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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인터뷰) 루시아 “‘홍대 여신’? 아닙니다. ‘홍대 여식’입니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2. 12. 14.

사실 난 가요 기자를 시작하면서 신비주의 콘셉트를 잡으려고 했다.

가요 기자는 넘쳐나지만 음악을 아는 기자와 리뷰 기사는 씨가 마른 현 상황에서, 나는 뮤지션들을 만나는 대신 앨범 리뷰 기사를 툭 던지고 숨어버리는 기자가 돼보려 했다. 뜬금없이 앨범 리뷰 기사가 튀어나오면 해당 뮤지션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뮤지션들이 이 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렇게 궁금해하는 기자가 되려고 했다. 몇 번은 잘했다. 솔루션스를 비롯해 십센치, 달빛요정, 해리빅버튼 등등. 근데 처음 생각대로 잘 안 된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앨범을 만든 뮤지션이 누구인지 내가 너무 궁금해서 말이다. 신비주의 콘셉트 실패!!

 

한 달 전쯤 쓴 루시아 앨범 리뷰가 궁금하면 http://blog.daum.net/crazyturtle/365 이쪽으로.

 

 

 

루시아 “‘홍대 여신’? 아닙니다. ‘홍대 여식’입니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대한민국에서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온전히 자신의 이름만으로 일가를 이루기 쉽지 않다.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음악보다 이미지로 먼저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싱어송라이터란 단어엔 여전히 남성적인 이미지가 짙다. 지금도 인기 작곡가와 싱어송라이터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여성 뮤지션은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형태로 주로 노출돼 왔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나름의 경지에 도달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는 이상은, 김윤아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EP ‘데칼코마니(Decalcomanie)’를 발표한 루시아(심규선)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를 부른 객원 보컬로 먼저 입소문을 탔던 여성 싱어송라이터다. 지난 해 가을 루시아는 정규 1집 ‘자기만의 방’을 세상에 내놓으며 홀로서기를 시도했지만, 앨범 곳곳에 에피톤 프로젝트의 그림자가 짙었다. 따라서 수록곡 전 곡을 자작곡으로 채우고 프로듀싱까지 도맡은 ‘데칼코마니(Decalcomanie)’를 싱어송라이터로서 루시아의 진정한 홀로서기로 보는 것이 옳을 터이다.

소속사 파스텔뮤직에서 기자와 만난 루시아는 “단순히 노래만 하는 사람이 아닌 싱어송라이터임을 알리고 싶은 욕심이 많았다”며 “기존 루시아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욕심은 연주곡 하나 없이 무려 10곡을 채운 ‘정규 앨범 급’ EP 발표란 결과로 나왔다. 

 

 


“저도 한 명의 뮤지션인데 에피톤 프로젝트의 객원 보컬로만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 많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1집에 수록한 자작곡조차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으로 아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사실 이렇게 정규 앨범에 가까운 EP를 내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올 초 싱글을 몇 곡 발표하고 서너 곡을 모아 5~6월에 EP를 내려고 했는데 제가 워낙 다작을 하는 편이라(웃음). 나눠서 곡들을 발표하란 의견도 많았지만 고집을 부려 EP에 10곡을 담았는데 잘한 것 같아요.”

차별화를 위한 루시아의 노력은 뮤직비디오에서도 엿보인다. 타이틀곡 ‘세이비어(Savior)’ 뮤직비디오를 실루엣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제작해 눈길을 모았던 루시아는 ‘아이 캔트 플라이(I Can’t Fly)’ 뮤직비디오를 실루엣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셸 오슬로 감독의 작품 ‘밤의 이야기’ 영상을 삽입하는 형태로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루시아는 “‘세이비어(Savior)’ 뮤직비디오를 실루엣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제작한 이유는 실은 제작비 절감을 위해서 였다. 영상 속 그림자도 모두 촬영 스태프들의 그림자이고 아무 것도 없는 스튜디오에서 몸만으로 찍었다”고 고백하며 “결과적으로 독특한 뮤직비디오가 완성돼 주목을 받게 됐고, 또 이를 통해 미셸 오슬로 감독과도 연결이 됐으니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 김탁환 작가, 배우 공유, 한효주 등 유명 인사들이 루시아의 곡을 추천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자동차 안에서 우연히 루시아의 노래를 들은 김건모는 루시아를 KBS 2TV ‘불후의 명곡’ 무대에 설 수 있게 이끌었다. 루시아는 “친분이 있는 것도, 만난 것도 아닌데 음악만으로 좋아해줘 너무나 감사했다”며 “특히 김건모는 차 안에서 우연히 ‘선인장(에피톤 프로젝트 1집 수록곡)’을 들은 뒤, 6개월간 술을 마시면 늘 그 노래를 들었다고 하더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후일담을 털어놓았다.

인디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외모까지 아름다우면 어김없이 ‘홍대 여신’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인디 여성 싱어송라이터에게 있어서 ‘홍대 여신’은 손쉽게 빨리 대중의 주목 받을 수 있는 타이틀이다. 그러나 ‘일상을 주제로 감성적인 음악을 하는 아름다운 여성 싱어송라이터’란 프레임을 가진 ‘홍대 여신’이란 타이틀이 음악의 다양성 측면을 해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홍보를 위한 대안적인 수사가 마땅치 않아 ‘홍대 여신’이란 타이틀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상황이다. 루시아 역시 ‘홍대 여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루시아는 “EP 발매 후 단 한 번도 홍대에서 공연을 해본 일이 없다”며 ‘홍대 여신’ 타이틀을 단호히 거부했다. 

 

 

“제 음악은 현재 홍대 인디 씬의 음악에서 비껴선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대중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편이고요. 소속 레이블에 대해 일반적인 대중이 가진 이미지가 제게도 덧씌워져 ‘홍대 여신’이란 타이틀로 소개되는 것 같아요. ‘홍대 여식’이라고 불러주는 팬들이 있는데, 그 별명은 정말 마음에 들어요.”

마지막으로 루시아는 “내년 1월 단독 공연을 준비 중”이라며 “첫 번째 단독 공연인 만큼 많은 분들의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