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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른들을 위한 동요’가 일깨우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옥상달빛 2집 ‘웨어’ 발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6. 6.

난 옥상달빛의 음악도 좋아하지만 이들의 만담도 음악만큼 사랑한다.

팟캐스트 방송 옥탑라됴를 단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들었을 정도니 말이다.

라이브로 옥탑라됴를 듣는 기분이란... 하하하!!

 

나는 이들과 인터뷰 말미에 제안을 했다.

"왜! 옥탑라됴란 좋은 홍보수단을 이용하지 않는가? 뻔뻔함으로 새 앨범을 꿋꿋하게 소개하라!"

다음 방송엔 자신들의 앨범을 소개할 것을 제안하며 MBC 라디오 '정엽의 푸른밤'의 코너 '뮤직 코멘터리 나인'을 말해줬다. '뮤직 코멘터리 나인'은 국내외 명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하며 소개해주는 코너다. 나는 옥상달빛 두 멤버에게 이 코너의 고정 게스트인 디어클라우드의 보컬 나인은 첫 회에 자신의 솔로 앨범을 소개한 바 있다고 이야기해줬다. 귀가 솔깃해진 옥상달빛!!

 

정말로 이번주 옥탑라됴 9회에서 이들은 자신들의 앨범을 소개했다. 하하하~

방송 말미에 내 이름도 살짝 언급된다. 팟캐스트 주소는 http://www.podbbang.com/ch/5465

 

 

‘어른들을 위한 동요’가 일깨우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옥상달빛 2집 ‘웨어’ 발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힐링(Healingㆍ치유)이 대형서점 안 자기개발서만큼 흔해져 되레 힘 빠지는 세상, 여성 듀오 옥상달빛은 힐링 공해의 시대에서 제 몫을 하는 몇 안 되는 ‘힐링캠프’다.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 가는 뜬구름 같은 질퍽대는 땅바닥 지렁이 같은 걸”이라던 ‘하드코어 인생아’부터 “나는 가진 게 없어 손해 볼 게 없다네”라던 ‘없는 게 메리트’까지 옆집 언니 같은 이 듀오는 현실을 과장하지도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옥상달빛의 소박한 때로는 쿨(Cool)한 표현법에 자기 일처럼 공감한 이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라던 ‘수고했어 오늘도’의 사소한 위로가 큰 울림을 줬나 보다. 2집 ‘웨어(Where)’로 돌아온 옥상달빛의 멤버 김윤주와 박세진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옥상달빛은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음악이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며 “우리는 늘 음악에 현재를 담아왔다. 가까운 사람과 나누는 부담 없는 대화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앨범의 타이틀 ‘웨어(Where)’는 장소를 묻는 의문대명사다. 앨범 재킷의 콘셉트 역시 숨은 그림 찾기의 대명사인 ‘월리(Wally)’다. 김윤주와 박세진은 ‘월리’로 분해 앨범 속지 곳곳에서 출몰해 웃음을 준다. 박세진은 “이전 앨범엔 사랑 노래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며 “‘웨어’란 앨범 타이틀은 진정한 사랑은 어디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했고 자연스럽게 찾기의 아이콘인 ‘월리’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테이프의 양면처럼 둘로 나눈 구성이다. ‘새로운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습니다’란 주제로 담긴 ‘새로와’ㆍ‘괜찮습니다’ㆍ‘티클(Tickle)’ㆍ‘칠드런 송(Children Song)’ 등 전반부 6곡은 밝고 경쾌한 톤으로, ‘세상의 모든 히어로’란 주제로 담긴 ‘히어로’ㆍ‘헬프(Help)’ㆍ‘하얀’ 등 5곡은 미세한 숨결로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읊는다. 전작에서 종종 눈에 띄던 키치(Kitsch)적인 요소들이 사라져 앨범의 전반적인 채도가 차분해졌지만 울림은 더욱 깊어졌다. 전작보다 투입된 악기가 줄어든 대신 밴드 사운드가 전면에 배치됐다. 여기에 멜로디언과 실로폰을 주로 연주하던 박세진이 키보드 연주에도 참여해 담백한 가운데에서도 부피를 키운 듯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김윤주는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자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더욱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을 격려하는 ‘히어로’, 세진과 여행 중 문득 공감한 신(神)의 사랑을 같은 노랫말에 각자의 감성으로 풀어낸 ‘공중’과 ‘숲’ 같은 곡들은 달라진 삶에 대한 자세로부터 비롯된 곡들”이라고 전했다.

수록곡 중 ‘유서’는 가장 주목할 만한 곡이다. “내가 참 재미는 있지. 내가 참 운동을 잘하지. 내가 참 집안일은 잘하지. 가끔은 요리도 괜찮았지”처럼 농담에 가까운 작별인사를 담은 가사는 비극을 비극으로 그려내지 않음으로써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다. 다소 심각한 제목과는 달리 장난스러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사운드를 점증시켜 웅장한 관악기로 끝을 맺는 ‘유서’는 스케일 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김윤주는 “한 조문객이 생전에 고인과 맺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형광색 원피스를 입고 장례식장을 찾는 외국의 장례식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먼 훗날 다가올 내 죽음을 지인들이 너무 슬퍼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장난스럽게 시작한 곡이지만 만들다보니 진지해졌고 편곡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옥상달빛의 밝고 수수한 사운드는 3박자 리듬과 겹쳐져 마치 동요와 비슷한 감흥을 주곤 한다. 이 같은 감흥은 옥상달빛의 음악을 다른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과 차별화를 두게 만드는 힘이다. 김윤주는 “예전엔 여성 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최근엔 가족 단위로 심지어 아저씨 혼자 찾아오는 관객들도 많아졌다. 동심을 떠올리며 만든 곡들은 아니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전국의 시골 분교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위한 작은 콘서트를 열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옥상달빛의 멤버들은 내년에 각자 솔로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세진은 “토이(Toy)처럼 객원 보컬을 다수 섭외해 1인 프로젝트 그룹의 성격을 가진 앨범을 만들고 싶다. 들국화의 전인권을 꼭 섭외하고 싶다”고, 김윤주는 “조니 미첼(Joni Mitchell)처럼 다소 무거운 음악을 솔로 앨범에 담아보고 싶다. 프로듀서를 찾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옥상달빛은 오는 22ㆍ23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불나방쏘세지클럽, 소란과 함께 콘서트를 벌인다. 다음 달엔 대구ㆍ부산ㆍ제주ㆍ광주ㆍ대전 등을 도는 2집 발매 기념 전국 클럽 투어가 이어진다. 공연장에서 만담에 가까운 유쾌한 토크를 벌이는 것으로도 유명한 옥상달빛은 “MBC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ㆍ엠넷 ‘비틀즈코드’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제대로 입심을 보여주고 싶다”며 “팟캐스트 ‘옥탑라됴’를 방송 중이니 더 유명해지기 전에 메일(okdalradio@naver.com)로 많은 사연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