범하죠 밥도 잘 먹고요 눈물도 많아요(1번 트랙 ‘아임 파인’ 가사 中)”라고 고백하게 된 걸까?
“틈나는 대로 곡을 만들었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본격적인 앨범 작업을 할 수 없었어요. 앨범 제작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 레이디로 선정돼 2년여 만에 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오른 이후부터입니다. 저의 감성을 다시 한 번 음악으로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앨범에 실린 곡들은 모두 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델 장윤주가 아닌 평범한 여자 장윤주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현실에선 쉽지 않아요. 평범하지 않은데 평범하다고 우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도, 제 음악을 들으신 분들 만큼은 저를 평범한 여자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은 그런 제 마음을 담은 일종의 편지입니다.”
편지를 쓰는 시간은 길었다. 데뷔 앨범을 스스로 프로듀싱 했던 장윤주는 이번엔 푸디토리움의 김정범에게 프로듀싱을 맡겼다. MBC FM ‘오늘 아침’을 진행했던 장윤주는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김정범이 자신의 감성을 잘 이끌어줄 것 같단 생각에 무작정 그가 사는 부산으로 향했다. 이후 장윤주는 8개월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김정범과 앨범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했다. 김정범의 손길은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에 일사불란한 체계를 잡아나갔다. 욕심을 버리고 비워낸 사운드는 소박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나얼이 다듬은 장윤주의 목소리는 자신의 곡에 가장 자연스러운 톤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윤주는 긴 시간 몸으로 꼭꼭 눌러 두 번째 편지를 써내려가며 일상의 고요를 앨범의 10곡과 맞바꿔 나갔다.
“데뷔 앨범을 작업할 땐 (모델이 음악을 한다는) 편견의 시선 때문에 잘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경직돼 있었는데, 2집에선 편하고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다행히 주변 분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정재형 씨는 ‘소녀’ 같은 느낌을 줬던 데뷔 앨범과는 달리 이번 앨범에선 성숙한 여자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얘기해주더군요.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은 되는 것 같아요.”
▶ 멸종 위기 ‘앨범’에 멸종된 ‘콘셉트’를 담다= 이번 장윤주의 앨범은 ‘앨범’ 형태로 발매돼 의미 깊다. 음악 시장이 디지털 싱글 위주로 재편된 이후 제작비 부담 등의 문제로 완결된 앨범을 발표하는 가수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장윤주는 사실상 멸종 위기에 놓인 ‘앨범’을 내놓았다. 또한 이번 앨범이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유기적인 흐름을 갖는 ‘콘셉트 앨범’의 형태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대한민국 가요계에선 사실상 멸종된 형식이다.
이별을 맞은 여성의 우울함을 피아노와 휘파람의 심플한 편곡으로 담담하게 노래한 ‘아임 파인-피아노 버전’을 시작으로, 헤어짐의 슬픔을 담은 보사노바 풍의 곡 ‘오래된 노래’, 슬픔의 극단을 모던록풍의 격렬한 연주로 표현한 ‘아침이 오면 Part 2’, 사랑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는 모습을 묘사한 ‘힐링(Healing)’과 ‘가을바람’ 그리고 끝내 홀로서기에 성공해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을 가스펠풍의 미디움 템포의 록 사운드에 실은 ‘더 필드(The Field)’까지… 이 앨범은 분명히 ‘콘셉트 앨범’의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앨범이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이야기를 주제로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진행되다보니 다른 뮤지션들과 콜래보레이션을 하기가 어렵더군요. 콜래보레이션을 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제 이야기를 저 혼자 끝까지 이어나가는 것이 앨범에 더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더 필드’는 스케일이 큰 곡이어서 누군가와 같이 불렀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다음엔 중저음 남자 보컬과 함께 녹음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이적 씨?”
음악은 어떻게든 만든 이의 정서를 반영하는 법이어서 좀체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허세를 찾기 힘든 담백한 음악에선 장윤주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묻어난다. 장윤주가 밝힌 일상은 음악에서 드러나는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이 없을 땐 거의 집안에 머물러 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입니다. 기타를 치면서 놀기도 하고요. 20대 중반 이후론 술도 마시지 않아요. 일로 만난 사람들을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고요. 그러면 평소에 무엇을 하냐고요? 으흠… 며칠 전에 집에서 겉절이 해먹었어요.(웃음)”
123@heraldcorp.com
모델 장윤주가 4년 만에 두 번째 앨범 ‘아임 파인(I’m Fine)’을 발표했다. 데뷔 앨범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재킷에도 ‘신이 내린 몸매’는 없다. 낙엽 빛깔을 닮은 색조의 재킷 위엔 욕실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는 장윤주의 민낯이 전부다. 속지에 담긴 장윤주의 실루엣에도 ‘S라인’은 없다. 장윤주는 “보컬 디렉팅을 맡은 가수 나얼이 내 목소리를 ‘나뭇잎’ 같다고 말해줬다”고 기뻐하며 표정을 무너뜨렸다. 앨범은 장윤주가 ‘나뭇잎’ 같은 목소리로 부른 ‘낙엽’ 같은 곡들로 성찬이다. 런웨이의 당당한 모델 장윤주처럼 청자의 마음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는 음악은 아니다. 앨범을 이해하려면 모델 장윤주의 이력을 잠시 기억에서 걷어내야 한다. 기억을 걷어내면 할 일이 없어도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숲 같은 음악이 귓가에 펼쳐진다.
▶ 긴 시간 몸으로 꼭꼭 눌러 쓴 소박한 두 번째 편지= 장윤주는 데뷔 앨범 ‘드림(Dream)’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수록곡 전 곡을 작사 작곡했다. 데뷔 앨범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새 앨범 발매까지의 공백이 길었다. 공백은 MBC ‘무한도전’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과 온스타일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출연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으로 부지런히 소비됐다. 그사이 톱모델이었던 장윤주는 ‘특별한’ 톱모델로 대중들에게 각인됐다. 그런 장윤주가 왜 다시 음악으로 돌아와 “나는 평범하죠 밥도 잘 먹고요 눈물도 많아요(1번 트랙 ‘아임 파인’ 가사 中)”라고 고백하게 된 걸까?
“틈나는 대로 곡을 만들었지만 바쁜 일정 때문에 본격적인 앨범 작업을 할 수 없었어요. 앨범 제작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GMF) 레이디로 선정돼 2년여 만에 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오른 이후부터입니다. 저의 감성을 다시 한 번 음악으로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앨범에 실린 곡들은 모두 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델 장윤주가 아닌 평범한 여자 장윤주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현실에선 쉽지 않아요. 평범하지 않은데 평범하다고 우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도, 제 음악을 들으신 분들 만큼은 저를 평범한 여자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은 그런 제 마음을 담은 일종의 편지입니다.”
편지를 쓰는 시간은 길었다. 데뷔 앨범을 스스로 프로듀싱 했던 장윤주는 이번엔 푸디토리움의 김정범에게 프로듀싱을 맡겼다. MBC FM ‘오늘 아침’을 진행했던 장윤주는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김정범이 자신의 감성을 잘 이끌어줄 것 같단 생각에 무작정 그가 사는 부산으로 향했다. 이후 장윤주는 8개월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김정범과 앨범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했다. 김정범의 손길은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에 일사불란한 체계를 잡아나갔다. 욕심을 버리고 비워낸 사운드는 소박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나얼이 다듬은 장윤주의 목소리는 자신의 곡에 가장 자연스러운 톤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윤주는 긴 시간 몸으로 꼭꼭 눌러 두 번째 편지를 써내려가며 일상의 고요를 앨범의 10곡과 맞바꿔 나갔다.
“데뷔 앨범을 작업할 땐 (모델이 음악을 한다는) 편견의 시선 때문에 잘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경직돼 있었는데, 2집에선 편하고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다행히 주변 분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정재형 씨는 ‘소녀’ 같은 느낌을 줬던 데뷔 앨범과는 달리 이번 앨범에선 성숙한 여자의 향기가 느껴진다고 얘기해주더군요.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은 되는 것 같아요.”
▶ 멸종 위기 ‘앨범’에 멸종된 ‘콘셉트’를 담다= 이번 장윤주의 앨범은 ‘앨범’ 형태로 발매돼 의미 깊다. 음악 시장이 디지털 싱글 위주로 재편된 이후 제작비 부담 등의 문제로 완결된 앨범을 발표하는 가수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장윤주는 사실상 멸종 위기에 놓인 ‘앨범’을 내놓았다. 또한 이번 앨범이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유기적인 흐름을 갖는 ‘콘셉트 앨범’의 형태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대한민국 가요계에선 사실상 멸종된 형식이다.
이별을 맞은 여성의 우울함을 피아노와 휘파람의 심플한 편곡으로 담담하게 노래한 ‘아임 파인-피아노 버전’을 시작으로, 헤어짐의 슬픔을 담은 보사노바 풍의 곡 ‘오래된 노래’, 슬픔의 극단을 모던록풍의 격렬한 연주로 표현한 ‘아침이 오면 Part 2’, 사랑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는 모습을 묘사한 ‘힐링(Healing)’과 ‘가을바람’ 그리고 끝내 홀로서기에 성공해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을 가스펠풍의 미디움 템포의 록 사운드에 실은 ‘더 필드(The Field)’까지… 이 앨범은 분명히 ‘콘셉트 앨범’의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앨범이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이야기를 주제로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진행되다보니 다른 뮤지션들과 콜래보레이션을 하기가 어렵더군요. 콜래보레이션을 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제 이야기를 저 혼자 끝까지 이어나가는 것이 앨범에 더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더 필드’는 스케일이 큰 곡이어서 누군가와 같이 불렀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다음엔 중저음 남자 보컬과 함께 녹음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이적 씨?”
음악은 어떻게든 만든 이의 정서를 반영하는 법이어서 좀체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허세를 찾기 힘든 담백한 음악에선 장윤주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묻어난다. 장윤주가 밝힌 일상은 음악에서 드러나는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이 없을 땐 거의 집안에 머물러 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입니다. 기타를 치면서 놀기도 하고요. 20대 중반 이후론 술도 마시지 않아요. 일로 만난 사람들을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는 편은 아니고요. 그러면 평소에 무엇을 하냐고요? 으흠… 며칠 전에 집에서 겉절이 해먹었어요.(웃음)”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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