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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광조 “왜 하필 소극장? 관객과 마주하고픈 본능”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3. 20.

이 시대의 진정한 보헤미안!

나와 세대는 다르지만 정말 부럽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이 나이에도 이렇게 천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또 행복한 일인가.

 

 

“왜 하필 소극장? 관객과 마주하고픈 본능”

날 그리워했던 팬들에 작은 선물
250석 소극장 공연으로 활동 재개
많은 사람앞 서는 것 아직도 떨려

유명인으로 얽매이기 싫어
앨범내고 돌연 사라지는 기행
11년간 미국생활서 자유 만끽


“여긴 4분의 6박자로 들어가죠.” “이 곡의 키는 B플랫이 어때?” “간주는 애드리브(즉흥연주)로 들어가죠.”

19일 오후 서울 당산동의 한 합주실. 가수 이광조(61)는 연주자와 끊임없이 의견을 조율하며 곡에 집중하고 있었다. 드럼을 시작으로 기타와 건반 등의 악기가 저마다 제 목소리를 내며 뒤따랐다. 곧이어 청아하고 시원한 목소리가 연습실을 채웠다. 이 시대의 진정한 보헤미안으로 돌아온 이광조의 목소리는 환갑을 넘긴 나이를 무색케 할 만큼 젊고 힘찼다.

어떻게 여전히 목소리가 그대로냐는 기자의 감탄 섞인 질문에 이광조는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다”고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의 웃음에선 나이답지 않은 천진함이 느껴졌다.

이광조는 다음달 6일과 7일 이틀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4년 만에 단독콘서트를 펼친다. 회당 객석 규모는 250명, 이틀간 최대 500명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말 그대로 진짜 소극장 공연이다.

 

 

가수 이광조가 서울 당산동의 한 합주실에서 다음달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단독콘서트를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1977년 홍대 미대 재학 중 데뷔한 이광조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세월가면’ ‘오늘 같은 밤’ ‘즐거운 인생’ 등 수많은 히트곡과 특유의 소울풀한 미성으로 1980년대를 풍미했다. 그랬던 그가 오랜만의 공연을 대규모 공연장이 아닌 소극장에서 벌이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이광조는 “많은 사람 앞에 서는 일이 여전히 쑥스럽고 어려워 소극장 공연이 좋다”며 “사소한 실수라도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어려운 공연이 소극장 공연이기도 하지만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고 싶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광조는 오래전부터 앨범만 내놓고 홀연히 모습을 감추는 가수로 유명했다. 심지어 그는 2000년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상황이 싫어 미국으로 떠나 11년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여행을 즐기며 홀로 살았을 정도다. 그는 “길거리에서 떡볶이 하나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현실에 구속받고 싶지 않았다”며 “완전히 음악을 놓고 미국에서 집세 걱정하며 11년 동안 살았지만 마음만은 자유로웠다”고 회상했다.

노모의 안위가 걱정돼 귀국을 선택했다는 그는 “단 한 번도 인기나 돈에 얽매여 음악을 해오지는 않았다”며 “이번 공연 역시 내 음악과 나를 그리워하는 분을 위한 선물 차원에서 여는 공연”이라고 덧붙였다.

이광조는 40년 가까운 음악인생을 걸어오는 동안 그 흔한 토크쇼에도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을 만큼 방송 등 언론과 거리를 두며 지냈다. 그런 그가 2011년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자 많은 이가 놀라워했다. 이날 방송엔 브라이언, 케이윌, SG워너비 이석훈, 다비치 이해리, 포맨 신용재, 허각, 알리 등이 출연해 이광조의 히트곡으로 열띤 경연을 펼쳤다.

그는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는데 거듭된 요청도 있었고 프로그램의 취지가 좋아 출연을 결정했다”며 “노래를 잘 부르는 후배 가수가 많아 놀랐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광조는 “항상 현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내일 죽는다고 해도 지금 준비 중인 이 소극장 공연이 내게 가장 소중하다”고 강조하며 “올해 그동안 못 다한 전공을 살려 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열어볼 생각이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