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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 Bon Jovi’ 외쳤던 밴드들 다 어디 갔어?…새 앨범 ‘왓 어바웃 나우’로 컴백 본 조비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3. 17.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했나?

그냥 살아남은 게 뭐가 강한가? 제대로 살아남아 힘을 써야 강하지.

소싯적 뭣도 모르고 "팝메탈은 까야 제 맛"이라며 본 조비를 깠던 과거를 회개하며...

 

 

 

‘Kill Bon Jovi’ 외쳤던 밴드들 다 어디 갔어?…새 앨범 ‘왓 어바웃 나우’로 컴백 본 조비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1985년 8월 17일,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Metallica)가 영국 도닝턴에서 열린 ‘몬스터 오브 록 페스티벌(Monster Of Rock Festival)’ 무대에 올랐다. 메탈리카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제임스 헷필드(James Hetfield)는 무대 앞에 운집한 7만 관중을 향해 외쳤다.

“당신들은 스판덱스를 입고 부풀린 머리를 하고 눈화장을 한 녀석들이 부르는 ‘오, 베이비’가 들어간 노래 따위를 듣고 싶어서 왔겠지만, 우리는 그런 엿 같은 밴드가 아니다!(If you came here to see spandex, and fuckin’ eye make-up, and all that shit…and the words ‘ooh baby’ in every fuckin’ song… This aint the fuckin‘ band!”

헷필드의 기타엔 ‘본 조비를 죽여라(Kill Bon Jovi)’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헤비메탈 음악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 본 조비는 정통 헤비메탈 교조주의자들의 공적이었다. 팝에 가까운 멜로디의 가벼운 음악으로 소녀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며 빌보드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를 휩쓰는 잘 생긴 청년들을 곱게 보는 동료 밴드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1989년엔 ‘모스크바 평화 음악 축제(Moscow Music Peace Festival)’ 무대에 오른 머틀리 크루(Motley Crue)의 베이시스트 니키 식스(Nikki Sixx)가 ‘Kill Bon Jovi’를 새긴 베이스를 들고 나와 물의를 일으킨 일도 있다. 한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헤비메탈 음악을 좀 듣는다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본 조비는 변절자에 불과했다. 심지어 본 조비로 헤비메탈에 입문한 마니아들 중 일부는 그런 과거를 부끄럽게 여겨 철저히 과거를 회개하고자(?) 본 조비를 배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3년 현재, ‘Kill Bon Jovi’를 외쳤던 수많은 밴드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쪼그라들었다. 메탈리카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90년대 중반 너바나(Nirvana)를 위시한 얼터너티브 록에 밀려 잠시 외도를 해 평생 먹을 욕을 한꺼번에 다 먹었다. 그러나 본 조비는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젠 더 이상 헤비메탈이란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는 록음악을 하고 있는 본 조비이지만, 이들의 음악은 20세기에 들어와서도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 술과 여자와 마약을 노래하는 다른 팝메탈 밴드와는 달리 신념과 희망을 노래했던 본 조비의 음악은 본디 탁월했던 팝적인 감수성과 결합해 세대를 관통하며 살아남았다.

히트곡 ‘잇츠 마이 라이프(It’s My Life)’로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2000년 ‘크러쉬(Crush)’ 앨범을 시작으로 2002년 ‘바운스(Bounce), 2005년 ‘헤브 어 나이스 데이(Have a Nice Day)’, 2007년 ‘로스트 하이웨이(Lost Highway)’까지 본 조비는 21세기에도 20세기만큼이나 바빴다. 심지어 2008년과 2010년엔 미국 빌보드 선정 최다 공연 수익 기록 아티스트(Top Touring Act)에 선정되기도 했다.

본 조비의 12번째 정규 앨범 ‘왓 어바웃 나우(What About Now)’가 최근 국내에 발매했다. 앨범엔 동명 타이틀곡 ‘왓 어바웃 나우’를 비롯해 지난 1월 첫 싱글 커트돼 12개 국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비코즈 위 캔(Because We Can)’, 기타 솔로가 인상적인 ‘아임 위드 유(I’m With You)’, 스트레이트한 느낌이 경쾌한 ‘픽처스 오브 유(Pictures of You)’ 등 총 12곡이 수록됐다. 


 

앨범 커버를 살펴보며 숨은 멤버 찾기를 해보는 것도 재미다. 일러스트 형식으로 제작된 커버아트엔 멤버들의 모습이 절묘하게 숨어들어가 있다. 위장예술가 리우 볼린(Liu Bolin)과 일러스트레이터 알렉스 할디(Alex Haldi)가 커버아트를 제작했다. 리우 볼린은 신체를 배경과 같은 색으로 페인팅해 위장하는 예술을 선보이는 중국 출신 아티스트다.

리더 본 조비(보컬)를 비롯해 리치 샘보라(기타), 티코 토레스(드럼), 데이비드 브라이언(키보드) 등 멤버 모두 지천명의 나이를 넘겼지만 화장발에 긴 머리 휘날리던 20년 전과 비교해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결코 나이 든 티를 내지 않는 음악을 멋들어지게 연주하는 미중년을 향해 유입되는 젊은 여심도 여전한 모양이다. 유튜브에 떠도는 이들의 최근 공연 영상엔 무대 앞에서 환호하는 젊은 여성들이 80년대만큼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본 조비는 지난 2월부터 북미ㆍ유럽ㆍ남아프리카 등을 도는 월드 투어를 펼치고 있다. 공연계 안팎에선 본 조비의 5월 내한공연설이 떠돌고 있다. 본 조비 공식 홈페이지엔 아직 확정된 내한 공연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이들의 내한 공연이 확정된다면 1995년 공연 이후 18년 만이다. “응답하라 1995 본 조비!”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