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년배 다른 가수들과 조금은 다른 행보를 걷는 주니엘의 모습을 눈여겨 봤다.
아직 완전히 무르익진 않았지만 자작곡에서 느껴지는 진지함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인터뷰 내내 상대방을 기분좋게 해주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인터뷰에서 느낀 점이지만 주니엘의 지향점은 아티스트임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에 맞게 기사를 써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쓸데 없는 가십거리는 모두 빼고 음악만 기사에 담았다.
애절함은 이제 그만…이 봄처럼 상큼한…주니엘이 피었습니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싱어송라이터 주니엘의 음악 속 계절은 언제나 가을 내지 겨울이었다. 동년배 가수들이 군무(群舞)와 화려한 음악으로 승부를 걸 때에, 주니엘은 기타를 메고 홀로 등장해 포크를 중심에 둔 팝으로 바닥을 다졌다. “그댄 다신 사랑은 하지 말아요 너무 나쁜 사람이니까”라던 ‘나쁜 사람’과 “첫사랑은 서투릅니다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 갖질 못하니까”라던 ‘일라 일라(illa illa)’에 드리워진 나이답지 않은 쓸쓸한 정서와 자작곡에서 보이는 음악적 진지함은 주니엘을 동년배 가수들과 차별화시켜주는 요소였다. 그러나 주니엘은 다소 답답했던 모양이다. 주니엘은 작심한 듯 세 번째 미니앨범 ‘폴 인 엘(Fall in L)’을 봄을 닮은 상큼한 음악으로 채웠다. 음악으로 첫 봄을 맞은 주니엘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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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미니앨범 ‘폴 인 엘(Fall in L)’을 발매하며 컴백한 싱어송라이터 주니엘.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
주니엘은 “그동안 슬프고 애절한 곡을 주로 불러 내 성격도 그런 줄로 아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이미지도 전환하고 무대에서도 웃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앨범엔 업템포의 발랄한 멜로디로 이상형에 대해 노래하는 타이틀곡 ‘귀여운 남자’를 비롯해 데이트를 앞둔 소녀의 들뜬 마음을 유쾌한 셔플 리듬으로 표현한 ‘데이트(Date)’, 왈츠 리듬 위에 실린 간소한 편곡과 선명하고 달콤한 목소리가 포근한 느낌을 더하는 ‘잠꼬대’, 록적인 편곡과 밝은 목소리의 조화가 인상적인 ‘마이 립스(My Lips)’ 등 4곡이 담겨있다. “잠잘 때면 안고 자는 곰돌이처럼 통통해도 눈이 가는 그런 남자”와 같은 ‘귀여운 남자’의 가사에선 이른바 ‘삼촌팬’을 향한 노림수가 명백히 보이지만, 그 노림수를 알면서도 즐겁게 넘어가게 만드는 나이다운 발랄함이 반갑다.
주니엘은 “앨범 타이틀 ‘폴 인 엘’은 ‘주니엘에 빠지다’ 또는 ‘사랑에 빠지다’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음악에도 그러한 메시지를 담아냈다”고 수록곡들의 의미를 설명하며 “컴백이 한 달가량 늦어져 걱정했는데 봄이 예상보다 늦게 찾아와 앨범 발매시기와 다행히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자작곡인 ‘데이트’와 ‘잠꼬대’ 같은 곡에선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디 포크의 음악적 흔적이 짙게 느껴진다. 특히 ‘잠꼬대’의 왈츠 리듬과 간소한 편곡은 메이저 음악에선 매우 낯선 종류의 것이다. 주니엘은 “페퍼톤스, 바닐라 어쿠스틱, 장기하와 얼굴들 등 평소에도 인디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고, 최근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제프 버넷(Jeff Bernat), ‘B형여자’의 윤한을 즐겨듣고 있다”며 “인디 뮤지션들과도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해보고 싶고 또 친해지고도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주니엘은 “얼마 전 발매된 조용필 19집 ‘헬로(Hello)’을 듣고 세련미 넘치는 음악과 감각에 깊은 감동을 받아 늘 차에서 듣고 다닌다”며 “특히 수록곡 ‘걷고 싶다’는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나도 언젠가 이런 곡을 만들고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롤모델은 누구냐는 질문에 주니엘은 김동률을 첫 손으로 꼽았다. 주니엘은 “전람회와 김동률을 너무 좋아해 모든 앨범을 가지고 있을 정도”라며 “특히 스트링(현악) 편곡을 들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 앞으로 이런 실력파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주니엘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같은 페스티벌 무대에도 꼭 한 번 서보고 싶다”며 “언젠가 EBS ‘스페이스 공감’이나 SBS 라디오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어쿠스틱 라이브 무대를 펼쳐볼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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