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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 록밴드의 전설 무당 “묵혀둔 음악적 갈증 씻어내고 싶다”…30년 만에 새 앨범으로 복귀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5. 1.

한국 록 혹은 헤비메탈 기타리스트들이라면 누구라도 맨 꼭대기 자리에 올리는 그 사람, 무당의 최우섭...

그가 복귀한다.

 

 

한국 록밴드의 전설 무당 “묵혀둔 음악적 갈증 씻어내고 싶다”…30년 만에 새 앨범으로 복귀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무당은 대중과 뮤지션들에게 각각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는 밴드다. 대중은 80년대 히트곡 ‘멈추지 말아요’를 부른 밴드로 무당을 추억하지만, 뮤지션들에게 무당은 혁신의 상징이었다. 지난 1975년 재미교포 출신 최우섭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성한 무당은 1980년대 초 국내에선 생소했던 헤비메탈에 가까운 사운드를 최초로 선보이며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1980년 1집 ‘무당’, 1983년 2집 ‘멈추지 말아요’ 등 단 두 장의 앨범과 짧은 활동으로 전설로 남은 무당이 근 30년 만에 부활해 돌아온다. 무당의 리더 최우섭(64)을 서울 홍대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우섭은 “1집과 2집의 수록곡들은 군사정권 아래 사전심의 과정에서 많은 제한을 받아 본래 창작 의도와는 다르게 나온 부분이 많다”며 “당시 심의는 가사 중 ‘상처’란 단어조차 걸고넘어질 정도였다. 사지가 절단된 곡들을 그대로 묻어두고 싶지 않았다”고 컴백의 이유를 밝혔다.

 

‘사지가 절단된 곡’이 국내 뮤지션, 특히 기타리스트들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지금도 전설로 회자되는 기타리스트 이중산도 무당 1집의 연주자였다. 무당은 한국 헤비메탈 기타리스트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늘 첫머리에 자리해 있는 이름이다. 1986년에 발매된 시나위의 데뷔 앨범이 대한민국 최초의 헤비메탈 앨범이란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나위 이전에 헤비메탈의 사운드의 원형을 제시하고 완성한 밴드가 무당이란 사실은 변함없다. 최우섭은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등 젊은 인디 밴드들이 무당의 음악과 나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후배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1985년 무당의 활동을 정리한 최우섭은 해외 공연 프로모터로 이름을 날렸다. 무당이 오프닝 무대에서 강렬한 록음악을 선보여 화제로 떠올랐던 1980년 레이프 가렛(Leif Garrett)의 내한공연 역시 최우섭의 작품이었다. 딥 퍼플(Deep Purple), 듀란듀란(Duran Duran), 본 조비(Bon Jovi),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 등 굵직한 내한공연을 성사시킨 것도 모두 최우섭이었다. 그러나 음악적인 좌절과 아쉬움은 나이가 들어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최우섭은 “프로모터로도 활동하며 크게 성공했지만 직접 음악을 할 때보다 행복하진 않았다”며 “단순히 시류에 편성한 활동 재개가 아닌 당시에 못 다한 음악적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시도다. 당시 사전심의 때문에 발표하지 못한 곡에 신곡을 더해 새로운 앨범을 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무당은 5월 중 복귀작으로 ‘멈추지 말아요’의 오리지널 버전을 비롯해 ‘매직 댄스(Magic Dance)’, ‘게임 오버(Game Over)’, 신곡 ‘프리랜서’ 등 4곡을 담은 미니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전위적인 편곡과 연주가 프로그레시브 록을 방불케 하는 ‘매직 댄스’는 과거에 공개되지 않은 또 다른 곡들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신곡 ‘프리랜서’에선 취업이 어려운 세태를 풍자하는 가사가, ‘게임 오버’에선 강렬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이다. 헤비메탈 밴드 사일런트 아이(Silent Eye)의 베이시스트 김현모와 드러머 이도연 등 젊은 연주자들이 새로운 무당의 멤버로 합류해 힘을 보탰다.

최우섭은 “새 앨범에 수록되는 ‘매직 댄스’가 원래 밴드의 이름이었는데 방송국에서 영어 밴드 이름을 허용하지 않아 무당이란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고 밴드 이름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전하며 “지난 2007년 ‘광명음악밸리축제’ 무대에서 실제 무당과 함께 무대에 올라 ‘매직 댄스’를 연주하며 록과 굿판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했다. 다시 한 번 그와 같은 무대를 펼쳐보고 싶다”고 응원을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