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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6집 앨범 ‘여정(旅程)’ 으로 돌아온 캐스커 “음악은 좋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함께 하는 여정”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2. 11. 27.

2년 만에 6집 앨범 '여정'으로 돌아온 캐스커.

사실 난 인터뷰에 대단히 부담을 느끼는 편이다. 말주변이 없는데다 글로 뭔가 표현하는 일이 훨씬 편하다 보니 말이다.

좋아하는 뮤지션들을 만날 땐 더욱 그러하다. 차라리 앨범을 열심히 듣고 리뷰를 쓰는 게 훨씬 편하지. 인터뷰 내내 헛소리 많이 했다.

 

결론은...

6집 앨범 정말 잘 만든 앨범이고(요즘 좋은 앨범 왜 이렇게 많이 나와 나를 힘들게 하는 거지?)

이준오는 시크한 듯 재밌고...

융진은 아름답다. 하하!

그리고 인터뷰를 진행했던 파스텔뮤직 앞 커피숍 '3高'의 캐스커의 새 앨범을 바로 플레이 해주는 센스란 ㅋㅋ  

 

난 이번 앨범에서 '원더풀'을 강력 추천! 요즘 댄서블한 곡 너무 좋아~

 

 

6집 앨범 ‘여정(旅程)’ 으로 돌아온 캐스커 “음악은 좋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함께 하는 여정”

10년. 캐스커가 다양성을 허락하지 않는 한국 대중음악 생태계 어귀에서 자기 자리를 지켜온 시간이다. 일렉트로닉을 일렉트로닉 답지 않은 문법으로 풀어내며 ‘심장을 가진 기계음악’이란 상찬을 받아온 캐스커는 그 사이 대중음악 생태계에서 다양성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팝의 정서에도 줄기를 뻗은 캐스커의 음악은 주류 시장에서도 일정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03년 데뷔 앨범 ‘철갑혹성’ 이후 2년 터울로 꾸준히 정규 앨범을 발표해 온 캐스커가 여섯 번째 앨범 ‘여정(旅程)’을 발표했다. 어쿠스틱한 감성이 짙었던 지난 앨범 ‘텐더(Tender)’보다 일렉트로닉적인 요소가 강화됐지만, 감각적인 멜로디와 서정은 살아있다.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멤버 이준오는 “신디사이저 등 전자장비는 음악을 표현하는데 있어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도구”라며 “캐스커의 음악을 일렉트로닉이란 틀에 처음부터 끼워 맞춰 만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장르 분류에 매몰된 시각에서 바라보면 캐스커의 음악은 사전적 정의의 일렉트로닉에 쉽사리 포섭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캐스커는 그저 ‘캐스커 류(流)’의 음악을 해왔다. 이번 앨범 역시 ‘캐스커 류’를 기반으로 변주되는 다양한 음악들로 풍성하다.

 


 



앨범의 타이틀은 ‘여정’이다. 캐스커로 보낸 지난 10년 간의 시간을 ‘여정’으로 표현한 이준오는 “지금까지 타이틀과 콘셉트를 정해 놓고 앨범을 제작한 일은 없었다”며 “일상처럼 음악들을 만들어서 모아놓으면 답이 나오곤 했는데, 그런 과정이 문득 여행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앨범 제작을 앞두고 캐스커는 기존의 작업 환경에 변화를 꾀했다. 변화는 현재의 작업 환경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온 것 아닌가하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전자악기는 단순한 악기의 대체 수단이 아니라는 캐스커의 음악적 탐구와 노력은 80년대 레트로 풍의 신스팝 사운드를 들려주는 ‘원더풀(Wonderful)’과 아날로그 신스 사운드와 바이올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편지’ 등의 트랙에서 강하게 엿보인다.

“80년대에 사용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등 과거의 전자악기 등을 추가로 마련하고 작업실 세팅을 바꾸는 등 사운드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국내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장비는 이베이 등을 통해 입수하기도 했고요. 음악의 감성은 뮤지션의 정서에서 나오지 사용하는 악기가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합니다.”(이준오)

타이틀곡 ‘언두(Undo)’는 보사노바 리듬에 어쿠스틱한 느낌을 강조한 곡으로 기존에 캐스커가 선보여온 ‘고양이와 나’와 ‘고양이 편지’ 등 접근하기 쉬운 곡들의 계보를 잇고 있다. 그러나 앨범의 문을 여는 짤막한 실험적인 곡 ‘인트로(Intro)’를 비롯해 강렬한 사운드에 밝은 멜로디를 실은 캐스커 식 록넘버 ‘더 힐링 송(The Healing Song)’, 차갑고 건조한 사운드 및 보컬과 가사가 인상적인 ‘나쁘게’, 스산하고도 애절한 가사와 스트링 편곡이 돋보이는 ‘천개의 태양’까지… 앨범 수록곡들은 타이틀곡이란 감투와 상관없이 고루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음원이 아닌 앨범을 트랙 순서대로 감상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저는 ‘원더풀’이 좋았습니다. 녹음하기 전엔 몰랐는데 노래를 부르다보니 가장 즐거워지는 곡이었어요. 가사는 ‘나쁘게’가 가장 좋아요. 끝까지 냉정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데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요.”(융진)

“가사는 ‘천개의 태양’이 가장 좋았습니다. 융진이 만든 마지막 트랙 ‘블로솜(Blossom)’도 마음에 들어요. 융진이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이라 프로듀서 입장에서 수위 조절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 곡을 넘겨받은 뒤 팝에다 정통 일렉트로닉을 반영한 편곡을 시도하니 좋은 사운드가 나와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이준오)

누군가와 함께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 누군가의 꿈을 함께 짊어지는 일이다. 2005년 2집 앨범 ‘스카이랩(Skylab)’에 합류해 7년 째 캐스커란 이름으로 살고 있는 융진은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다”며 “멤버 모두가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혼성 듀오 프루 프루(Frou Frou)처럼 궁극적으로 팀의 절반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이준오 역시 “인디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한정적이었던 10년 전과는 달리 인디 씬 자체가 넓어지고 새 앨범을 기다려주는 고정적인 팬 등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음악을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