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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리빅버튼 이성수 “무제한 음원 정액제 거부, 뮤지션 권리 지키기 위한 노력”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2. 11. 28.

당초 해리빅버튼의 이성수 형님과 병문안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었다.

황도와 백도 통조림을 까먹으며 히히덕거리는 콘셉트로 인터뷰를 하려고 했는데, 형님의 몸 상태가 여의치 않아 아쉽게도 서면 인터뷰로 대신하게 됐다.

기사를 쓰려고 했지만 신문 지면에 반영하기 어려웠다. 그럼 뭐 어떤가? 인터넷으로 내보내면 되지?

분량 생각 없이 원없이 썼다. 쾌차해 무대로 조기 복귀하시길 기원하며...

 

 

 

 

해리빅버튼 이성수 “무제한 음원 정액제 거부, 뮤지션 권리 지키기 위한 노력”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좋은 일이 많으면 탈도 많은 법이라지만,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도 무대에 오를 수 없는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에게 올 겨울은 다소 가혹해보인다. 앨범 ‘킹스 라이프(King’s Life)’ 발매 직후인 지난 1일 해리빅버튼의 리더 이성수는 서울 국제뮤직페어 ‘뮤콘 서울 2012(MU:CON SEOUL2012)’에 참석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추돌 사고로 쇄골 골절상을 입었다.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실려 간 이성수는 수술 후 2~3개월가량 공연을 못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공연과 앨범 프로모션 일정은 모두 중단됐다. 십 수 년 만에 야심차게 다시 필드로 돌아온 이성수는 꼼짝없이 병실에 갇혔다.

당초 기자는 이성수와 황도, 백도 통조림을 사이에 두고 ‘병문안’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성수의 몸 상태가 여의치 않아 서면 인터뷰로 대신했다. 질문의 상당수는 해리빅버튼 팬카페(cafe.daum.net/harrybigbutton)에서 모아졌다. 

 

 



▶ 무대 바깥에서 더 뜨거운 해리빅버튼의 활동= 이성수에 대한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 상태다. 이에 대해 그는 “경추와 쇄골 골절상이 치유돼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복귀시기를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빠른 회복을 위해 최대한 안정을 취하며 치료 중이다. 하루 빨리 무대로 돌아가 팬들과 함께 땀 흘리고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근 해리빅버튼은 활동 대신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해리빅버튼은 ‘스톱 덤핑 뮤직(Stop Dumping Music)’ 캠페인에 참여하며 무제한 음원 정액제를 거부했다. 현재 해리빅버튼 새 앨범 음원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는 종량제로만 서비스되고 있다. ‘스톱 덤핑 뮤직’은 뮤지션과 제작자들이 주축을 이뤄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와 과도하게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되는 다운로드 서비스로 입는 음악 생산자의 피해를 알려 합리적인 정책 판단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소비를 촉구하는 의미로 벌이는 캠페인이다. 그러나 이 캠페인에 참여했던 상당수의 뮤지션과 제작자들은 홍보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울며 겨자 먹기로 여전히 정액제를 따르고 있는 형편이다.

“음악은 뮤지션의 노동에 따른 창작물입니다. 당연히 뮤지션에게 정당한 대가와 대우가 돌아가야 합니다. 뮤지션들이 권리를 지키고 시스템 개선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해리빅버튼 정규 앨범 음원을 무제한 음원 정액제로 서비스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해리빅버튼은 음원 사이트 메인 페이지 노출에서 올 수 있는 불이익을 감수했다. 여기에 최근 새로운 앨범을 발표한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래퍼 비프리도 동참했다. 다행히 해리빅버튼의 앨범은 발매 3일 만에 초도 제작앨범이 바닥나 재판 제작에 들어가고, 하드록 앨범으론 이례적으로 인디음악 전문차트 인디고 차트 3위에 오르는 등 ‘잘 만든 앨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면 그로 인한 사적인 불편함이나 어려움 등은 감내해야겠죠.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해리빅버튼을 포함한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음악만으론 생계유지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뮤지션은 가난해야 한다는 통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러한 통념이 음악인들을 착취하는 시스템에 의해 악용돼도 안 됩니다.”

 


▶ “긴 공백은 음악적 성숙을 다진 시기”= 90년대 중후반 메탈밴드 크래쉬와 스푼의 기타리스트로 활약했던 이성수는 홀연히 음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KBS 2TV 밴드 서바이벌 ‘톱밴드2’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의 공백에 대해 이성수는 “영국에서 방송국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IT 벤처기업에서 기획과 아트디렉팅 업무를 담당했었다”며 “그 사이 음악 씬 자체가 많이 변한데다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아 뮤지션들과 교류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의도하지 않은 긴 공백이었지만 단 한 번도 음악을 그만뒀다고 생각해본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공백기 동안의 다양한 경험과 간절함이 제가 다시 음악 활동을 시작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음악으로 돌아온 이성수는 본업인 기타와 더불어 마이크까지 잡았다. 그야말로 ‘상남자’를 연상시키는 이성수의 야수 같은 보컬은 해리빅버튼의 음악적 정체성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다. 이성수는 “밴드를 결성하면서 보컬을 구하지 못해 마이크를 잡았다”며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따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일도, 밴드에서 보컬을 맡아본 일도 없다”고 쑥스러워 했다.

해리빅버튼은 비록 ‘톱밴드2’에서 우승권에 다가가지 못하고 서바이벌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수많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톱밴드2’ 제작진이 KBS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벌인 ‘다시 보고 싶은 밴드’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1위는 해리빅버튼의 차지였다. 여세를 몰아 ‘해리빅버튼’은 10월 29일 데뷔 앨범 ‘킹스 라이프(King’s Life)’를 발표했다. 특히 앨범은 다소 고루한 장르로 여겨지는 하드록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하면서도 신선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이성수는 “가능한 한 내추럴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사운드 입력을 아날로그 믹서를 통해 녹음했다”며 “이를 통해 따뜻하고 풍부한 느낌의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타 사운드의 경우 묵직하고 두터운 톤을 만들어 내기 위해 과거의 경험과 일반적인 방식을 버렸습니다. 세 개의 다른 앰프를 동시에 사용해 각각의 기타 사운드를 개별적으로 입력 받는 독특한 방법을 시도했는데 매우 만족스런 톤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믹싱을 담당한 엠플러스 스튜디오 오형석 엔지지어의 세계 최고의 마스터링 스튜디오인 스털링 사운드의 치프 엔지니어 테드 젠센(Ted Jensen)과의 작업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해리빅버튼의 멤버는 이성수(기타ㆍ보컬)와 박주영(기타) 둘 뿐인 조촐한 라인업이다. 공석인 베이스와 드럼은 세션 멤버가 대신하고 있다. 이성수는 “오래도록 함께 할 멤버를 찾고 있다”며 “앞으로 밴드로서 완성된 모습을 갖추어 나가고자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이성수는 “힙합 1세대 래퍼인 가리온과 네이버 온스테이지 무대에 함께 오른 일이 있는데 신선하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 특히 가수 이소라와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 “좋은 음악은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나와”= 해리빅버튼은 지난 여름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라디오헤드와 엘비스 코스텔로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비롯해 들국화, 김창완 밴드, 이적, 장필순, 넬, 버스커버스커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페스티벌 최종 라인업에 해리빅버튼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당시 정규 앨범 한 장 없는 신인(?)이었던 해리빅버튼은 낮 시간대 서브무대 공연이라는 악조건 속에도 파워 넘치는 무대를 펼쳐 페스티벌이 끝난 후까지 화제를 모았다. 이성수는 “해리빅버튼을 시작한 후 지인들에게 올해 꼭 록페스티벌 무대에 꼭 서겠다고 약속했는데, 누구도 그것이 가능하리라 믿지 않았다”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뻤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성수는 뮤지션과 록커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선 그것을 표현하는 기술을 끊임없이 갈고 닦는 것이 중요하다. 뭐든지 단숨에 이뤄지는 것은 없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며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선 음악적 노력과 함께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해리빅버튼의 음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을 받은 이성수는 그 답을 기자에게 미뤘다. 빈티지함과 모던함이 한데 어우러진 해리빅버튼의 강렬한 음악에선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달리는 잘 빠진 최신 4륜구동 SUV가 떠오른다. 해리빅버튼의 음악은 ‘지프 랭글러 루비콘 최신 모델’이다.

123@heraldcorp.com

 

 

이성수의 추천 앨범 10선 : 슬레이어(Slayer)의 ‘South of Heaven’과 ‘Seasons in the Abyss’,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의‘Blizzard of Ozz’,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The fragile’과 ‘The Downward Spiral’, 펄 잼(Pearl Jam)의 ‘Ten’,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The Wall’, 딥 퍼플(Deep purple)의 ‘Machine head’,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Paranoid’, 이브라힘 페레르(Ibrahim Ferrer)의 ‘Buena Vista Social Club Presents’ 그리고… 들국화의 1집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