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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용 “고단했던 베이비부머에 응원가 됐으면…”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4. 9.

최고의 자리를 누려봤던 사람의 여유로움과 굴곡진 삶을 통해 얻은 소탈함을 모두 가진 사람.

난 그의 소탈함이 특히 좋았다.

 

 

“고단했던 베이비부머에 응원가 됐으면…”

 

트로트 선율에 빠른 템포 ‘재기’ 스탠더드 팝 ‘고백’등 두곡 녹여
아파트 경비하는 고등학교 친구, 택시기사하는 KS출신 선배
50여년간 한번도 안정적 삶 없던 우리세대 ‘재기’의 힘 되기를…


“지금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나이 때문에 일터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식들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힘을 내준다면 자식들도 희망을 가지지 않을까요? 제 노래가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잊혀진 계절’의 가수 이용(56)이 싱글 ‘재기 이후 고백’을 발매했다. 이번 싱글은 이용의 데뷔 32년 만에 첫 싱글이자 지난 2009년 작 10집 ‘뉴 & 리메이크’ 이후 3년반 만의 신작이다. 지난 5일 본사 인근 카페에서 이용을 만나 싱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싱글엔 흥겨운 트로트 선율을 댄스곡을 방불케 하는 빠른 템포 위에 실은 타이틀곡 ‘재기’와 ‘잊혀진 계절’을 연상케 하는 스탠더드 팝 ‘고백’ 등 두 곡이 담겨 있다. 동안(童顔)만큼이나 이용만의 전매특허인 애절하고도 힘찬 목소리도 여전했다.

앨범 대신 싱글로 컴백한 이유에 대해 이용은 “지난해까지 KBS AM 한민족방송 라디오(972㎑) ‘대한민국 인기가요’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대부분의 신곡이 싱글에 담겨 나오더라”며 “싱글을 자주 발표해 활동의 공백기를 줄이고 그 곡들을 모아 완성도를 높여 앨범을 발표하는 것이 침체된 음악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재기’의 가사는 은유와는 거리가 멀다. “세상 어떤 일도 쉽기만 하던가. 그래서 다시 할 거야. 이런 나를 무시하지 마”란 식의 직설적인 가사는 신나는 곡을 타고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팍팍한 세상에선 은유의 여유로움보다 소주 한 잔 같은 꾸밈없는 직설의 힘이 세다.

 

곡의 가사를 쓴 이용에게 배경을 묻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비로 온 고등학교 동창과 경기고ㆍ서울대를 졸업한 속칭 ‘KS’ 출신인데도 퇴직 후 택시기사로 일하는 형의 친구를 보고 세상이 왜 이렇게 됐나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하며 “지난 50여년 동안 우리나라는 단 한 번도 안정적이었던 적이 없었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항상 그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재기할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신곡 ‘재기’가 국민 응원가가 되길 원한다”고 소망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바닥까지 이용은 그 어떤 가수보다도 진폭이 큰 삶을 살았다. 이용은 지난 1981년 가요제인 ‘국풍 81’에서 ‘추상(바람이려오)’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어 같은 해 데뷔앨범을 발표해 타이틀곡 ‘잊혀진 계절’을 히트시킨 그는 1982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가수왕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1985년 개인사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간 이용은 오랜 공백기를 보낸 뒤 1989년 귀국해 새 앨범을 발표했지만 인기는 예전 같지 않았다. 그는 2003년 8집 타이틀곡 ‘후회’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9ㆍ10집으로는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다.

이용은 “가수왕이란 타이틀을 가진 가수는 단 9명뿐이다. 82년 당시 자장면 값이 200원이었던 시절, 한 달에 3000만원을 벌었으니 무서운 것이 없었다”며 “젊은 시절 승승장구하다 스캔들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니 죽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번 싱글은 사실상 10년 만의 음악 활동 재개인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의욕을 전했다.

오는 15일 싱글의 음원도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다. 그는 “지금도 1년에 최소 150번 이상 무대에 서고, 지금까지 총 8000번 이상 공연했다. 무대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다”며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해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